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컬쳐 | 인터뷰

[포커스 인터뷰] 한옥의 역사 새로 만들어가는 플랫폼, 은평역사한옥박물관 표문송 관장

2024-01-25

은평구 한옥마을에 자리한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은 우리나라 유일의 한옥 전문 박물관이다. 이곳은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 조선 근현대에 이르는 은평 지역의 역사와 한옥의 전통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전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은평의 역사와 문화, 신한옥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은평역사한옥박물관 로고 이미지

 

 

은평역사한옥박물관에는 은평의 역사와 뉴타운발굴 유물을 전시하는 은평역사실, 한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옥전시실, 기획전시실, 작은도서관, 체험학습실, 교육실, 목공실 등이 마련돼 있으며, 통일신라시대의 기와 가마터, 석물 전시장, 옥상정자인 용출정 등이 마련되어 방문객에게 전시관람과 휴식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은 5개의 부속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은평한옥마을에 대한 관광정보를 제공하며 문화상품점을 운영하는 너나들이센터, 한옥 속에서 다양한 장르의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삼각산금암미술관, 천상병, 중광, 이외수 작가의 작품과 원고 소품 등을 전시한 문화공간 셋이서 문학관, 동네 주민과 관람객 모두에게 쉼을 제공하며 전통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은평한옥마을어울림터, 옛 신당의 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건축적 가치를 지닌 금성당 등의 한문화체험시설이다.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의 표문송 관장은 대홍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광고대행사 임원으로 오랜 시간 광고계에 몸담았었다. 사회생활 경력의 대부분을 광고 크리에이티브로 일했던 그는 인생의 후반전을 박물관에서 새롭게 시작했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에서 창의성, 사고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코로나 시기에도 디지털화를 통해 콘텐츠를 개발, 널리 알렸고, 이 때의 경험을 가지고 은평역사한옥박물관에서 새로운 한옥문화와 가치 향유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 개발 및 확산을 해 나가고 있다. 

 

표문송 관장

 

 

2014년 개관해 올해 10주년을 맞이하는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을 자신만의 특별한 비전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표문송 관장을 만났다. 

 

Q. 카피라이터 출신인데, 어떻게 박물관으로 오게 됐나.


광고계에서 인생의 전반전을 보냈다면 박물관에 온 것은 인생의 후반전을 시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운동장이 바뀌었지만, 뛰는 선수인 저는 같습니다. 광고를 통해 익힌 크리에이티브,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마케팅 전문 지식과 경험은 박물관에도 똑같이 필요한 일입니다. 사실 더 긴요하지요. 새로 바뀐 플레이 그라운드, 낯선 환경에서 더 새롭게 펼칠 전략과 색다르게 만들어 가는 룰은 창의성에 바탕을 둔 제 일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광고대행사의 형식을 빌어 말하자면 저는 클라이언트가 바뀐 것입니다. 제가 비록 관장이지만, 저는 박물관을 클라이언트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문화서비스업인 박물관에 그런 마인드가 더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기도 하고요.  

 

물론 중간 과정에서 경기도 정책자문위원, 문화재청 자문위원, 인천시정책자문위원 등을 오래 하면서 자연스럽게 공기관 경험이 쌓였고, 그 연속선상에서 경기도어린이박물관 관장을 하게 됐죠. 당시 기존 박물관계에서 저에게 다른 필드에서 온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하셨어요. 그분들에게 되물었습니다. 만약 박물관에 창의성이 필요 없다면 제가 다른 필드에서 온 것이 맞지만,  창의성이 필요하다면 광고나 박물관이나 본질은 같지 않냐고요. 그 한마디로 기존 박물관계에서도 광고의 크리에이티브가 박물관의 변화에 큰 쓸모가 있을 거라는 데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박물관에 오게 된 보다 더 본질적인 이유는 당시 경기도에서 여러 이유로 혁신이 필요했고 기존과는 다른 전문경영인으로서의 관장을 찾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로 인해 공립박물관이 이윤을 추구하는 쪽으로 변질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있었는데요. 사실 공립 본연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재정적 안정성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돈을 벌겠다는 게 아니라, 사실 그럴 수도 없는 구조이고요. 하지만 경영마인드를 갖는가 아닌가는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 전세계 박물관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사립박물관의 경우는 처참한 수준이고요. 공립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박물관이기에 경영에 대한 책임은 더 막중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오랜 시간 경험하고 익힌 경영에 대한 노하우와 창의성을 박물관에서 펼쳐 보이는 것을 제 사명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원래 박물관을 뜻하는 museum은 그리스어 mausoleum에서 온 말인데, 원래 ‘무덤’을 뜻하는 말입니다. 사실 대부분 박물관에서는 무덤에서 온 것들이 전시되죠. 박물관이 그렇게 ‘과거에서 현재까지’라면, 어린이박물관은 ‘현재부터 미래’입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덕목이 creativity, 바로 창의성입니다. 플레이그라운드가 바뀌었을 뿐 선수는 같다고 했는데요. 박물관에 맞는 창의의 전략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제 스스로 박물관장에 대한 정의를 새로 내렸는데요. 제 일에 있어서의 기준점이랄까요? 박물관장을 영어로 museum director라고 하는데 저는 명함에 이를 museum creative director라고 썼습니다. museum director이되 크리에이티브한 museum director가 되자는 것이지요. 그 기준과 관점은 현재 한옥박물관으로도 동일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똑같은 것들끼리는 변화도 발전도 어렵습니다. 섞여야 더 강해지고 아름다워집니다. 인류의 역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요. 일종의 이종결합이랄까요? 광고와 박물관. 다르지만 본질은 같은. 그래서 제가 운동경기에 비유했는데 종목으로 치자면 이종격투기랄까요. 하하. 그런 생각으로 전투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Q. 경기도 어린이박물관에서 이루었던 변화에 대해 소개해달라.


2019년 12월 1일에 관장으로 부임하고 딱 한달만인 12월 31일에 코로나가 터졌습니다. 바로 문을 닫게 됐죠. 최초에 제가 계획했던 모든 것들이 중단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운이 없었던 걸까요? 그러기엔 인류 모두가 맞닥뜨린 문제였죠. 인류가 처음으로 처한 위중한 상황 속에서 박물관이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어요. 광고인들이 가진 사고의 탄력성이라 할까요. ‘코로나로 인해 문을 닫아야 하고 관람객이 올 수 없다면 우리가 찾아가자’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디지털 공간에서의 만남을 꾀했습니다. 

 

약 1년 여 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개설하려고 계획했던 유튜브 채널 ‘어박티비’를 반 년 정도 시기를 앞당겨 5월 5일 어린이날에 개국했습니다. 또 하나의 박물관을 만든다는 생각이었지요.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박물관으로 규모가 가장 클 뿐 아니라 연간 방문객도 약 60만 명으로 국내 어린이박물관의 리딩 브랜드입니다. 코로나로 움츠러들고 방향성을 잃은 상황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유튜브 채널 ‘어박TV’는 그 첫번째 변화의 시도였습니다. 

 

어린이박물관의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재임기간 동안 숙제였습니다. 스마트 뮤지엄에서 답을 찾으려 했습니다. ‘모두의 박물관MOE(Museum Of Everyone)’이라는 메타버스 디지털 박물관을 만들고, 홈페이지 개편, 운영시스템 디지털화 등을 추진,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활용해 디지털화를 가속시켰던 것이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의 큰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보다 본질적인 체질의 변화도 필요했습니다. 

 

전반전으로 비유한 광고업에서 배운 것, 커뮤니케이션은 곧 관계학입니다. 코로나로 만날 수 없을지라도 관계를 지속시키는 일이 중요합니다. 저희 뿐 아니라 전세계의 어린이박물관은 체험형 박물관으로 Do not touch가 아닌 Please touch인데, 코로나로 인해 만질 수 없게 된 것은 어린이박물관의 뿌리를 흔드는 일대 위기였습니다. 정체성의 변화가 불가피했습니다. ‘체험형 박물관’을 더 큰 개념인 ‘경험형 박물관’으로 대체하기로 했습니다. 직접 체험이 불가능하다면 간접 경험을 제공하자는 측면에서 체험형박물관의 ‘hands on’에 두 가지를 더해 ‘3H’를 박물관 운영과 컨텐츠 개발의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heads-on’과 ‘Hearts-on’이 그것입니다.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hands on’만을 고집하던 어린이박물관으로선 큰 변화였습니다. 그리고 그 간접경험의 핵심을 예술경험에 두었습니다. 음악, 문학, 미술, 디지털을 아우르는 예술학교, GCM Art School을 만들었습니다(GCM=Gyeonggi Children’s Museum). 일회성 체험 교육의 틀을 탈피해 다차시의 심화교육으로 예술의 심장에 다가가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특히 학교교육이 할 수 없는 예술경험과 교육이야말로 공립 박물관이 할 수 있는 순기능이라 여겨 중점 사업으로 진행했지요. 다양한 프로그램 중 ‘뒤죽박죽 어릔이 음악회’도 기억할만한 프로그램입니다. 연간 예술제로 진행되었던 건데, 어린이의 예술경험은 어른이 함께해야한다는 의미로 ‘어린이+어른=어릔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가족 참여형 예술제로 진행해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개관 10주년을 기념한 여러 프로젝트 중에서 대표적인 것으로 ‘엄마의 노래’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겠는데요, 늘 아이들과 함께 어린이박물관에 오지만 한편으론 소외받는 엄마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고자 10명의 국내 엄마 싱어송 라이터들과의 협업을 통해 공연을 하고 앨범을 제작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MBC 다큐 프로그램에 설날 특집방송으로 편성되었을 만큼 호응이 있었던 성공적인 프로젝트였습니다. 

 

 

'또 하나의 북한산 순수비' 전시를 기획한 표문송 관장

 

전시는 북한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소개할뿐 아니라 병든 북한산의 모습도 외면하지 말자는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Q. 어린이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었던 경험이 지금의 업무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제가 용인에 있는 경기도어린이박물관장으로 부임한지 한 달만인 19년 12월 31일 공식으로 코로나가 터졌는데, 바로 다음날인 2020년 1월 1일부로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장을 겸직하게 되었습니다. 동두천에 있는 시립박물관을 도립으로 승격시킨 것이지요. 그로 인해 약 1년 가까이 박물관을 리모델링 했습니다. 

 

요컨대, 박물관을 새로 짓는 것과 마찬가지의 경험을 하게 된 것이지요. 박물관의 구조적인 부분에서부터 철학, 미션과 비전, 설계, 전시실 개편, 컨텐츠 강화, 디지털화 등 그 시점에 새 박물관에 적용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실험하고 시험해 보고 적용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박물관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집약적으로 할 수 있었고, 경기 남부에 비해 낙후된 경기 북부 지역의 주민과 어린이들에게 공립박물관이 기여할 수 있는 경험의 제공을 디자인하는 의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런 경험이 지금 이곳 은평역사한옥박물관에서도 유의미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용인과 동두천 같은 경기도지만 생활 환경, 문화교육 여건 등 서로 다른 조건은 이용자의 삶의 조건을 이해하고 그것을 박물관의 전시, 교육, 프로그램에 반영해야 하는 출발점이 된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즉 지금 이곳, 내가 있는 시공간을 통해 세계와 만나고 인식을 확장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예를 들어 지난해 11월부터 올 4월 14일까지 열리는 기획전시 ‘또 하나의 북한산 순수비’에서도 바로 그런 관점을 적용했습니다. 어린이와 가족 관람객을 코어 타겟으로 설정했는데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서울, 그리고 그 서울에 있는 국립공원 북한산을 제대로 바라보고 인식하는 통로를 마련해주자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박물관은 전세계적으로 자랑할만한 아름답고 웅장한 북한산 파노라마 뷰를 갖고 있는데요. 그토록 멋지고 아름다운 북한산 뿐만 아니라 더럽고 훼손되고 아프고 병든 북한산의 모습도 외면하지 말자는 문제의식을 제기했습니다. 즉, 북한산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소개할 뿐 아니라 북한산의 불순한 모습, 파괴, 훼손 등 환경문제에 대해 강력한 아젠다를 관람객에게 던져 보자는 것입니다. 어린이들과 가족이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을 전시내용과 형식에 담았습니다. 어린이들이 우리의 미래라면, 어린이를 위한 박물관이 또한 모두의 미래가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Q. 은평역사한옥박물관으로 오면서 목표했던 부분은.


은평역사한옥박물관엔 은평의 역사와 한옥이라는 두 가지 개념이 혼재돼 있습니다. 은평뉴타운 개발을 하면서 진관동 일대에서 약 5천여 기의 무덤이 발굴됐죠. 조선시대 장례문화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역사적 자원이고, 이게 박물관을 건립하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동시에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 유일의 한옥클러스터인 은평한옥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은평의 역사와 한옥이라는 두 가지의 요소가 결합이 된 것인데요.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어린이박물관의 경우도 공교롭게 10주년이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네요. 그 10년을 통해 독자성과 고유성을 가진 박물관으로 성장해 왔지만 보편성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두가지 개념이 섞여 있다 보니 어느 한쪽으로도 집중, 강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지요. 은평 지역뿐 아니라 서울시민, 우리 국민 누구나가 찾는 곳이라는 보편성, 외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만큼 국제적 의미로서의 보편성을 지닌 테마가 중요하겠다 생각해서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추려합니다. 검은 종이를 태우려면 돋보기로 햇빛을 한 점에 모아 집중해야 하는 것처럼 둘 중 한가지 개념에 선택 집중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 기준은 바로 말씀 드린 보편성이고요. 그런 관점과 계획 아래 올해는 박물관 명칭, 콘텐츠, 미션 비전 등을 모두 새롭게 정비하고 개편하는 작업들이 뒤따르게 될 것입니다. 그 아웃라인은 잡혀 있는데 이를 하나하나 차근차근 풀어갈 계획입니다.  

 

Q. 관장으로 취임한 후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디자인과 마케팅의 관점을 박물관 경영에 도입한 것입니다. 디자인은 단순하게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상황을 개선시키려는 의도’를 뜻합니다. 비유하자면 큰 그림인 것이지요. 가장 먼저 박물관에 ‘디자인 TF’를 상설 기구로 만들었습니다. 기존의 박물관 상황을 개선시키려는 다양한 의도를 펼쳐 놓으려는 것이지요. 전시, 교육, 홍보, 경영지원 등 부서를 망라한 다양한 직원들이 디자인의 관점에서 박물관의 큰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박물관 정체성과 방향성, 관명 변경, 뮤지엄 샵 오픈 등 현재 3가지 아젠다를 논의해서 중간 결과를 도출해 내서 적용 중입니다. 올 1월부터는 인사 & 조직 관리 혁신 방안, 10주년 프로젝트 2가지 아젠다를 논의할 것이고요.  

 

박물관의 방향성과 관명 변경은 특히 마케팅의 관점, 즉 브랜드 관리의 관점에서 우리 박물관의 브랜딩을 새로이 하는 것입니다. 브랜드 관리, brand management는 곧 ‘차이를 관리’하는 것입니다. ‘우리 박물관의 차이점이 무엇인가’ 이 부분에 대해 전직원이 다양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특히 올해 개관 10주년을 앞두고 기존 브랜드의 장단점, 브랜드 자산에 대한 리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박물관을 어떻게 포지셔닝 시킬 것인가 등등의 주제로 심도 깊은 토의를 하고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지자체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공공박물관의 경우 장단점이 있게 마련인데,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단점으로 행정공무원의 부서순환제도로 인해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되기 어렵다는 점, 그러다 보니 단기 성과에 주목하는 마케팅 근시안(marketing myopia)에 빠지기 쉬운 점이 있습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박물관의 중장기 발전 전략과 미션 & 비전 체계를 새로 확립하고 있습니다. 박물관 직원들이 주인이 되어 내 박물관을 만든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죠. 

 

 

10주년을 맞이해 제작한 10년 역사가 담긴 캘린더

 

 

Q. 어떤 일들을 추진 중인가. 

 

경영전략을 네 가지 단계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S.T.A.R 박물관으로 만들자는 것인데요. 별을 뜻하는 STAR는 아니구요. Start up, Tie up, Alliance, Recreation 네 단어의 앞글자를 모았습니다. 10주년이 됐으니 모든 것을 새롭게 정비하고 점검해서 새출발하자는 의미에서 Start up이 첫번째입니다.  박물관 조직과 인적구조, 콘텐츠와 전시 방향, 교육 프로그램과 철학 등 모든 방향에서 박물관을 리뷰해 보고 리셋하는 마음으로, 마치 박물관을 새로 짓는다는 마음으로 주인정신을 넘어선 창업자 정신을 갖고 새로 스타트업하자고 직원들과 머리와 마음을 하나로 모았습니다. 

 

 

 

저희 박물관엔 삼각산금암미술관, 셋이서 문학관, 너나들이센터, 어울림터, 금성당과 같은 5개의 부속시설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흩어져 있던 이들을 박물관을 중심으로 하나로 묶자는 의미에서 Tie up! 이는 저희 박물관의 내재적 힘을 모으고 유기적으로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은평에는 사비나미술관, 다문화박물관 등 기존 문화기관 외에도 곧 착공하게 될 국립한국문학관까지 다양한 문화예술 시설과 기관이 있습니다. 문화예술은 절대 혼자 발전할 수 없습니다. 여러 문화예술기관과의 연대를 이루어 협력하자는 의미에서 Alliance는 저희 박물관과 지역의 발전을 위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동맹군, 연합군, 우군이 생길 수록 저희 힘이 더 커지겠지요. 

 

마지막으로 R은 관람객들에게 재창조의 공간이 되고자 하는 의미에서 Recreation이라는 전략적 의미와 단계를 박물관 운영의 방향으로 설정했습니다. 전통적으로 박물관이 주로 전시, 학술 쪽에 큰 비중을 두었다면 요즘의 박물관은 교육, 여가 이런 쪽에 대한 수요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제가 추구하는 가치를 만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있었고, 역시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광고인들이 지닌 사고의 유연성이 학예사들의 견고한 프레임과 결합, 융합되면 훨씬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 레크레이션과 같은 콘텐츠가 확장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런 것들을 하나 하나 이루다 보면 진짜 별처럼 빛나는 스타 박물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난 4개월 동안 Start-up에 대해 심도깊은 논의와 방안을 마련하고 있고요, 이어서 올해 상반기에는 Tie up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생각입니다. 박물관과 5개의 부속시설을 유기적으로 연계시키고, 각자의 기능을 최적화시킴으로써 박물관의 내연을 강화시키고, 이를 발판삼아 은평의 문화지형을 넓히려고 합니다.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은평에서 우리 박물관이 문화예술의 역량과 비전을 안으로 모으는 구심력, 밖으로 확산시키는 원심력, 두가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창의의 시도와 모험을 펼칠 계획입니다. 

 

Q.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이 지닌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수 많은 공립 사립박물관 중에서 한옥 컨셉으로 특화된 한옥전문박물관은 저희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이 유일합니다. 특별한 의미뿐 아니라 사명감이 있죠. 다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은평역사와 한옥이 혼재한 부분에 대해서 앞으로는 한옥이라는 단일 컨셉으로 보다 집중해서 특화된 박물관으로 만들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한옥은 전통과 역사적 의미에서뿐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서 생생한 현재 가치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기존의 전통한옥마을이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은평뉴타운의 한옥마을은 계획된, 의도된 신한옥 클러스터죠. 우리 박물관이 과거로부터 현재로 이어지는 한옥의 가치, 역사와 전통의 가치 위에 현시점에서의 생활가치를 쌓는 것은 마치 이 시대의 한옥을 새로 짓는 일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함에 있어 한옥을 어떻게 조망할 것인가, ‘신한옥’이라 불리는 새로운 한옥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고 미래상을 제시할 것인가라는 점은 우리 박물관의 배경이 되는 한옥마을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까요. 

 

한옥 클러스터를 조성하면서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표준점, 기준점을 제공하는 게 우리 박물관의 공적 기능을 강화하는 역할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한옥의 전통에 얽매여도 안되지만 역사를 버릴 수 없고, 신한옥의 미래를 제시해야 하지만 뿌리를 버릴 수 없다는 양면성입니다. 그게 신한옥의 범위와 기능을 정하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은 둘 다 취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저희 박물관의 태생적 숙제입니다.   

 

1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의 엠블럼

 


Q.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다. 이에 따른 계획이 있다면.


궁극적으로 10년을 맞아 저희 박물관을 Renovation시키는 것입니다. 이는 마찬가지로 한옥을 리노베이션시키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박물관의 미션 슬로건을 잠정적으로 ‘Future Tradition’이라고 잡았는데요, ‘미래의 전통’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전통이 반드시 과거의 집적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현재가치와 도전들이 쌓이고 가치화된다면 그것이 곧 새로운 미래의 전통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비유하자면 렌티큘러와 같은 박물관을 만들 생각입니다. 어린이 장난감에 주로 쓰는 렌티큘러lenticular기법 아시죠? 오른쪽에서 볼 때와 왼쪽에서 볼 때 서로 다른 그림이 보이는 것이요. 그리고 중간 지점에서는 서로 다른 두 그림이 이어져 연속성과 변화가 동시에 일어납니다. 즉 한편으로 보면 전통 한옥이 보이고, 다른 면에서 보면 신한옥의 미래가 보이는. 하지만 이 둘은 단절과 분리가 아니라 연계와 새로운 구축이라는 중간지대에서 만나는, 바로 그런 지향성을 우리 박물관의 새로운 10년에 부여하려고 합니다. 우리 직원들도 새로운 전통의 계승자가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여러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0주년을 맞아 새 얼굴로 새 단장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10주년을 기념하는 엠블럼을 제작했는데요. 한옥으로 특화되고 전문화된 박물관으로 만들려는 의지를 ‘십주년’이라는 글자의 자음 ㅅ, ㅈ, ㄴ에 담았습니다. 한옥의 지붕 선에서 모티브를 얻은 건데요. ㅅ은 지붕의 옆 선, ㅈ은 지붕과 용마루를 정면에서 본 모습, 그리고 ㄴ은 다시 지붕선, 이 세 개의 선이 모이면 하나로 어우러진 더 큰 한옥집, 리노베이션된 한옥을 형상화하게 됩니다. 

 

한옥의 아름다움과 구조적 특성을 담으면서 더 큰 미래의 전통으로 확장된다는 발전의 의미를 담았습니다. 그리고 이 선들이 연장, 확장되면서 5개의 부속시설로 이어지면서 하나로 묶이는 Tie-up이 되는 것이지요. 저희 디자인 TF의 1차 결과물입니다.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디자인이 단지 시각적 이미지로 그치는 게 아니라 개선을 위한 시도라고 했던 것처럼 저 앰블럼에 저희가 가는 방향에 대한 의지와 의도를 담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곧 새로운 사업으로 이어집니다. 

 

즉, 10주년을 위한 10가지 신규 프로젝트를 준비중입니다. 관람객과 은평구민을 위한 뮤지엄샵도 새롭게 준비해서 4~5월에 런칭할 계획입니다. 저희 박물관 굿즈 뿐만 아니라 은평지역 작가, 소상공인, 지역민의 상품을 발굴하고 기획하는 중입니다. 은평의 자랑 중에 하나인 국립공원 북한산을 소재로 하는 게임도 개발중입니다. 박물관에서 게임을 왜 만드냐고요? 박물관이 전시, 교육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죠. 그건 누구나 다 하는 일입니다. 그것만 해서는 경쟁력도 발전의 새로운 동력도 마련할 수 없습니다. 학습과 교육의 기능을 지니면서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에듀테인먼트의 관점으로 들여다보면 박물관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일들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게임도 개발 중입니다. 은평에 국립한국문학관이 들어온다고 했는데요. 근현대에 이르도록 은평은 많은 문인들이 생활하고 저작활동을 한 글밭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거장 이호철 작가가 있는데요. 올 해 안에 이호철 문학관을 완공할 예정입니다. 기존의 문학관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 비유하자면 매우 색다른 UX(User Experience)의 문학관을 기획중입니다. 이호철 작가와 문학세계를 조명하면서 동시에 문학, 음악, 예술 공연 등 일반 대중 시민에게 열린 새로운 문화체험 공간을 만들고 운영할 것입니다. 개봉박두! 기대해 주세요. 

 

한옥 전문 박물관으로 더 집중 강화시킨다고 했는데, 은평뉴타운 개발 당시 한옥마을을 만든 모든 데이터를 디지털화하고 나아가 전통과 신한옥 모두에 대한 기록과 정보를 한 곳으로 모으는, 이른바 라키비움으로의 본질적인 전환도 10가지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디지털화를 통해 신한옥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 등을 축적해서 한옥과 관련된 사람들과 함께 정보를 공유, 신한옥의 미래를 함께 논의하고 한옥의 새로운 전통과 역사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탈바꿈해 새로운 10년을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즉, 이런 일들은 10주년이라는 단기 사업이 아니라 저희 박물관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하고 지역과 시민을 위한 모멘텀이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당연히 박물관의 미션, 비전 체계도 재확립 중에 있습니다. 저희의 철학을 새로 확립하는 일이지요. 이런 일들이 차곡차곡 쌓여간다면 그것이 박물관과 한옥의 리노베이션이면서 동시에 관람객의 삶의 질과 경험을 리노베이션 하는 게 되지 않을까요? 

 

지금 저희는 새로운 출발선 위에 서 있습니다.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저 뿐만 아니라 저희 박물관의 새로운 후반전, 흥미로운 게임이 될 것입니다. 올해가 용의 해인데요. 용의 특징과 위엄을 내타내는 것 중에 하나가 용의 수염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서 용수철이 나왔지요. 10주년을 기점으로 저희 박물관은 올 한 해 용수철처럼 튀어 오를 계획입니다. 그런데 용수철이란 게 그렇찮아요. 힘을 가하지 않으면 용수철은 그냥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힘을 가해야 용수철이 튀어 오릅니다. 

 

특히, 힘과 압력이 더 클수록 더 높고 강하게 튀어오릅니다. 그 힘과 압력은 저희 직원들의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관람객과 시민들이 함께 힘을 더해 주셔야 합니다. 사랑과 관심이라는 힘입니다. 저희 내부의 변화의 시도와 관람객의 애정이라는 두 힘이 모아져 큰 압력이 될 때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이라는 용수철이 힘차고 멋지게 튀어 오르리라 생각합니다. 사랑해 주세요. 멋진 변화로 답하겠습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표문송 관장
 

facebook twitter

#한옥 #국내유일한옥전문박물관 #한옥전문박물관 #한옥박물관 #은평역사한옥박물관 #은평구 #은평 #표문송관장 

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