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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포커스 인터뷰] 하동을 지키는 사람, 놀루와협동조합 조문환 대표

2023-12-04

하동은 인구 4만 4천명의 작은 군소도시이지만, 다양한 놀거리로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하동을 보고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상품들은 하동 아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민여행사 ‘놀루와 협동조합’을 통해 탄생하고 있다. 

 

놀루와 협동조합(이하 놀루와)은 2018년 조문환 대표가 친구들과 함께 설립했다. 시인이자, 작가이기도 한 그는 원래 하동군의 공무원이었다. 28년간 공무원 생활을 했던 그는 악양면의 면장이기도 했다. 정년이 7년 남았지만 그는 악양면장의 임기를 마치면서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주민여행사 놀루와를 설립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마을을 지키는 일, 하동을 지키는 것이 바로 조문환 대표의 꿈이다. 

 

논두렁 축구대회

 

다담인 다실

 

 

그는 하동을 ‘가고 싶은 곳’으로 만들었다. <토지>의 배경인 평사리 들판을 걸는 ‘평사리들판 슬로워크’, 평사리 들판에서 축구를 하는 ‘논두렁 축구대회’, MZ세대들이 하동차와 차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했던 ‘차마실’과 ‘다담인 다실’ 등, 하동을 베이스로 한 다양한 기획들이 모두 놀루와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놀루와의 대표 상품인 ‘섬진강 달마중’은 한국관광공사 야간관광 100선에 뽑혔다. 이렇게나 재미있고 특색 있는 콘텐츠를 선보인 놀루와 협동조합은 2021년 관광 분야의 대표적인 상 ‘한국 관광의 별’에 선정, 특별상을 받았고, 조문환 대표는 2022년 ‘대한민국체인지메이커’로 선정되기도 했다. 

 

놀루와는 현재 60여 개의 지역사회 단체와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조문환 대표는 여행, 문화기획, 교육, 지역활성화 등을 이루어 내고자 한다. 

 

‘놀루와라 써 놓고 마을한다라 읽는다’라는 슬로건 아래 하동을 지키고 있는 놀루와 조문환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놀루와협동조합 조문환 대표

 

 

Q. 지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처음 어떻게 이 일에 관심을 갖게 됐나.


공직생활을 하면서 지역이 소멸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됐습니다. 이를 민간영역에서 한 번 대응해 보고자 마음먹었습니다. 삶이 무한하지 않고 극히 유한하기에 주어진 시간에 좀 의미 있는 삶을 살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어쩌면 공직생활을 했기에 가지게 된 생각이기도 합니다. 지역을 깊이 알게 됐고, 지역에 대한 애정을 좀 가지게 된 것도 요인 중에 하나일 겁니다.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된 시기가 있었습니다. 2004년이었는데요, 운이 좋았는지 운명이었는지 모르지만 ‘농촌관광’이라는 말을 알게 됐고, 한국농촌관광대학에 다니면서 농촌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됐습니다. 그것이 씨앗이 되어 오늘에까지 이르게 됐지 싶습니다. 

 

Q. '놀루와'를 어떻게 설립하게 됐나.


우리 지역이 활동성이 떨어지고 소멸위기에 있다는 나름대로의 위기감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방식이었고 매개체였습니다. 그러니까 여행사지만 여행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지역소멸에 대응하여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수단으로 여행사를 세웠습니다. 

 

2018년에 조합원 5명이 시작했습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여행사지요. 일명 ‘아웃바운드’가 아닌 ‘인바운드’ 여행사입니다. 그러니까 외지에 있는 분들을 하동으로 오시게 해서 하동을 여행하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이 일에 조합원뿐 아니라 주민과 마을과 예술인 등등 지역이 협력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 지역차원에서 일하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래서 놀루와의 슬로건을 처음부터 ‘협력적 비즈니스 건강한 공동체’라고 설정하고 지금껏 그 모토대로 일 해오고 있습니다. 

 

놀루와협동조합의 로고 이미지

 

 

Q. '놀루와'라는 이름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


여행사인만큼 그 명칭에서 느낌이 물씬 풍기도록 했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고 친근감이 드는 명칭을 선정하고자 했습니다. 조합원들이 모두 의견에 일치를 보고 확정했습니다. 

 

영문으로 써도 모양새가 좋아야 한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일종의 디자인적으로 뒤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즉 ‘NOLLUWA’라고 써 놓으면 멋져 보이기를 원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이름은 잘 지었다고 봅니다. 물론 외부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더군요.

 

 

 

섬진강 달마중

 

 

Q. 단순한 농촌 체험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데.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놀루와의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오직 하동에서만 할 수 있는 콘텐츠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섬진강 달마중’이라든지 ‘차마실’, ‘논두렁축구대회’와 같은 것들입니다. 

 

‘달마중’의 경우는 장소의 발견이 가장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 어떤 장소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섬진강 평사리 백사장일 때 그 가치가 가장 돋보이는 콘텐츠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장소의 발견이 먼저고, 콘텐츠는 그 장소에 맞도록 살짝 얹어만 놓은 모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급적 인위를 가하지 않으려 했고 인위를 더하더라도 최소한으로만 제한하려고 했습니다. 

 

평사리 들판에서 열리는 ‘논두렁축구대회’도 그렇습니다. 이 들판은 하나의 캔버스입니다. 무엇을 하든 이곳에서 하는 행위는 예술이 되고, 행위예술로 연결됩니다. 그 장소의 발견이 먼저입니다. 그러니 다른 곳도 장소의 발견이 먼저이고, 그 다음이 장소에 맞는 콘텐츠를 얹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논두렁 축구대회

 

마을미술관 선돌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달라. 


놀루와의 기반은 마을입니다. 마을이 여행지요, 마을이 회사요, 사무실이요, 활동 공간입니다. 협력하시는 분들도 마을에 삽니다. 마을을 삶터로 만들면 여행자들은 자연스럽게 오게 되어 있다는 생각입니다. 대부분 마을만들기가 주객이 전도되는 일들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관광지를 먼저 만들고 주민들의 삶터는 그 다음이라는 것이지요. 우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마을이 문화적이고, 생태적이고, 삶터가 되면 관광객이나 여행자는 찾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태어난 것이 ‘마을미술관’입니다. 버려진 창고를 창조적으로 변신시킨 것입니다. 창고를 주민 커뮤니티센터로 여행자 센터로 변신시킨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굳이 ‘마을재생’이니 ‘도시재생’이니 하는 거창한 말로 하지 않아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할 것입니다. 

 

외형적 하드웨어뿐만이 아닙니다. 마을과 지역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구성원, 즉 마을주민들의 마음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지역의 창조적이며 젊은 인력을 발굴, 육성 및 교육시켜 마을에 파견하는 일입니다. ‘마을협력가’라 부릅니다. 우선 올해 6명을 마을에 파견했고, 내년에도 비슷한 수의 협력가가 마을에 파견될 것입니다. 앞으로 5년 동안 같은 수의 협력가가 마을에 파견되어 제대로 활동한다면 30~40명의 협력가가 마을에 파견,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게 될 것입니다. 

 

Q. '논두렁 축구대회', '하동들차회 아름다운 찻자리' 등도 기획했는데. 


논두렁축구대회는 2019년에 첫 행사를 열어 가능성을 봤습니다. 코로나19로 멈췄지만 빈 들판을 달구고 여행자도 찾아올 수 있는 겨울철 대표이벤트로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짚으로 공을 만들고 그 공을 들판에서 차는 우리의 옛 놀이문화의 일종입니다.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것이지요. 올해 28개 팀이 참여했는데, 상상외로 즐거웠다는 반응이 대다수였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야외활동을 잘 하지 않고, 특히 청소년들의 경우 휴대폰에 매몰되어 있지 않습니까? 청소년들을 안방에서 들판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좋은 이벤트라 생각합니다. 국내 대표 겨울축제로 발전도 가능하고, 잘만 하면 국제적 이벤트로도 성장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여기에 차를 가미해서 하동의 장점인 차를 융합시켜 문화행사로도 가능하다는 취지에서 하동들차회를 융합시켰습니다. 

 

 

달빛소리여행(야간관광)

 

 

입석마을축제

 

자서전 쓰기 학교

 

 

Q.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을 통해 지역이 변화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점.선.면 효과’라 할까요? 점 하나만으로는 효과를 발휘하기 쉽지 않습니다. 점이 연결돼 선이 되면 점점 효과가 발휘할 것입니다. 그 선이 모이기 시작하면 면이 됩니다. 면이 된다는 것은 지역이 큰 변화를 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아주 미세하지만 선이 되고, 그 선이 여러 가닥 모여 면이 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습니다. 장작 하나로는 화력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여러 장작이 모이면 큰 화력을 발휘하는 것과 같은 것이지요. 여러 개의 선이 그어지고 있고, 그 선이 면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하나의 성공적인 마을이 만들어 지면 이웃마을로 번지게 됩니다. 현재 너 댓 개의 마을이 점에서 출발선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연대’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Q. 지역민간단체로는 처음으로 '한국 관광의 별'을 수상했다. 비결이 무어라 생각하나.


좀 과분한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만 시대를 반영했다고 봅니다. 운이 좋았다는 말도 맞을 것 같고요.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해서 뛰어들고 좌충우돌하고 있다는 것을 중앙정부에서 인정했다는 뜻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별하게 잘 했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시대상황에 맞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점수를 주신 것 같습니다.

 

놀루와의 창업목적 자체가 지역의 활력을 북돋자는 것이었습니다. 여행이니, 문화니 부르짖지만 결국 목표는 지역활력에 두고 있습니다. 그것이 여행으로 표출됐고 미술관이나 마을만들기로 표출됐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다움’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따라하기 식이 아닌 ‘하동다움’을 발굴하고 그것을 갈고 닦는 것이지요. 놀루와의 콘텐츠는 대부분 그런 것들입니다. 여기에 점수를 주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동 평사리들판 볏집아트

 

 

Q. ‘하동 평사리들판 볏짚아트' 행사를 진행하는데, '볏짚아트'라는 말이 참 흥미롭다. 어떤 내용인가.


가을 추수가 끝나면 들판은 휑하니 비워집니다. 볏짚은 소먹이로, 퇴비로 변신하지만, 이것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쌀문화이기 때문에 볏짚은 겨울에 가장 흔한 재료입니다. 이 재료를 그냥 소진시키지 않고 예술재료로 삼는다는 것입니다. 

 

올해 처음 하는 행사인데 작가들이 동참하여 조형물을 만들고, 겨울 내내 들판을 지키고 서서 여행자들을 맞이합니다. 방문자들은 옛 추억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확산시켜 나가길 기대합니다.

 

마을활동가대학 수료 및 파견식

 

 

Q. 지역이 어떻게 변화되길 원하나. 추구하는 지역의 모습은 무엇인가. 


꿈은 원대하지만 현실이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현상유지조차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저의 꿈은 그래서 좀 소박합니다. 지역사회가 지속가능하면 좋겠다는 것인데, 지역이 가진 자원을 바탕으로 한 걸음씩만 발전하고, 그것이 10년, 50년 지속되는 것입니다. 

 

현지인만으로 어려우니 도시에서 귀농, 귀촌인이 가세하고, 청년도, 중년도, 장년도 참여해서 세대를 아우르고 지역을 아울러 소통, 융합하여 따뜻한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 목표는.


새로운 일들을 만들어 내기 보다는 이왕 펼쳐진 일들을 다듬고 깊이를 더해 뿌리가 내리고 열매도 맺혔으면 합니다. 아울러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발굴하여 장소도 확장되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놀루와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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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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