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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인터뷰] 도시의 이미지와 정보 전달하는 지역 서체, 도시브랜드연구소 강병호 대표

2024-06-13

도시브랜드연구소 강병호 대표의 지역 서체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지대하다. 지역 곳곳을 다니며 지역에서 사용하는 서체에 관해 기록하는 ‘서체기행’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서체기행’은 전국 100여 개 지방자치단체를 다니며 마을 단위의 브랜드를 개발하고, 지방자치단체 단위의 브랜드를 개발하는 일을 해온 그가 보고 느낀 아름다운 우리나라 곳곳을 기록하는 프로젝트다. 여러 지역을 다니며 촬영한 서체를 사진과 영상 등으로 기록하는 그의 ‘서체기행’에서는 각 지역만의 특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도시브랜드연구소 강병호 대표

 

도시브랜드연구소 로고 이미지

 


지역 서체는 그 지역의 문화자원을 활용해 이미지로 담은 것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243개의 지방자치단체 중 1/3인 81개 지역이 지역의 서체를 개발, 활용하고 있다. 도시브랜드연구소는 이러한 지방자치단체의 서체 개발을 기본으로 시작이 됐다. 서울시 마포구의 ‘레드로드 BI 및 캐릭터 개발’, ‘경상북도 문경시 브랜드 서체 개발’ 등, 지방자치단체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는 도시브랜드연구소는 디자인 외에도 경북 문경 지역의 유휴공간을 활성화 방안 연구용역, 문경지역자활센터 및 목공예 상품 기획 등 신규 브랜드를 개발하고 있다. 

 

도시브랜드연구소의 강병호 대표의 지역 서체에 대한 관심은 그의 20대 시절 시작됐다. 경남 창원에 있는 경남대학교에서 20대를 보낸 그는 졸업을 앞두고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할까’에 대해 고민을 했고, 어느 날 대학교 앞 버스정류장에 쓰여 있던 ‘서울 남산체’를 보게 됐다. 경남 창원만의 서체가 만들어지고 사용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그는 ‘서울 한강체와 서울 남산체’를 개발한 윤디자인연구소에 입사,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경기도 포천시 서체, 경기도 고양시 서체, 전라남도 서체, 경상남도 창원시 서체 영업과 서울 마포구 서체, 서울 금천구 서체, 충청남도 부여군 서체, 경상북도 문경시 서체 제작에 참여했던 그는 현재 도시브랜드연구소에서 ‘각 도시마다 고유한 정체성을 담은 서체(폰트)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강병호 대표로부터 도시브랜드와 서체에 관해 들었다. 

 

Q. 도시브랜드의 중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나라는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행정안전부는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39%인 89곳을 인구가 소멸 위기에 놓인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어요. 매년 1조원의 정부출연금을 재원으로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지원해 인구감소지역을 경쟁력 있는 도시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이 기금으로 새로운 건물을 짓거나, 건실한 기업을 육성하거나, 큰 기업을 유치하고 교통 인프라를 개선하는 등의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는데, 그에 앞서 ‘경쟁력 있는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일이 도시브랜딩이라 생각해요. 국가브랜드 컨설팅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사이먼 안홀트(Simon Anholt)도 다른 곳과 비교되는 ‘경쟁적 정체성(Competitive Identity)’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문화도시 영도 브랜딩 이미지 (이미지 출처: 영도문화도시센터)

 


Q. 도시브랜드와 서체의 관계는.


제가 대학교 앞 버스정류장에서 ‘서울 서체’를 발견했던 것처럼, 서체는 도시브랜드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시스템에 속합니다. 그 도시의 이미지를 떠올릴 때, 도시가 지향하는 이미지를 서체를 통해서도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카드’하면 떠오르는 세련된 서체의 이미지처럼 도시 역시 그 인상을 표지판이나 옥외광고물이나 웹/모바일에서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는 기본요소(Fundamental)이자 도시 디자인의 기초적인 재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도시를 표현하는 비주얼 아이덴티티 시스템 중 색상, 로고, 캐릭터, 징글, 그리고 또 하나의 요소로 서체(폰트)가 있습니다.
 


 

문화도시 영도 브랜딩 이미지 (이미지 출처: 영도문화도시센터)

 


Q. 도시 서체의 중요성은 무엇인가. 어떤 효과가 있나. 


우리가 문서를 작성하거나, 포스터를 만들 때 ‘서체(폰트)’를 고르게 됩니다. 정해진 서체가 있는 공문서, 잘 보여야 하는 광고 홍보물, 새롭게 시작하는 소상공인의 간판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보(Information)를 전달하는 곳엔 픽토그램이나 색상, 그리고 단어나 문장을 나타내는 서체가 표현됩니다. 도시 서체는 도시를 방문하는 관광객, 도시를 살아가는 지역 주민, 시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마주하는 도시의 이미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도시의 공공 디자인에 사용되는 서체는 그 도시의 세련된 인상을 줄 수도 있고, 전통적인 인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카페를 찾아가고, 유명한 음식점을 찾아가고, 관광지를 찾아갈 때도 우리가 처음 만나는 정보엔 서체가 있습니다.

 

Q. 우리나라 서체 디자인에 대해 평가한다면.


전국 서체가 개발된 지방자치단체 81곳에 서체 개발 용역 기간을 조사해 보았습니다. 보통 6개월입니다. 3개월인 곳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대부분 수의에 의한 계약으로 2,000만 원 이하의 비용을 받으며 개발하기 때문에 용역 기간이 짧게 책정되고 있습니다. 6개월 용역 기간을 설정하면 월 300만 원 수준 밖에 안 됩니다. 좋은 서체를 구상하고, 서체의 품질을 보완해가는 추가 보완 사업이 필요해 보입니다. 

 

좋은 서체를 구상하는 기간만 3개월은 걸리지 않을까요? 서체는 오래 보고 공들인 만큼 완성도가 높아지는 작업입니다. 최소 10개월 이상은 되어야 서체 디자인에 대한 고민과 발전이 가능합니다. 또한 내/외부적으로 정말 필요한 사용처를 먼저 설정하고, 사용처에 적합한 형태의 서체를 개발해야 경쟁력 있는 서체가 되고, 지속가능한 활용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아산시의 ‘이순신돋움체’를 사용하고 있는 창원특례시, ‘서체기행’

 

 

Q. '서체기행'에 대해 소개한다면.  


전국의 100개 지방자치단체 이상을 다니며 마을 단위의 브랜드를 개발하거나, 지방자치단체 단위의 브랜드를 개발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회의하고 곧장 열차를 타고 오는 일이 반복되고, 일정이 많을 때는 열차와 버스비만 월 150만 원이 지출됩니다. 제 눈으로만 담기에는 대한민국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평생 다시 한 번 갈 수 없는 마을을 다니며 사진이라도 남기고, 영상이라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북특별자치도 무주군의 음식점에서 발견하는 윤디자인의 ‘유려체’나 포천시의 ‘포천막걸리체’를 사진으로 담기도 했습니다.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의 기차역 앞에서 서울 마포구의 ‘마포나루체’를 사진으로 담기도 했고요. 각 서체의 개발 기획의도, 개발한 사람, 개발하며 있었던 에피소드가 제 머릿속에만 있는데, 지역을 다니며 촬영한 서체를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부산 서체를 볼 수 있는 부산 버스 정류장, ‘서체기행’

 


Q.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도시 서체가 있다면.


지금 고속도로 전광판에 사용되고 있는 서체가 어떤 서체인지 아시나요? 도로표지판은 ‘한길체’라는 국토교통부에서 개발한 서체인데, LED 전광판으로 운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서체는 경기도 포천시의 ‘오성과 한음’이라는 서체입니다. 10년 전에 개발된 서체인데, 여전히 전국의 김밥집, 수선집, 빵집, 그리고 고속도로 전광판까지 다양한 곳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포천 ‘오성과 한음체’
 


포천 ‘포천막걸리체’

 


포천은 ‘오성과 한음’의 도시라는 걸, 이 서체를 발견할 때마다 제 마음 속에서 읊조리게 됩니다. 포천의 ‘포천막걸리체’라는 서체를 전국의 짜장면집, 고기집에서 만날 때마다 ‘포천은 막걸리의 도시구나’하고 상기하게 됩니다. 포천시 홈페이지를 들어가 봐도 도시 슬로건으로 포천 서체가 10년이 지났음에도(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잘 활용되고 있어요. 10년 전에 경기북부지식재산센터에서 약 6,000만 원 용역비로 개발한 포천 서체인데, 홍보는 10년째 진행 중입니다. 포천 서체도 ‘충주맨’처럼 6급으로 진급시켜줘야 해요(웃음).

 

Q. 도시브랜딩 서체 개발의 대략적인 용역 시장 규모는 어떻게 되나.


81곳의 서체 개발 용역 금액은 용역당 최대 1.6억 원에서 최소 2,000만 원 수준입니다. 최근 3년간 매해 14건 정도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올해 서체 용역 발주 규모도 비슷한 추세입니다. 현재 서울특별시나 경상북도 칠곡군은 서체 개발 이후에도 추가 용역비(8,000만 원 수준)를 마련해 꾸준히 도시 서체를 보완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연 5억 원 정도의 시장 규모입니다. 입찰에 참여하는 용역사는 총 5개 사 이내입니다.

 

Q. 지자체가 비용을 들여 서체를 개발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하는 것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


네이버가 나눔고딕, 나눔명조를 만들고, 무상으로 공급하여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한국출판인회의가 만든 KoPub 서체, 구글의 본고딕, 그리고 본고딕을 기반으로 만든 프리텐다드(길형진 디자이너), 프리젠테이션(이주임 디자이너), IBM의 Plex Sans 서체들은 디자인 전문기업에서 많이 활용하고, 앱/웹에서도 자유롭게 활용됩니다. 

 

이와 같이 정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재로 개발하는 서체들도 행사, 현수막, 간판, 책자, 광고 홍보물에 사용됩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안심글꼴 파일 서비스를 하고 있고, 교육저작권지원센터(KERIS)도 매해 안심폰트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도 매해 서체 용역을 발주합니다. 그렇게 해마다 무상 공급되는 서체가 약 20건 이상 출시되고 있습니다. 저작권 걱정 없이 사용가능한 서체가 더욱 다양해졌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나라는 3개 중 1곳의 도시가 서체를 개발했습니다. 이젠 지방자치단체에 개발된 서체를 꾸준히 관리할 수 있는 담당자를 배치, 서체를 활용해 공공 디자인에 접목하고, 지역을 활성화할 수 있는 사업을 꾸준히 만드는 일이 필요합니다. 

 

서울특별시도 새로운 서체를 개발 착수하였고, 칠곡군 역시 칠곡 매체를 보완하는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충청남도 부여군은 서체를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10가지 사업을 더 진행했습니다. 서체의 보완, 서체를 활용한 상품 개발 사업, 서체를 주민과 함께 만드는 교육, 서체를 활용한 책자 제작, 서체를 개발한 기념행사, 선포식, 서체의 개발 기획과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서체를 국내외에 홍보하는 디자인 개발과 홍보, 서체를 홍보하는 웹 사이트 개발을 진정성 있게 해나가고 있습니다. 

 

서체 개발에 의해 부여군 지역 주민들 간의 공동체성이 회복되고, 상권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꾸준히 관리되고 있습니다. 서체라는 씨앗이 발아할 수 있도록 업계에서는 강의, 발표, 용역, 학계에서는 논문들로 참여해 가고자 합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강병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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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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