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4
- 공공기관 제안서 평가위원 선정의 문제점: 공정성과 전문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최근 들어 제안서 평가위원 모집에 지원자가 급증하고 있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평가위원 공모에 대한 이러한 상황은 입찰 참가자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평가위원을 확보하려는 전략, 그리고 평가위원을 부수입 창출의 기회로 보는 경향으로 인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가가 제안서 평가위원 후보자로 참여하는 것은 필요하며 장려할 일이지만 지금과 같은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현재와 같은 상황은 전문성을 갖춘 평가위원 선정을 어렵게 하고, 평가위원의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제안서 발표에 대한 깊이 있는 평가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공모의 불공정과 폐단으로 이어지게 된다.
공정성과 투명성, 전문성이 중요시되어야 하는 제안서 평가위원 선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요즘, 가장 큰 문제는 원인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지에 대해 신창열 (사)한국웰빙문화관광협회장으로부터 들어보았다.
신창열 (사)한국웰빙문화관광협회장
디자인정글: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서 제안서 평가위원 모집에 지원자가 폭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지원자가 200명을 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을 무엇으로 보십니까?
신창열: 최근 들어 제안서 평가위원 모집에 지원자가 급증한 것은 입찰 참가자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평가위원을 확보하려는 전략 때문입니다. 이들은 제안서의 품질보다는 우호적인 평가위원을 많이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또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평가위원 등록이 신종 아르바이트로 소개되면서, 평가위원이 되는 것을 부수입 창출의 기회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한 가지 원인입니다. 이런 현상은 특히 대학의 입학생 수 감소로 인해 강의 수가 줄어든 시간강사나 겸임교수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찾으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디자인정글: 그렇다면, 입찰 참가자들이 우호적인 평가위원을 많이 확보하려는 전략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집니까? 그리고 이것이 실제 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신창열: 입찰 참가자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평가위원이 많이 포함될수록 최종 선정에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능한 많은 사람을 후보자로 등록시키려는 노력이 계속됩니다. 평가위원은 다빈도 순으로 선정되기 때문에, 등록된 후보자 수가 많을수록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됩니다. 이러한 방식은 실제 평가에서도 영향을 미칩니다. 만약 청탁을 받은 평가위원들이 제안서의 내용과 상관없이 특정 업체에 높은 점수를 주게 되면, 그 업체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지죠. 특히, 평가항목별 자율점수 방식으로 채점할 경우 배점이 15점이라면 최고 15점, 최저 0점을 줄 수 있어서 불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질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디자인정글: 입찰 과정에서 제안서 평가위원이 갖는 역할이 중요하다 보니, 응모 자격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현재 평가위원 응모 자격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 자격이 충분히 적절하다고 보시나요?
신창열: 현재 평가위원 응모 자격은 3년 이상의 근무경력이 있는 7급 이상 공무원, 정부투자기관·출연기관·지방공기업의 기술직렬 5급 이상 직원, 대학 전임교수, 1년 이상 근무경력이 있는 기술사 또는 박사학위 소지자, 해당 분야의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자격 요건 자체는 명확해 보이지만, 문제는 이 자격이 표면적이라는 점입니다. 즉, 실제로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도 자격 요건을 충족한다고 해서 평가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는 평가의 질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입찰 참가자와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평가위원으로 선정되면, 공정성에도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신창열 (사)한국웰빙문화관광협회장
디자인정글: 평가위원의 전문성이 부족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요? 실제 평가 과정에서 이를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신창열: 평가위원의 전문성이 부족하면, 제안서 발표에 대한 깊이 있는 평가가 어려워집니다. 특히, 질의응답 시간에 그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질의응답은 제안서의 기획력, 창의성, 타당성, 실현 가능성 등을 평가하는 중요한 절차인데, 전문성이 부족한 평가위원들은 적절한 질문을 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자신이 잘못 알고 있는 내용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발표 내용이 잘못되었다며 비난하거나, 전혀 질문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평가위원들이 실제로는 평가수당만을 노리고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기대하기 어려워집니다.
디자인정글: 일부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는 전문가 풀(pool)제를 도입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제도가 가지는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죠?
신창열: 전문가 풀(pool)제는 사전에 검증된 전문가들로 구성된 풀에서 무작위로 평가위원을 선정하는 방식입니다. 이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전문가 풀에 포함된 인물들은 기본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을 보장받기 때문에, 평가의 질도 유지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전문가 풀제는 운영 과정에서 투명성이 낮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외부에서는 풀의 구성과 운영 방식을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존 풀에 속한 전문가들만 평가위원으로 선정되면, 새로운 전문가들의 참여 기회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디자인정글: 그렇다면, 전문가 풀제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 이를 통해 더 나은 평가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신창열: 전문가 풀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풀의 구성 과정과 선정 기준을 명확히 공개하고, 정기적으로풀의 구성을 갱신해야 합니다. 또한, 새로운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하면 풀제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단점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개선을 통해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평가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디자인정글: 마지막으로, 제안서 평가위원 선정에 있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신창열: 제안서 평가위원 선정에서 중요한 것은 공정성과 투명성, 그리고 전문성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공개 모집 방식보다는 검증된 전문가들로 구성된 풀제를 도입하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풀제를 통해 로비나 인맥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평가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풀제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정기적인 갱신을 통해 새로운 전문가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제안서 평가가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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