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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디자인정글 라키비움] 포스터 통해 20세기 역사, 문화, 디자인 전하는 김규현 교수 / 컬렉터

2024-10-17

상징적인 그림과 간단한 글귀로 메시지를 전하는 포스터는 광고나 선전을 위한 매개체 중 하나로 심플하지만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브랜드 광고, 영화 및 음반 홍보를 비롯한 디자인 포스터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단순하게 디자인되지만 여러가지 내용를 임팩트 있게 전하는 포스터에서 우리는 다양한 정보를 얻는다. 여러 포스터들이 모이면 포스터를 통해 시대적 배경을 추측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 포커스를 두고 기획된 특별한 포스터 전시가 있다. 바로 사랑의교회 사랑아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20세기 포스터 걸작전(Landmarks of 20th Century Poster)’이다. 

 

'20세기 포스터 걸작전' 포스터 이미지

 

 

‘20세기 포스터 걸작전’은 경희대학교 예술, 디자인 대학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김규현 수집가의 컬렉션을 선보이는 전시다. 김규현 교수 / 컬렉터가 수집을 시작하게 된 것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규현 교수 / 컬렉터

 

 

그의 포스터에 대한 수집은 그가 프랫(Pratt Institute)을 졸업하고 뉴욕에서 디자인 사무소 AAL을 운영하며 디자인 활동을 하던 시기부터 시작됐다. “미국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하면서 디자인에 대한 배경과 개념을 이해하고 풀어나가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문화적인 지식이 없었기 때문이었죠. 역사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많은 책들을 사 보면서 거기에 나오는 제품들을 모으게 되었죠. 많이 보았던 유명 디자이너들의 작품들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면서 그들의 디자인에 빠져들게 된 것입니다.” 

 

'20세기 포스터 걸작전' 전시장 입구

 

 

디자인 사무소를 운영하며 생긴 수입의 대부분을 컬렉션에 투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는 수집에 모든 것을 걸었다. “좋은 포스터 작품을 구입하기 위해 매일같이 발품을 팔았습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어도 쉽게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디자인전문 상점과 서점에 가고 또 가고, 포스터를 보고 또 보며 구한 포스터들이 대부분입니다. 디자인전문 서점에서 본 포스터가 마음에 들어서 주인에게 물어보고 정보를 어렵게 얻어 직접 출판사를 찾아가 시중에서 찾기 무척 어려운 포스터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미래주의, 다다이즘, 바우하우스, 구성주의 등으로 구성된 50장짜리 시리즈 포스터였다. 오리지널 포스터를 리프린트한 포스터로 박물관, 미술관에서 오리지널 포스터 대신 전시되는 1910년, 1920년도의 대표적인 포스터 디자인 작품들이다. 

 

그렇게 그는 뉴욕에서 1992년까지 포스터를 모았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300여 점의 작품들은 대부분 그 시기에 모은 것들이다. 

 

 

전시 전경

 

 

특히 그는 영화 음반에 대한 애착도 컸다. “영화를 무척 좋아해서 어릴 때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꿈이었어요. 어린시절 어머니가 운수업을 하셨는데 집안에 늘 아저씨들이 계셨죠. 주말이면 그 아저씨들을 따라 영화를 보러 다녔습니다. 제 삶에 영화가 무척 큰 영향을 미쳤는데요, 그래서 영화 음악을 무척 좋아하게 됐고, 500장 이상의 영화 음반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벤허>로 그가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영화로 꼽는 명작 <벤허>를 비롯한 익숙한 영화 포스터들도 전시돼 있다. 

 

‘20세기 포스터 걸작전’이라는 전시의 제목은 20세기에 제작된 포스터를 선보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총 300여 점의 포스터들은 디자인, 영화, 음반, 스포츠 등 다양한 장르에 대한 포스터들로 구성이 됐고, 이 포스터들은 각 시기별로 전시가 되어 시대의 중요한 이정표를 보여주고 있다. 디자인 포스터와 함께 전시된 영화 포스터, 음반, 브랜드의 로고 디자인 등은 문화, 예술뿐 아니라 20세기의 전반적인 역사의 흐름을 알 수 있도록 전시가 됐다. 전시장에서는 포스터 작품뿐 아니라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가구 14점을 함께 전시해 디자인에 대한 역사와 의미를 알 수 있도록 했다. 

 

 

전시 전경

 

 

전시작들은 그가 지금까지 수집한 1천여 점의 수집품 중 20세기의 역사와 문화, 예술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하기위해 그가 특별히 선별한 것들이다. “디자이너, 예술가라해도 디자인과 예술에 대한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포스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디자인 역사를 통해 시대의 흐름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기별로 다양한 장르의 포스터를 선정해 전시를 구성했습니다. 디자이너들의 포스터를 통해 전하는 역사적인 이슈도 중요하지만 중간중간 영화 포스터를 전시해 당시의 문화적인 조류를 이해하기 쉽도록 했죠.” 

 

수많은 전시작들은 20세기를 풍미했던 포스터들로 각각의 포스터들엔 중요한 이슈들이 담겨있다. 몬드리안의 포스터의 경우엔 몬드리안의 작품과 함께 같은 시기에 이루어졌던 디자인의 흐름을 알 수 있도록 건축, 패션에 대한 정보도 담았다. 서울올림픽과 독일의 통일, 386 마이크로칩과 백남준의 다다익선 등의 시기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영화, 패션, 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들은 모두 문화적으로 연계가 되어있습니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바로 그러한 점을 느끼실 수 있도록 전시를 구성한 것이 특징입니다.” 전시장에서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사회주의 포스터도 볼 수 있다.

 

 

전시 전경

 

 

전시장 벽면 상단에는 디자인 100년의 역사를 비추는 160장의 포스터와 그것을 중심으로 한 그 시대의 상징 그래픽들이 전시되어 있고, 그 아래에는 20세기 주요 이슈들, 문화 예술 사조들이 키워드 중심으로 나열되어 있으며, 이와 함께 140여 점의 포스터들이 전시되어 있다.

 

서초동 사랑의교회(오정현 담임목사) 문화예술사역부 초대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그가 우연히 사랑의교회 문화예술사역부 안기순 아트디렉터와 나눈 영화 음악에 대한 대화에서부터 비롯됐다. 그와 안기순 디렉터는 영화 음반과 LP 사이즈의 디자인 사조 관련 포스터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안기순 디렉터는 거기서 가능성을 보고 전시를 기획했다. 

 

 

김규현 교수가 작업했던 전시계획의 스케치. 약 7미터로 전시장의 입면을 1/10 스케일로 스케치했다.

 

 

이번 전시를 위해 그와 안기순 아트디렉터는 지난해 전시 준비를 시작했고, 약 6개월에 걸쳐 협의를 통해 본격적인 전시 구성을 했다. 그는 직접 전시장의 도면을 그리고 전시되는 모든 작품들의 위치를 선정했고, 각 작품을 설명하는 텍스트 작업도 직접 했다. 작품에는 디자이너의 이름은 물론 디자이너의 사진을 비롯한 설명을 부착해 디자인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도 누구나 쉽게 작품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그의 수집의 목적은 박물관이다. “1993년 교수로 재직하게 됐지만 사실 젊은 시절부터의 제 목표는 박물관 그 하나였습니다. 박물관을 그리며 평생을 이렇게 수집에 전념해왔죠. 혼자의 힘으론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이번 기회를 통해 제 수집품을 처음으로 선보이게 되어 무척 의미 있게 생각합니다. 이 전시를 통해 세계의 디자인 문화 역사의 흐름이 전달돼 그 시대의 문화를 알아가고 분별함으로써 앞으로 다가올 문화에 대해 대응하며 선도해 나가는 지혜를 갖추어 나가는데 기여되기를 소망합니다.”

 

 

전시 전경

 

 

20세기의 역사, 문화사를 한눈에 보여준다는 것뿐 아니라 지금은 볼 수 없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20세기 포스터 걸작전’은 오는 12월 8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시간은 화, 수요일 10시부터 2시30분까지, 토, 일요일 8시부터 5시까지다.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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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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