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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정글 칼럼] “대기업 출신이 바로 창업하면 실패하기 쉬운 이유” - 작은 조직에서의 생존법을 익히는 것이 먼저다

2025-01-02

최근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서 많은 퇴직자가 발생하고 있다. 퇴직 후 새로운 길을 모색하며 창업에 도전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대기업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 자신의 역량을 믿고 창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다르다. 수년전 대기업 퇴직 후 창업에 도전한 사람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퇴직 직후 바로 창업에 나서는 것이 왜 위험한 선택인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대기업 물이 덜 빠진 상태에서의 함정

 

대기업에서의 경험은 개인의 역량을 과대평가하게 만들기 쉽다. 대기업에서는 체계적 시스템과 자원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개인은 자신의 업무 영역에 집중하여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대기업이라는 안정된 환경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환경이 바뀌면 성과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 출신 창업자들이 가장 흔히 빠지는 함정 중 하나는 대기업식 인사 운영 방식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다. 자금 여력이 있을 경우, 과거의 인맥을 활용해 대기업 출신의 고경력자들을 데려오는 경우가 많다. 경영, 기술, 마케팅 등 다양한 역할에 최고 경력자를 앉히는 것이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은 조직에서는 대기업식 사고방식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대기업에서의 업무는 조직의 거대한 기계 속에서 하나의 톱니바퀴로서 움직이는 것이며, 개인의 순수한 역량이 드러나기 어렵다. 큰 배를 운전하던 선장이 작은 배를 제대로 다루기 어려운 것처럼, 대기업의 자원과 시스템에 의존했던 이들이 스타트업의 유연하고 속도감 있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부적 인재 육성? 현실은 다르다

 

또 다른 함정은 인재를 내부적으로 육성하려는 시도다. 대기업에서 신입사원이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이를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대표는 자신의 생존도 버거운 상황에서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체계적으로 육성할 여력이 없다. 대표가 인재 육성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매출 확보에 소홀해질 수 있다.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먼저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인재 육성에 시간을 쏟는다면, 투자금을 소진한 뒤 어렵게 키운 인재를 외부로 빼앗기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스타트업에서는 순서가 중요하다. 회사를 먼저 세우고, 매출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한 뒤에야 비로소 인재 육성을 고려해야 한다. 인재 육성을 목표로 창업을 시작하면, 회사의 뼈대가 세워지기 전에 자금이 바닥날 위험이 크다.

 

대기업은 대형 선박과 같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시스템 속에서 모든 부서가 명확히 나누어져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작은 배다. 빠른 의사결정과 유연한 조직 운영이 필수적이며,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다방면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

 

 

매출 실적이 팀의 기반을 만든다

 

창업의 핵심은 팀 구성이다. 최근 창업 컨설팅에서는 팀 빌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역량 있는 팀원을 모아 창업을 시작하라고 권장한다. 하지만 팀 빌딩에만 집중하다 보면 간과하기 쉬운 사실이 있다. 팀을 유지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돈은 결국 매출에서 나온다.

 

매출이 없는 상태에서 많은 사람을 고용하면 조직이 무거워지고, 효율성은 떨어진다. 스타트업의 기본 원칙은 최소한의 인력으로 최대한의 매출을 내는 것이다. 작은 조직일수록 단순하고 효율적인 구조가 필요하다.

 

대기업에서는 팀워크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조직의 규모와 자원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그와 다르다. 매출이라는 명확한 목표와 자원 배분이 없으면 조직이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다.

 

작은 배를 다루는 경험이 필요한 이유

 

대기업은 대형 선박과 같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시스템 속에서 모든 부서가 명확히 나누어져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작은 배다. 빠른 의사결정과 유연한 조직 운영이 필수적이며,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다방면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

 

대기업 출신이 창업에 나설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중소기업에서의 경험이다. 중소기업은 작은 조직의 속도감과 유연성을 익히고, 한정된 자원으로 성과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다. 이 경험을 통해 창업자로서 필요한 현실 감각과 생존 전략을 습득할 수 있다.

 

중소기업 경험 없이 바로 창업에 나서는 것은, 작은 배를 다룰 줄 모르는 선장이 갑자기 조그마한 고깃배를 몰겠다고 나서는 것과 같다. 작은 배는 대형 선박과 전혀 다른 기술과 감각을 요구한다.

 

대기업 퇴직 후 창업은 신중해야 한다

 

대기업 퇴직 후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다. 퇴직 후 바로 창업에 뛰어들기보다는, 먼저 중소기업에서 작은 배를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작은 조직의 현실을 이해하고, 그곳에서 생존 전략을 익히는 과정을 통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퇴직 후 창업은 더 이상 개인의 선택에 그치지 않는다. 창업자가 만들어낸 조직과 제품은 팀, 고객, 나아가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창업을 결심하기 전에 자신의 역량과 준비 상태를 냉정히 점검해야 한다.

 

대기업의 안정적 시스템 속에서 익힌 지식과 경험은 창업의 시작점이 될 수 있지만, 성공의 전제조건이 될 수는 없다. 창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매출이다. 매출을 통해 조직의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재를 키우고 조직을 확장해야 한다.

 

퇴직 후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다시한번 말하고 싶다. 잠시 멈춰 서서 자신에게 묻자. 나는 작은 배를 다룰 준비가 되어 있는가? 준비되지 않았다면, 중소기업에서의 경험을 통해 현실적인 운영 방식을 익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이 실패를 줄이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에디터_ 정석원 편집주간 (jsw@jungle.co.kr / jsw022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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