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7
타입 디자인 전문회사 폰트릭스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박용락 저자는 지난 25년이 넘는 시간동안 폰트 디자인에만 전념해왔다. 폰트 디자인에 빠져 한 길 만을 걸어온 그는 삼성, 카카오, 네이버, 현대카드, 넥슨, Kopub, MBC, KBS, YTN 뉴스, 동아일보, 롯데마트, 대신증권, LINE 일본어 등을 포함한 다양한 기업과 기관의 전용 서체를 개발했으며, 상업용 서체인 윤고딕과 윤명조, Rix고딕과 명조, Rix도로명 시리즈, Rix락 시리즈와 Rix락 베리어블, Rakfont 등 약 1,000여 종의 폰트를 개발하고 디렉팅해 왔다.
박용락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지금까지 1,000여 종의 폰트를 개발하고 디렉팅해왔다.
폰트릭스는 2005년 박용락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포함한 세 명의 윤디자인연구소 출신 디자이너가 공동창업한 회사로, 현재 760여 종의 자사폰트로 Rixfont 클라우드를 운영 중에 있으며, 국내외 폰트회사가 입점 되어 함께 서비스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50여 개 기업들의 전용 서체를 개발했으며, 8개의 폰트 관련 특허를 보유한 타입 디자인 전문회사다.
박용락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안그라픽스의 <고딕 폰트 디자인 워크북>을 선보였다. 실전 폰트 디자이너를 위한 안내서인 이 책은 그가 처음 폰트 디자인을 시작할 당시의 막막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후배 폰트 디자이너들이 좀 더 빠르게 옳은 길로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25년간 폰트 제작으로 쌓아온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고딕 폰트 디자인 워크북>, 안그라픽스, 박용락 저
그는 이 책에서 특히 꾸밈의 요소가 적어 디자인하기 어려운 고딕(동음) 폰트에 집중했다. 책은 폰트 디자이너가 알아야 할 기본 상식을 시작으로 한다. 한글 자소 디자인 방법을 상세하게 알려주며 디자인 핵심, 유의할 점을 알려주는 이 책의 핵심은 ‘폰트 디자인 기획’으로 꼽힌다. 저자가 폰트를 제작하며 시행착오를 거듭하던 끝에 개발한 ‘Rak프로세스’는 기업 전용 폰트 제작 과정에서 정립된 것으로, 아이디어를 폰트로 구현하기 위한 과정에서 큰 도움을 준다.
명확하고 실전적인 <고딕 폰트 디자인 워크북>은 선배 디자이너가 후배 디자이너들을 위해 소소하지만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잘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고딕 폰트 디자인 워크북>의 저자 폰트릭스 박용락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한글 서체 디자인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박용락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부터 <고딕 폰트 디자인 워크북>에 대해 들었다.
Q. <고딕 폰트 디자인 워크북>은 어떻게 기획이 됐나.
처음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약 10년 전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한번 정리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특히, 신입 폰트 디자이너가 폰트릭스에 입사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같은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그래서 체계적으로 정리된 지침서를 통해 신입 디자이너들이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책을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작지만 사회에 공헌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고딕 폰트 디자인 워크북> 내지 이미지
Q. 고딕(돋음) 폰트에 집중한 책인데, 고딕 폰트를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
모든 분야에서 기본이나 근본적인 요소가 중요한 것처럼, 폰트 디자인에서도 고딕이 그러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음식도 기본 재료가 신선하고 맛있어야 하고, 건축도 기본 뼈대가 튼튼하고 구조가 좋아야 하듯이, 폰트에서는 고딕이 기본이자 근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초보 폰트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할 때 골격보다는 요소에만 집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CI, BI 레터링 작업을 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본기가 탄탄한 고딕에 다양한 요소를 더하면, 디자인의 표현력이 훨씬 향상됩니다.
폰트는 크게 고딕(돋움), 명조(세리프), 그래픽(디자인), 손글씨(캘리그라피) 이렇게 네 가지 분류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고딕은 전체 사용량의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보고 있으며, 디바이스가 발전할수록 고딕의 사용 빈도는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또한, 많은 전용 서체가 고딕에 약간의 변형을 가한 형태로 제작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고딕 폰트를 중심으로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고딕은 기본기가 탄탄한 베이스 재료 같은 역할을 하며, 다양한 디자인 요소를 추가해 표현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서체입니다.
<고딕 폰트 디자인 워크북> 내지 이미지
Q. ‘Rak 프로세스’를 개발했는데, 어떻게 프로세스가 만들어졌나.
폰트 디자이너로서 여러 기업을 상대로 전용 폰트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저는 대기업부터 스타트업, 게임 회사, 지자체 등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작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폰트 제작보다 그들을 설득하는 기획 과정이 더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각 기업의 문화와 요구사항이 다양하여 상황에 맞게 임시방편으로 대처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정립된 프로세스 없이 다양한 시안을 제시하며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운이 좋으면 첫 번째 시안으로 마무리되기도 했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첫 시안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인상을 받으면, 그 다음부터는 계속 돌고 도는 아이데이션의 늪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디자이너의 감성에 따라 결과물이 변동되기 때문에 설득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프로세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기획의 방향성을 설명하고, 단계별로 설득해 나가니 결과물에 대한 확신이 생겼고, 클라이언트도 이를 공감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저만의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이를 공유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프로세스는 폰트 제작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자인 작업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오랜 연구와 고민 끝에 나온 폰트 디자인 기획 프로세스를 'Rak 프로세스'라고 명명했습니다. 이 프로세스가 유용하길 바라며, 이를 통해 더 나은 폰트 디자인이 이뤄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박용락 저자의 폰트 디자인 과정
Q. 폰트 디자이너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이 있다면 무엇일까.
아이디어를 떠올린 후에는 많은 반복적인 작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끈기와 인내심이 필수적입니다. 오랜 시간 앉아서 작업을 할 수 있는 '무거운 엉덩이'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폰트는 조각이나 회화와 같은 예술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공간 감각이 매우 중요합니다. 글자 하나하나의 균형과 배치를 고려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섬세하고 완성도 높은 폰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그림 실력도 있으면 좋고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떠올리고 이를 시도해보는 창의적인 사고까지 있다면 더욱 좋겠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폰트를 대하는 열정과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Q. 25년 이상 폰트 디자인을 해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베리어블 폰트를 포함한 Rak 시리즈를 만들고 K-DESIGN AWARD, ASIA DESIGN PRIZE, Red Dot, IF DESIGN AWARD 등에서 수상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노력이 인정받은 순간들이었고, 폰트 디자이너로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박용락 저자는 폰트 디자인을 통해 다수의 수상을 했으며 여러 특허를 획득했다.
Q. 그동안의 경력에 대한 모든 걸 책으로 담아냈는데,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누군가 이미 완성한 결과물을 볼 때 우리는 ‘나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거나 쉽게 보일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정말 많은 과정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저의 책은 지금까지 수없이 겪은 시행착오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처음 폰트 디자인을 시작할 때 이런 내용이 담긴 책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며 집필했습니다. 이 책을 읽는 후배들이 더 빠르고 좋은 길로 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제가 걸어온 길이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해주기를 바랍니다. 후배들이 제 책을 통해 더 많은 좋은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기를 바랍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폰트릭스는 기본 서체가 탄탄한 회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기본형 폰트를 제작할 예정입니다. 또한 베리어블 폰트도 계속 개발하여 폰트 디자인 업계의 선두주자가 되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개인 브랜드인 Rakfont를 폰트릭스에 입점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제가 만들고 싶은 다양한 폰트를 선보이며 창의적인 작업을 이어 나갈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통해, 폰트 디자인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고자 합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박용락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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