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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포커스 인터뷰] 청동 조각의 대가, 조각가 강동철 

2024-09-24

강동철 조각가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참으로 많다. 대한민국 최초로 영국 왕립미술대학원에 입학을 했고, 국내 최초로 청동을 전공했으며, 국내 최초로 청동을 직접 주조하게 된 작가다. 직접 자신의 청동 작품을 위한 모든 과정을 소화하는 이러한 작가는 세계를 뒤져도 흔치 않다.  

 

강동철 조각가

 

 

이 밖에도 그가 이룬 ‘최초’는 많다. 서울대학교 조소과에서 아니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주제로 논문을 썼고, 최초로 첫 개인전의 팸플릿에 국, 영문을 함께 썼다. 유학을 대비하기 위한 그의 아이디어는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국, 영문을 함께 넣은 팸플릿을 만들기 시작했다. 

 

조각가 강동철.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와 동대학원 조소과, 영국 왕립미술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 영국을 비롯한 국내외에서 13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60여 회의 국내외 단체전에 참여했다. 50여 점의 초상조각 및 조형물이 국내외에 설치되어 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심사위원장, 한국무궁화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한 그는 (사)한국무궁화미술협회 조소분과위원장, 한국미술협회 남, 북, 중 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서울대학교 총동창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국연변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교수이기도 하다. 

 

 

 

작스탑포지션으로 제작된 강동철 조각가의 작품

 

 

영국 왕립미술대학원에서 청동주조 전공 


강동철 조각가는 우리나라의 청동 조각을 대표하는 작가다. 많은 조각가들이 흙작업을 해 주물공장에 작업을 맡기는 것과 다르게 그는 주물을 직접 뜬다. 이러한 그의 실력은 영국 왕립미술대학원에서 습득한 것이다. 

 

청동 조각에 대한 꿈은 그가 고등학교 재학시절 생겨났다. “부산에서 열린 로뎅 전시를 보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청동 조각에 대한 막연한 꿈을 꾸었지요.” 이후 그는 운명과도 같이 청동 작업을 만나게 됐다. “영국 왕립미술대학원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은 후 청동주조 전공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청동주조 전공으로 지원을 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단 두명의 학생만을 선발했기 때문에 경쟁도 치열했지요. 하지만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그는 영국 왕립미술대학원에서 청동주조를 전공하게 됐다. 밤낮없이 조각에 매진했던 그는 영국 왕립미술대학의 교수들의 눈에 띄는 실력 있는 학생이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작업했던 그는 영국 왕립미술대학 시절 BBC 방송에도 출연하게 됐다.

 

 

 

청동주조를 전공한 강동철 작가는 주물 과정도 직접 손수 제작한다. 

 

 

강동철 작가는 영국 왕립미술대학원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버킹검 궁 안쪽에 있는 왕궁 연계 화랑에서 개인전을 갖기도 하며 크게 스폿라이트를 받았던 초현실주의적인 그의 작품은 영국뿐 아니라 유럽의 미술계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와 그는 직접 주물공장을 차리기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직접 주물을 부어 작품을 제작한다. 

 

이런 시절부터 미술대회 최고상 휩쓸어 


강동철 조각가는 치열한 경쟁에서 아니 자신과의 싸움에서 늘 이겼다. 그림이 좋아, 조각이 좋아 중학교때부터 미술부 활동을 통해 그림을 그린 그는 미술에 있어서 늘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어려운 집안 환경이었지만 누구보다 영리하고 영특하게 스스로 그림을 배워 나갔다. 소묘부터 수채화, 유화, 조각까지 모든 장르를 섭렵한 것은 물론이었다. 

 

“어린시절부터 소묘와 조각은 저에게 힘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재미있는 일이었지요.” 미술반 활동을 하며 참여했던 전국 미술 실기대회에서는 늘 최고상을 수상했다. 조선대를 비롯해 경남대, 영남대 등의 전액 장학생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조소과에 입학을 한 후에도 졸업을 할 때까지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다. 대학에 다니면서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화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수많은 학생들을 서울대에 입학시켰다. 


이렇게 열심히 했던 배경엔 “미켈란젤로처럼 되어야겠다”는 목표가 자리하고 있었다. “조각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신앙심도 깊고, 모든 면이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미켈란젤로처럼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전쟁터에서 장군으로 활약했던 미켈란젤로의 전기를 읽고 강동철 작가는 ROTC 활동을 했고, 특전사에 지원, 특전사 707특수임무대대 부중대장과 정보작전장교로 군 복무를 하면서 조각을 해나가야 하는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가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두 아들도 모두 조각가로 만들었다. 직접 가르쳤고, 그 중 한 아들을 서울대학교 조소과에 입학시켰고, 한 아들은 홍익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강동철 작가는 초현실주의적인 표현으로 인간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작품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


강동철 작가는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할 때 <기억과 상상을 토대로 한 조각작품 제작 연구>라는 논문을 썼다. 여기엔 그의 작업에 대한 철학이 담겨있다. “구상과 비구상을 넘나든다고 표현되는 저의 작품세계는 한마디로 초현실적입니다. 저의 작품을 보면 마그리트나 달리의 초현실주의적 그림을 떠올리게 되지요.” 초현실적인 그림이 마치 조각으로 펼쳐진 듯하다. 이러한 기법을 그는 ‘작스탑포지션(Juxtaposition)’이라 한다. 실제로 그는 마그리트를 무척 좋아한다. 

 

그는 논문에서 “의식 속에 잠재된 관심이 무의식 중에 수행되는 것을 상징에 관한 창조적 직관이라 해석할 수 있는데… 물성 자체에 숨어있는 상징을 찾아 내려고 노력함으로써 원형에 좀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었다… 조형 작업은 작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작업 경험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고 할 때 본 논문은 개인적 기억이나 상상을 바탕으로 한 작품 제작 연구라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억’, ‘상상’, ‘꿈’, ‘직관’, ‘물성’, ‘원형’을 주요어로, 13점의 입체작품과 2점의 부조를 바탕으로 논문을 작성했다. 

 

 

 

강동철 조각가는 실생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청동 조각의 대가로 깊은 작품세계 펼쳐내


강동철 작가는 초현실주의적인 표현기법으로 인간의 깊은 내면의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그러한 그의 작품세계는 환조, 부조 등의 조각작품은 물론 회화 등의 여러 장르로 표현되어진다. 포천에 위치한 그의 전시공간인 호화랑에는 그가 제작한 수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실생활에 사용될 수 있는 오브제 형식의 작품들도 있다. “작품의 소재는 다양합니다. 크리스천인 제가 갖고 있는 깊은 신앙심부터 인간의 욕망, 예술가를 향한 오마쥬 등 작품에 여러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는 작품을 통해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작스탑포지션 기법의 작품세계를 펼쳐온 그는 조각에 대한 완벽한 실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강동철 작가의 대표작으로는 완도에 설치되어 있는 장보고 동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기념비적인 장보고 조각상은 작품높이만 16.2미터, 좌대가 14미터로 아시아에서 가장 큰 청동조각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천안 독립기념관 전시실에는 그가 작업한 밀랍인형이 전시되어 있다. 그는 26세 대학원 시절 추천을 통해 이승만과 독립운동가들의 조각상을 제작했다. 

 

강동철 작가의 기념비적인 장보고 조각상은 작품 높이만 16.2미터, 좌대가 14미터로 아시아에서 가장 큰 청동조각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작업의 여러 과정 중에서 작품에 대한 착상이 떠올랐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방문했던 그의 넓은 작업실에서는 작업 과정에 있는 수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작품에 대한 스케치도 빼곡했다. 그는 현재 랜드마크적 공공 조형물을 준비하고 있다. 공공 조형물 작업 외에도 그는 조각을 전공한 두 아들과의 합동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조각을 전공한 두 아들들과 함께 하는 조각작품 전시를 열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조각가 가족으로써 저희가 갖고 있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양한 작품을 통해 선보일 계획입니다.”  

 

어린시절부터 시작된 강동철 조각가의 조각에 대한 열정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강해져 간다. 강동철 조각가는 ‘청동 조각의 대가’라는 수식어에 맞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청동 조각가로서 조각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나가며 우리나라 조각의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강동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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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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