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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특별 기고] 국내 최초의 차 브랜드, 그 역사에 담긴 이야기

2023-05-21

브랜드의 유래 


다른 사람이 만든 물건과 내 것을 구별하기 위해 사람들은 기호나 문자, 도형 등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을 제작해 붙이기 시작했다. 물건을 만드는 사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브랜드와 브랜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로고가 바로 그것이다. 

 

널리 알려져 있기로 미국 남북전쟁(1861~1865) 이후 남부에서 북부로 소떼의 대이동이 시작되자 각 목장의 주인이 자기 소와 남의 소를 구분하기 위해 소에 소인(燒印: 불에 달구어 물건에 찍는 쇠붙이로 만든 도장) 표시를 하면서 브랜드가 시작됐다고 한다. 100년이 넘은 브랜드와 로고는 유럽이나 미국의 것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에도 100년이 넘은 브랜드와 로고가 존재한다. 

 

한국 최초의 차(茶) 브랜드 

 

월출산 야생차밭. 월출산 아래에는 오설록 소유의 야생차밭 10만 평이 펼쳐져 있다. 

 

 

차 브랜드로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국내 브랜드는 오설록이다. 아모레퍼시픽에서 1979년 차 사업을 시작하며 ‘오설록’이란 브랜드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이전인 19세기 말에 ‘우리 차’ 브랜드가 이미 존재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국내 최초의 차 브랜드는 한반도의 남쪽 끝 작은 고장인 전라남도 강진군에서 시작되었다. 

 

고려시대 청자산업의 메카 강진의 차문화 


고려시대에 청자 산업의 메카였던 강진은 청자와 함께 차 산지로 이름난 고장이었다. 특히 월출산 인근 지역은 지리적으로 야생차가 자생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이곳에 조선의 대표적인 차 애호가인 다산(茶山) 정약용이 유배되며 강진은 일약 조선 차 문화의 트렌드세터로 떠올랐다. 

 

월출산 아래 소류지. 월출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이 모여 이룬 소류지. 아름다운 풍광과 맑은 물이 고려시대부터 유명한 차 산지로서의 명성을 보유하도록 했다. 

 

월출산 마을에 자생하는 대나무 숲. 대나무 숲 아래에 차나무가 있어 이 마을 사람들은 대나무 이슬을 마시고 월출산의 찻잎이 자란다고 했다. 

 

강진군 성전면 월남마을. 월남마을은 고려시대부터 명맥을 이어온 차 생산지다. 

 

갓 수확한 찻잎. 초록이 물든 찻잎은 흔들고 말리는 과정을 거듭하고, 덖고, 유념하고, 건조하는 과정을 거쳐 풍부한 차 향을 품은 청차로 거듭난다. 

 

 

유배 생활을 하며 차를 만들고 제자를 길렀던 다산에게는 아끼는 막내 제자 이시헌이 있었다. 유배를 마치고 돌아간 정약용은 제자에게 자신이 알려준 대로 차를 만들어 보내라고 일렀다. 이시헌은 스승님이 알려주는 제다법으로 차를 만들어 한양의 스승님께 보냈다. 스승이 돌아가시고 스승의 후손에게 제자가 돌아가신 뒤 제자의 후손이 매년 차를 보냈다고 한다. 해마다 차를 만들어 택배로 보낸 셈이다. 

 

차 브랜드와 상표, 포장법을 개발하다 

 

 

백운옥판차와 매화꽃 로고. 국내 최초의 차 브랜드인 백운옥판차. 한지 포장의 앞면에 백운옥판차 이름을 찍고 뒷면에 매화 문양을 찍었다. 현대로 말하면 상표개발을 위하여 폰트를 개발한 셈이다. 대량생산을 위해 고무인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스승과 제자의 신의를 지켰던 이들의 ‘차 배송’은 19세기 말 이시헌의 후손인 이한영에게 이어졌다. 이한영은 찻잎을 따는 시기에 따라 분류법을 만들었는데 맥차(麥茶), 작설(雀舌), 모차(矛茶), 기차(旗茶)라는 분류는 지금까지 사용된다고 한다. 이와 함께 자신이 만든 차를 브랜드화하고 로고를 직접 만든 것은 물론 특별한 포장방법까지 고안했다. 한지로 정성껏 포장을 하고 앞면에는 백운옥판차라고 쓰인 도장을 찍고 뒷면에는 매화 로고를 만들어 찍었다. 

 

매화는 특히 한반도의 형상을 토대로 만든 것으로 독특한 미감을 자랑한다. 전해지기로는 일제강점기에 우리 차에 일본 상표를 붙이려고 하자 한반도 지도를 형상화한 로고를 개발해 뒷면에 찍은 것이라고 한다. 

 

금릉월산차. 이한영은 백운옥판차 외에 금릉뤌산차와 월산차 등 세 개의 브랜드를 구축했다. 

 

월산차. 최근 이한영차문화원에서는 옛 차 브랜드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포장에 활용하고 있다. 

 

이한영은 생산한 차의 종류에 따라 ‘백운동판차’ ‘금릉월산차’ ‘월산차’란 상표를 찍어서 판매했던 것으로 보인다. 

 

차를 포장하기 위해 개발한 포장 틀. 생산된 차를 일정하게 포장하기 위해 100년 전 직접 개발했다고 하는 포장 틀. 틀 안에 한지를 깔고 그 위에 차를 넣어 한지로 감싸 포장을 완성했다고 한다. 문헌에 있는 포장 틀을 최근 복원한 것이다. 

 

옛 포장법 재현. 포장틀을 복원하고 문헌에 따라 옛 방식으로 포장한 강진야생차.

 

 

100년 전 이한영은 소나무를 사용해 포장 틀을 직접 제작해서 이용했다고 한다. 차를 포장하기 위해 포장 틀까지 만들 정도로 당시 차 생산량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포장 틀의 제작과 활용법은 문헌으로만 남았는데, 최근 그의 고손녀인 이현정(이한연차문화원장)이 문헌의 내용에 따라 그대로 옛 형태를 복원했다고 한다. 

 

이한영차문화원. 최근 강진군에서는 이한영 생가를 복원하여, 월출산의 풍경과 함께 차를 마시며 힐링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제공 : 이한영차문화원) 

 

 

글_ 이선영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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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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