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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정글 칼럼] 50대 창업가의 고독한 도전, 그들이 마주한 현실과 깨달음

2024-09-11

50대, 인생의 절반을 넘어선 시점에서 다시금 도전의 길로 들어서는 것은 많은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특히, 이미 사회에서 높은 지위와 성취를 이룬 사람이 선택하는 창업의 길은 그 어떤 젊은 창업가보다도 더 큰 기대와 부담을 안고 시작된다. 그러나 그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 그들은 미처 알지 못했다.

 

최근, 한 50대 창업가를 만났다. 그는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글로벌 기업에서 컨설턴트로 일했으며, 이후에는 교수와 대기업 임원까지 역임한 화려한 경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50대에 들어서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그의 경력과 경험은 분명 그가 성공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가혹했다.

 

창업 3년째, 직원은 10명 남짓. 그는 창업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가장 힘든 부분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주저 없이 "직원들"이라고 답했다. 글로벌 기업과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자신의 높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직원들을 종종 질책했던 그는, 이제 그들이 얼마나 뛰어난 인재들이었는지를 깨닫고 있었다. 야생과도 같은 스타트업 환경에서 그는 인재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능력이 부족하거나 조직의 분위기를 해치는 직원들과는 갈등을 겪었고, 그로 인해 노동청에 불려가기도 했다. 이제 그는 기대 수준을 낮추고, 직원들에게 화를 내기보다는 조심스럽게 강약을 조절하며 그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대기업에서 익힌 리더십은 너무 편안했으며, 스타트업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했다고 했다.

 

 

 

투자 유치 또한 쉽지 않았다. 그는 좋은 학력과 경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이 투자 유치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벤처 캐피털리스트들 사이에서는 인맥이 가장 중요했고, 그 인맥이 없으면 냉정하게 실적만으로 평가받게 되었다. 그러나 실적을 키우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했고, 이 악순환 속에서 그는 답답함을 느꼈다. 결국, 투자 없이 3년간 회사를 유지하며 생존 능력을 키워야 했다.

 

더욱이, 그는 함께 고민을 나눌 동료의 부재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20~30대의 젊은 직원들과 일하는 그는 외롭고 고단했다. 동년배 스타트업 창업자가 거의 없었고, 젊은 창업자들과 어울리기에는 세대 차이로 인한 벽이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나이에 쉽게 안주하지 않고 치열하게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신을 살아있다고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조직 생활과 창업이 완전히 다른 영역임을 실감했다. 대기업에서 잘 나가던 그도, 스타트업이라는 농구장에 들어서니 초보자일 뿐이었다. 간혹 대기업 출신 창업가가 초기부터 큰 투자를 받고 성공을 거두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예는 극히 드물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작은 성공을 위해 피땀 흘려가며 기반을 다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기업에 다니는 후배들에게 한 가지 조언을 남겼다. "있을 때 베풀어라. 네트워크를 만들고, 나가서도 통할 전문 역량을 쌓아라. 생존과 승진만을 바라보며 살지 말고, 미래를 준비하라." 그는 어려운 길을 선택했지만, 시니어 창업가로서 후배들에게 본이 되기를 원했다. 그의 도전은 쉽지 않지만, 그 속에서 그는 살아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후배들이 그가 걸어온 길을 참고해 더 나은 선택을 하기를 바랐다.

 

50대에 다시 시작하는 창업, 그것은 단순한 도전이 아니다. 그것은 인생의 또 다른 막을 열고, 자기 자신을 다시금 증명해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다. 그러나 그 험난함 속에서도 그들은 앞으로 나아가며, 다시금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이 그들의 인생을 다시 한번 빛나게 할 것이다.

 

에디터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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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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