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29
대통령실 건물 외관 (사진출처: 대통령실)
지난 10월 24일 대통령실의 새 로고가 발표된 이후 한달여의 시간이 흘렀다. 로고가 발표되자마자 디자인계를 비롯, 여론으로부터 엄청난 질타를 받았으나 지금은 다소 잠잠해진 상태다. 자유와 번영을 뜻하는 상징체계로 공개된 새 CI는 검창청의 로고와 비슷하다고 하여 국민들 사이에서 이슈가 된 것이다. 어떻게 이러한 로고가 디자인됐는지 그 과정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로고를 만들다보면 디자인과 개발 단계에서 많은 변수를 맞게 된다. 디자인 과정뿐 아니라 개발업체를 선정하는 입찰제도에도 여러가지 문제점이 존재하고 있는데, 이번 대통령실 로고 개발 과정에서도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었다.
디자인정글은 기자방담을 통해 이번 대통령실 로고에 대한 디자인 과정의 문제점과 입찰제도의 문제점까지 넓게 살펴보고자 한다. 취재기자들이 여러 취재원으로 부터 수집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자유스럽게 이야기하는 형태로 기사를 꾸며 보았다.
진행자: 대통령실 로고에 대한 국민적 반응이 뜨거웠다. 왜 이런 사태가 야기되었는지 현상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아울러 최근 공공기관과 지자체의 CI 관련 입찰 공고가 부쩍 늘었는데 입찰제도와 실질적인 업무 진행상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기자 A: 이번 대통령실 로고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용산시대의 정체성과 국정철학을 담은 것이라 한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기억하기 쉬운 상징체계라고 공개를 했는데, 디자인 결과물에서 문제가 터진 것이다. 대통령실은 로고를 발표하면서 봉황과 무궁화를 조화롭게 배치했고, 대통령실 건물을 형상화해 용산시대를 알렸다고 밝혔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면 봉황, 건물, 무궁화 등 3가지 요소로 디자인한 것인데, 이것이 새로운 대통령실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담고 있는지, 과연 새롭게 정체성을 잘 나타낸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기자 B: 기업이든 기관이든 새로운 CI를 발표하면 사람들의 호불호가 갈려서 항상 논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특히 이번 대통령실 로고는 청와대가 아닌 용산시대를 여는 윤석열 정부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라서 더욱더 관심의 촛점이 된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검찰과 관련돼 계속해서 비판받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청의 로고와 비슷한 디자인이 나오게 됐다는 건 실수가 분명하다. 로고 발표 후 야기될 국민적 반응에 대한 대책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기자 C: 대통령실의 로고 뿐만 아니다. 로고타입 역시 대한민국 정부서체를 통해 국민소통을 강조했다고 하는데 그 부분도 아쉬운 부분이다. 진정으로 국민소통을 강조하려고 했다면 개발단계부터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의견 수렴 및 선호도 조사 등을 진행했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좀더 다른 디자인이 나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내부적인 논의만을 통해서 디자인을 결정했거나, 이 분야 전문가들의 세심한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은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0월에 발표된 대통령실 로고 (사진출처: 대한민국 대통령실)
검찰청 로고 (사진출처 : 검찰청 공식 홈페이지)
기자 D: 윤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계속 하향선을 기록하고 있다보니, 어떤 개발업체가 로고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국민적 비판을 받는 건 피할 수 없는 결과라 생각된다. 특히 용산 대통령실 건물을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마치 검찰청의 로고와 비슷하게 표현된 것이 더 이슈를 키웠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실 로고 패러디 모음 (사진출처: 네이버)
기자 E: ‘국민을 위한, 국민에게 열린’을 강조하고 있으면서 정작 국민들의 의견 수렴이 부족했던 건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기면서 윤석열 대통령도 새로운 정체성을 담은 멋진 로고를 제시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건물을 단순화시키는 과정에서 검찰청의 로고와 비슷하게 만들어진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건물을 형상화하되 표현 방법을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오늘날 이런 문제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진행자: 로고는 모름지기 결과물만 가지고 평가되는 것이다. 진행과정에서의 수많은 논의들은 모두 다 이슈 뒤에 묻히게 된다. 그래서 로고는 만든 사람과 의사결정에 참여한 사람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개발업체든 의사결정 기구든 수많은 논의과정을 거치면서 진행이 됐을텐데, 과정 중 하나인 검증 단계가 생략되었거나 검증과정에서 중요한 실수를 한 것같다.
기자 E: 로고를 디자인을 할 때는 특히 부정적 연상 부분에 대해서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이번 발표된 로고는 바로 그 부분에서 좀 소홀하지 않았나 판단된다. 로고는 개발업체 혼자서 만드는 게 아니다. 의사 결정기구와 긴밀한 논의 과정을 통해 최종안이 만들어지는 법인데, 과연 이 부분에서 소통이 원활히 되었는지 의문이 든다. 의사결정 기구로 ‘대통령실 새이름위원회’라는 심의기구가 있었다는데, 그 심의기구에선 무엇을 논의했고 어떤 것을 체크했는지 궁금하다.
기자 A: 디자인 개발 및 의사결정 방법 등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었다는 데 동의한다. 특히 이번 대통령실 로고와 같이 중요한 프로젝트에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투명한 절차를 보여주면서 국민들에게 모든 과정을 공개하는 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탑다운 방식이 아니라 버텀업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그러나 시간에 쫒기다보면 이런 과정들이 생략되기 일쑤다. 실제로 이런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패스트 트랙 방식으로 발주자 측으로 부터 재촉을 받게되고 의사결정도 통보 위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오로지 결과물만 뽑아내기에 급급할 게 아니라 충분히 리뷰를 하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했어야 했다.
기자 B: 디자이너들이 컨셉을 정해가면서 만들어봤자 결국 윗선에서 결정을 뒤집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사실 그 점에서 모든 문제가 발생되는 것이다. 특히나 국민들이 가장 예민하게 생각하는 로고를 개발하고 결정하는 일에 있어서는 국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는 식으로 진행을 했어야 했다. 그런 과정들이 전제되지 않는한 이러한 문제는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논란이 되었던 대통령 취임식 로고(사진출처: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논란 이후 변경된 제20대 대통령취임식 로고(사진출처: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기자 C: 이번 논란이 이번 정부에서 처음 일어난게 아니다. 대통령 취임식 로고 발표 때도 논란이 있었다. 그땐 문제가 생기자 재빨리 수정해서 새 로고를 선보였다. 어찌보면 이번이 두 번째 논란이다. ‘두 번 밖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계속해서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건 디자인 개발 시 검증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외부에서 제3자가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단계가 생략되어서 생긴 문제다. 국민들의 의견 수렴 과정과 외부 전문가 집단의 검증 과정이 충분했더라면 이런 문제는 발생되지 않았을 것이다.
기자 D: 명쾌한 지적이다. 특히 중요한 CI를 결정할 때 의사결정 기구에서 논의하는 것으로만 끝내서는 안된다.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수렴 과정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대한민국 정부 상징체계를 만들 때에도 의사결정 기구인 심의위원회 외에도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별도의 의견 청취 과정을 거쳤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대통령실 로고 개발 과정에서는 그런 단계가 생략되었던 것이다.
기자 E: 최종 의사결정자의 안목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번 대통령실 로고를 결정짓는데 최종 의사결정자가 대통령일텐데, 과연 대통령이 시시콜콜 의견을 제시했을까. 분명 심의위원회에서 디자인안을 최종 결정했을텐데, 결국 그들의 안목으로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당연히 이번 문제의 1차적인 책임자는 로고를 만든 개발업체다. 그래서 로고를 만든 개발업체의 능력에 대해서도 의심이 간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개발업체가 선정된 경위를 들여다 보니 입찰방식에서도 문제가 좀 있었다. 이런 프로젝트는 공개 입찰이 아니라 지명경쟁 입찰방식으로 진행됐어야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한민국 정부 상징체계 개발도 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자격을 갖춘 몇 개 업체만 지명해서 경쟁을 시키는게 옳다. 시간 여유가 없이 진행될 수 밖에 없는 중요한 프로젝트에선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래야만 실력있는 업체들이 참여해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좋은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경우처럼 수준이 못미치는 업체가 낮은 가격으로 수주하게 되면 정말 속수무책이다.
진행자: 용역 입찰방식이나 용역업체 선정 과정에서의 문제점들을 지적해 주었는데, 이 문제들에 대해 좀 더 논의해 보자. 최근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 CI 및 브랜드개발 입찰공고가 부쩍 많아진 편인데, 여기에 문제점은 과연 없을까.
제안서 평가결과를 나라장터에 공개하지 않고 개별통보하는 한 공공기관의 제안요청서 일부 (사진출처: 나라장터)
기자 A: 올해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용역 입찰 양상들을 보면 입찰 공고만 존재할 뿐 입찰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걸 수 없이 목격했다. 어떤 업체가 선정됐는지, 평가 점수가 몇 점인지 이런 걸 아예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 경우 입찰 참가자 입장에선 심사과정이 과연 공정하게 진행 된 것인지 의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점수라도 공개되면 자신의 단점이라도 알수 있겠는데, 그런 것조차 없으니 무슨 이유로 입찰에서 떨어졌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특히 올해 새로운 정부 출범 이후 유난히 그런게 많았다.
기자 B: 실제로 경쟁입찰에서 PT를 참가해보면 심사위원들이 궁금해서 물어보는 질문들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점수를 깎아내리려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게 느껴진다. 이런 경우를 당할 때마다 심사가 과연 공정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정업체와 결탁된 심사위원들로만 구성된 것같다는 의심이 들 때가 많다. 또 심사위원들은 심사 실시 전에 잠깐 과업 내용에 대해 설명을 듣고 평가에 참여하기 때문에 실제 입찰용역의 과업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좀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겉만 번지르하게 제안서를 만들고 화려한 영상물 등으로 심사위원을 현혹하는 회사가 좋은 평가점수를 얻는 모순점이 생기는 것이다.
직접방문접수를 요청하는 한 공공기관의 입찰공고 일부 (사진출처: 나라장터)
기자 C: 언제부터인지 온라인으로 제출하는 방식조차 많이 없어지고 있는 걸 느낀다. 가격제안서 같은 경우도 전자입찰로 하지 않고 오프라인으로 밀봉해서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전자조달시스템을 갖춘 우리나라에서, 요즘 같은 최첨단 시대에 아직도 오프라인 방식으로 입찰을 실시하는 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기자 D: 그동안 그런 문제점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뀌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심사위원 선정에 있어서도 공정성이 의심되는 부분이 많다. 입찰 공고와 더불어 평가위원을 모집하는 공고를 동시에 내는 경우가 있지만, 심사위원을 미리 내정하고 형식적으로 공개 모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때도 있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심사위원 선정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발주기관의 농간이 작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심사위원 선정하는 일은 발주기관 측에서 직접 하기보다는 제3의 기관에 의뢰해서 추천 받는 것이 훨씬 더 공정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정부대전청사전경 (사진출처: 조달청)
기자 E: 요즘엔 입찰 공고나 입찰 결과를 조달청의 나라장터에 올리지 않고 발주기관의 홈페이지에 올리는 경우도 자주 눈에 띄는데, 이 경우 하나하나 따져보면 의심되는 부분이 많다. 뭐니뭐니해도 온라인으로 입찰 공고를 하고, 온라인으로 평가하는 방식이 가장 투명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외의 방식은 발주기관 측의 농간이 얼마든지 작용할 수 있으므로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 볼 수 밖에 없다.
진행자: 그 의견에 동의한다. 어찌보면 가장 투명한 방법은 모든 과정을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접수하고, 온라인으로 평가하고, 온라인으로 결과 발표해야 투명성이 보장되는 것이다. 그러나 IT강국이라는 나라에서 일일이 제안서를 출력하고 제본해서 발주기관에 직접 방문하고 제출해야 하는 게 과연 맞는 방법인가. 이것이야말로 국가적인 낭비 아닌가. 조달청의 첨단화된 방식이 잘 구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봉투에 넣어서 가격을 제출한다든지, 심사위원 앞에서 반드시 대면으로 PT를 해야 하는 것 등은 개선할 여지가 너무도 많다.
기자 A: 제안서 평가를 아날로그식의 전근대적 방식을 고수하는건 분명히 꼼수를 부리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심사위원을 선정하는 것도 서류 제출 시 현장에서 3배수로 추천된 심사위원 명단을 추첨으로 뽑는다. 탁구공이 들어있는 박스에서 집어서 몇 개 고르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이 모든 과정들이 공정성을 위장하기 위한 제스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실 투표를 한 이후엔 심사위원 선정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제출한 업체는 전혀 모른다. 이러한 과정 역시 온라인을 통해 랜덤으로 고르고 시스템을 통해 결정하도록 하는게 좀더 형평성에 맞다고 생각한다. 심사위원 선정과정도 모집 공고를 통해 구성하는 그 과정자체도 특정업체가 심사위원 구성을 얼마든지 자기 입맛에 맞게 할 수도 있는 굉장히 쉬운 구조다. 한국디자인진흥원과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의 인력 풀을 이용해서 심사위원 명단을 작성하는 방법을 도입하면 어떨까 싶다.
기자 B: 정량평가에 대한 기준 자체도 특정업체에 유리하게 기준이 설정된 경우를 가끔 본다. 최근 모 지자체의 도시브랜드 개발 용역 입찰 사례에서는 디자이너를 20명 이상 정규직 직원으로 보유해야만 만점을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두었다. 국내에서 20명이상의 전문인력을 보유한 디자인 전문회사는 손꼽을 정도다. 이 숫자를 넘어서는 회사는 브랜딩만 전문으로 하기 보다는, 제작 및 시공까지 겸비한 종합 디자인 회사인 경우가 많다. 전문회사라기 보다는 문어발식으로 운영하는 디자인 대기업인 셈인데, 이런 회사가 정량평가에서는 유리하게 점수를 받는 구조다. 회사의 인력 수에 대한 점수를 과도하게 설정하는 것 자체가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기준 설정으로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자 C: 제안서를 직접 제출하게 하는 시스템도 개선되어야 한다. 발주기관이 지방인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제안서를 제출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제안서 제출시 까다로운 담당자라도 만나 퇴짜라도 맞는 날이면 그야말로 죽음이다. 서류를 재작성해서 똑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영세한 전문회사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부담이다. 그런 것들 하나하나 따져보면 모두가 낭비요소들이다. 제안서를 온라인으로 제출하되 출력만이라도 발주기관에서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제안서 양식이 통일될 수 있을 것 아닌가. 온라인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부정의 소지가 있는 것이고 업체측에도 큰 부담을 주게 되는 것이다. 이 모두가 국가적인 낭비다.
기자 D: 가격제안서의 경우에도 온라인으로 제출하면 시스템 상에서 개봉하기 때문에 좀 더 공정하다고 할 수 있다. 직접 제출하는 방식은 발주기관 측에서 나쁜 마음만 먹으면 밀봉한 봉투를 뜯어서 미리 가격 확인하고 특정업체에게 정성평가 등에서 유리한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가격제안서 만큼이라도 모두 온라인으로 제출하도록 통일되었으면 좋겠다.
기자 E: 제안서 심사 후 평가 점수를 비공개로 하는 것도 참여한 업체들에게는 의심을 주는 요소가 된다. 모든 점수는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서 공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온라인으로 모든 심사과정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공정할 것이다. 업체명 뿐만 아니라 발표자의 얼굴도 나오지 않게 하고, 모든 PT 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하면서 제안서 발표자료만 가지고 평가한다면 심사위원의 부조리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상당수의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이러한 방식으로 시행하여 좋은 선례를 남긴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기관에 파급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디자인 용역 입찰에 관한 행정 매뉴얼 같은 것을 만들어 각 기관에 배포하고 입찰 담당자들을 교육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진행자: 온라인으로 입찰의 모든 과정을 진행하는 것만이 가장 공정한 방법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대한민국 조달청이 세계 최고의 전자 조달 시스템을 갖고 있다. 그런데 왜 지자체나 공공기관들이 그 방법을 쓰지 않을까? 분명 거기엔 꼼수가 있고 뭔가 감추려는 속셈이 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부턴 입찰 방식 개선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기자 A: 디자인 업계의 구조와 시스템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CI 및 브랜딩 업계의 전체 시장규모를 피자 한판으로 보면, 피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거기서 경쟁업체들끼리 피튀기게 싸우면서 자기가 얼마나 더 가져가느냐에 대한 경쟁을 하고 있다. 말하자면 제로섬 게임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경쟁을 하더라도 페어플레이를 해야 한다. 최근 추세를 보면 매출규모나 직원수 등 큰 회사들이 경쟁에서 득세하는 양상을 볼 수 있다. 소규모 전문회사가 수주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이렇듯 생태계가 독과점 체제로 가다보면 영세업체는 하루아침에 문닫거나 사라질 수도 있다. 디자인 업계의 공룡기업들은 계속 몸 부풀리기에 혈안이 되고 있다. 퀄리티나 서비스 등 내실을 다지기보다는 회사 규모나 화려함으로 발주기관을 현혹하는 경우가 많다. 디자인 분야는 규모의 경제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영역이다. 당연히 전문성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심사 기준도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
기자 B: 입찰공고에 제시된 제안요청서나 과업지시서 같은 것을 보면 다른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것을 그대로 베껴서 내놓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제출 방식으로 계속 고착화되는 것같다. 조달청과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지자체나 공공기관에 온라인 방식을 권고하면 좋겠다. 입찰 참가자격을 보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들도 있는데, 정량평가 부분에서 매출액이나 직원수 같은 항목으로만 점수를 매기는건 정말 모순이다. 회사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보다 실력과 경험 등일텐데, 이런걸 어떻게 계량화하여 평가할 수 있는지 그 방식을 찾아내는 게 급선무가 되어야 한다.
진행자: 사실 회사의 능력을 계량화하여 평가한다는 게 가장 어려운 문제다. 매출액이나 직원수 등 숫자 상으로 드러나는 걸로만 평가하려고 하니까 덩치만 큰 회사가 유리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반복되는 건 최소한 막아야 한다.
방문제출 및 제본 방법 등이 명기된 지자체 입찰 제안요청서 일부 (사진출처: 나라장터)
기자 A: 오프라인 제출을 강요하는 이유가 과연 뭘까 생각해 봤다. 결국은 발주기관의 담당 공무원이 자신의 할 일을 줄이기 위해서 우리 용역업체들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어떤 공공기관의 입찰에서 온라인으로 제출한 적이 있었는데 PT 장소에 노트북을 쫙 깔아놓고 파일 설치까지 다 해놓았더라. 이렇게 하면 모든 일이 간단하게 해결될 일인데도 자신들이 세팅하고 준비하기 싫으니까 업체들이 제안서를 보기 좋게 만들어오면 그걸 깔아 놓기만 하면 된다는 식인 것같다. 심지어는 인덱스까지 붙여서 어디에 페이지가 있는지 그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뭔가 자신들의 업무를 덜기 위해 업체에게 떠넘기는 행위만 없어도 업체들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기자 B: 제안서 제출 방식에서도 개선할 점이 너무 많다. 왜 반드시 제본된 출력물로 제출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가장 원시적인 방법이다. 심지어 제안서 출력물을 발표용과 제출용으로 따로 준비하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거야말로 정말 갑질 중 최고 갑질이다. 제본방법까지 지정을 해서 그 양식에 맞지 않으면 제안서 접수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사소한 것부터라도 개선이 되면 좋겠다. 발주기관의 횡포이자 갑질의 대표적 사례다. 담당자들은 입찰 공고 내용에 한 줄 정도 적기만 하면 그만이지만 업체들은 거기에 맞추기 위해 등골이 휜다. 제안서 제출 방식을 까다롭게 하면 할수록 특정업체에 이익을 주려는 의도로 의심 받을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기자 C: 심사위원들이 제안서의 질적인 내용으로만 평가를 해야하는데, 시각적인것에 현혹되어 업체를 선정하다보면 업체들간에는 제안서를 화려하게 꾸미는 쪽으로만 경쟁이 치닫게 될 수밖에 없다. 비용을 들여서라도 더 화려하게 치장하려는 노력들만 하게 된다. 최근 제안서에 영상물을 첨부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는데, 가뜩이나 제안서 제출을 위해 비용, 인력, 시간 등 엄청난 에너지를 쏟게 되는 상황에서 그런 필요없는 일에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이 더 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자 D: 정식공고가 올라오기 전에 나라장터에 사전규격이 뜨는데, 최근 거기에 의견 댓글을 달려고 보니 조달청 측에서 먼저 댓글을 달았더라. 본 과업은 온라인으로도 진행이 가능하니 이를 검토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조달청이 이런 걸 요청할 정도면 지자체나 공공기관들이 온라인으로 입찰을 진행하는게 아직도 인식이 덜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달청의 온라인 입찰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나 공공기관들이 왜 이런 것을 잘 활용못하는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직접 제출과 10부 이상의 종이 제본 방식을 선호하는 공공기관 (사진출처: 구글)
기자 E: 제안서를 발주기관에 직접 제출하려면 교통비도 많이 발생한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정책으로 공공기관 대부분이 지방의 혁신도시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이런게 한 두 건이면 문제 없겠지만 횟수가 많아지면 되면 업체 측에서도 비용적인 부담이 커지는게 사실이다. 이런 낭비가 없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 제출도 온라인으로 하고 PT 평가도 온라인으로 하는 원스톱 방식으로 일원화 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장려했으면 좋겠다.
진행자: 업체들간에 경쟁을 하다보면 과잉경쟁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 이로인해 불필요한 비용들이 추가적으로 들어갈 수도 있는 것아다. 어떤 기관이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어느 특정 기간에 공고가 몰리는 걸 조정할 수 있는 기관이라 하면 역시 조달청밖에 없을 것이다.
기자 A: 업체들이 입찰 경쟁에서 수주를 하면 기업의 성공적인 이익으로 연결되지만 탈락했을 땐 거기에 들어간 많은 비용이 일순간 물거품이 되기 때문에 항상 리스크를 안아야 한다. 그러면 회사 입장에서는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일년을 사이클로 보았을 때 ‘보릿고개’에 해당하는 비수기가 있고, 반대로 어떤 시기엔 입찰 공고가 계속해서 몰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어디에선가 조절하는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
대형업체가 승자독식하는 용역입찰 현장(사진출처: 구글)
기자 B: 입찰공고가 일순간에 몰리는 것보단 전체적으로 적절히 배분되어 모든 업체들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갔으면 좋겠다. 인원 수가 적은 영세업체의 경우엔 입찰 공고가 아무리 많아도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여기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생긴다. 인원 수가 많은 대형 업체가 저인망 식으로 쓸어가는 것이다. 영세 업체들은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면 점점 실적을 쌓지못하게 되고 결국 도태되는 구조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용역 입찰같은 것도 시기 배분을 좀 해서 모든 업체가 골고루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여건이 주어져야 한다.
진행자: 제안서 제출 상의 개선도 필요하지만 PT과정 상의 문제도 많을 것이다. PT 현장에서 만나는 심사위원들의 행태와 자질에 대해서, 그리고 심사위원 선발 등 제도개선에 대해서도 얘기해보자
기자 A: 심사위원들이 발표장에서 내용을 잘 모르고 질의하는 경우도 많은데 정말 가관이다. 당일 연락받고 참석해서 내용을 숙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밖에 없다. 발주기관 측에서도 심사위원들에게 과업지시서 등을 사전에 교부하고 숙지를 한 상태로 심사를 하도록 해야 맞다. 그래서 심사위원들에게 발표자료를 사전에 뿌리는 경우도 있는데, 어찌보면 과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제안업체 측에서는 제안서의 포맷이나 내용 자체가 회사의 기밀에 해당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그런 행위들이 참여업체에겐 불편할 수도 있다.
기자 B: 나는 PT 심사과정이 어느정도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온라인으로만 했을 때 부정이 없을까. 오히려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PT 발표는 비대면보다 대면으로 하는게 심사위원들의 행태를 관찰 할 수 있어서 더 공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제안서 제출하는 방식에 있어서 만큼은 온라인으로 하는게 맞지 않을까 싶다.
온라인 제안평가 모니터링 현장 (사진출처 :페이스북)
기자 C: 실제 PT 발표장에 가보면 심사위원들이 제안서를 자세히 보는게 아니라 그냥 훑어보는 정도다. 그래서 책의 형태로 제본한다는 건 별 의미가 없고 비용만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컴퓨터 화면 만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을 구태여 책자 형태로 제출해야 하는지 그것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심사위원 선정에 있어 일반화된 제비뽑기 방식 (사진출처 : 구글 )
기자 D: 심사위원 선발 제도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을 것 같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용역입찰 공고를 내면서 평가위원도 공개 모집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3배수 정도로 평가위원 후보자를 만들어 놓고 참여 업체가 제비뽑기를 해서 심사위원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공정성을 강조하느라 생긴 방식이겠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자기에게 유리한 심사위원을 한 명이라도 더 집어넣기 위해 친분있는 교수들을 찾아 공개모집에 응해 달라는 부탁을 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특정업체의 로비가 시작되는 거다. 자기에게 유리한 심사위원들을 참여시켜 놓고 심사위원의 명단을 빼내기도 한다. 그리고 심사 당일 전방위의 로비전에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기자 A: 그래서 심사위원들의 참여 횟수를 제한하는 제도도 필요하다. 한 사람이 일년에 몇회 이상 참여할 수 없도록 규정을 두는 것이다. 같은 사람이 매번 용역 입찰 심사마다 계속 한 업체에게 점수를 몰빵하는 이런 상황들을 막아야 한다.
기자 D: 소위 ‘심사꾼’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저기 심사위원으로 얼굴을 내민다. 이러한 사람들이 로비의 대상이 되기 쉽다. 보통 PT 하루전이나 당일 새벽 금품 살포가 이루어지기도 한다는데, 명단이 막 돌아다닌다는 설도 있다. 마치 정치판의 혼탁한 선거전을 연상시킨다.
조달청 로고(사진출처 : 조달청 공식 홈페이지)
한국디자인진흥원 로고 (사진출처: 한국디자인진흥원 공식 홈페이지)
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 로고 (사진출처 : 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 공식 홈페이지)
기자 A: 이런 것들에 대한 어떤 규제나 제한이 필요한건데 과연 누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디자인 용역 입찰을 관리하는 일종의 기구가 있어야 할 것 같다. 비리를 저지른 심사위원들을 고발할 수있는 창구라든가 심사위원들의 인력 풀을 관리할 수 있는 무언가가 마련돼 있어야할 것 같다. 부당하게 심사를 하거나 비리를 저지른 심사위원으로 한번 명단에 오르면 그 사람을 심사위원에서 배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거다. 그러면 그런 일울 과연 어디서 해야하나. 공정한 선거를 위해 선거관리위원회가 존재하듯, 용역 입찰의 공정한 관리를 위한 심의기관이 별도로 설립되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조달청에 부서를 하나 설치해도 좋고 또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이라면 한국디자인진흥원(KIDP)이나 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KODIA) 같은 곳에 이러한 기능을 추가해도 좋을 것같다.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이러한 용역입찰 심사과정을 공정하게 관리하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기자 E: 업체가 조달청에 입찰자격을 등록하는 것처럼 심사위원도 조달청에 평가위원으로 사전에 등록을 하게 하고 거기서 심사위원들을 온라인을 통해 랜덤으로 골라서 심사위원으로 위촉하는 방식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리고 심사가 끝난 후엔 업체측에서도 심사위원에 대한 평가까진 아니더라도 심한 갑질을 하거나 부당하다고 생각하되는 부분을 적어서 조달청에 제출할수있게끔 하면 좋겠다. 부당한 심사가 누적된 심사위원 같은 경우에는 다른 심사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시스템을 온라인으로 갖춰 놓으면 심사위원들의 공정성이 좀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진행자: 이제 화제를 바꾸어 용역입찰에서 떨어진 업체에게 최소한의 비용을 보상해 주는 ‘탈락보상금 제도’에 대해 얘기해보자. 소위 ‘리젝트피’라고 하는 이 비용에 대해서는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들의 오랜 숙원 사항이기도 하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예산이 없어 못주는게 아니다.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못주는 것이다. 계약법에 한 줄 만이라도 명문화 되어 있으면 가능한 일인데, 오래토록 실천되지 못하고 있다.
기자 A: 발주처별로 용역 과업에 책정된 기초 예산이라는게 있다. 그런데 업체는 입찰시 그 기초예산 그대로 가격을 제시하는게 아니라 그 보다 낮은 가격을 써내기 때문에 차액이 분명 발생한다. 그 차액을 탈락보상금으로 책정을 해서 탈락 순위에 따라 차등적용해서 최소한의 비용이라도 보상해주면 안될까. 그러면 업체들은 숨통이 트일 것이다. 하다못해 제안서 제작에 든 복사비와 대면 PT를 위해 들어가는 교통비라도 보상해줘야 할 게 아닌가.
기자 B: 협상에 의한 계약이더라도 입찰 예정가보다 보통 10~30%정도 낮게 낙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거기서 생기는 차액을 탈락보상금으로 주자는 의견에 적극 찬성한다. 낙찰 차액은 보통 전액 국고로 귀속시키는데, 이 금액 중 일부를 탈락보상금으로 주는 법적 근거만 만들면 되는거다. 지금의 용역입찰 제도는 승자 독식의 세계다. 낙찰자는 거의 모든걸 거머쥐지만 아까운 점수차로 2등을 한 업체는 국물조차 없는 게 지금의 제도인 것이다. 적어도 2, 3등 탈락자에게 만이라도 일정액의 보상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기자 C: 용역입찰을 거의 독식하는 업체가 발생하는 경우도 문제다. 최근에 그게 크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수주만을 위해 영업에만 몰입하는 업체가 있다. 수주를 많이 해놓고 하도급으로 해결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업무량이 많아서 과업 수행이 부실해질 수도 있다. 그런 업체가 입찰 용역들을 다 독식하면 상대적으로 나머지 업체들은 힘들어지는 게 당연하다. 이런 부분에도 제도적인 장치를 두면 좋겠다. 특정기업이 전체 용역시장 안에서 30% 이상을 못 가져가게 해서 다른 기업들도 자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만 한다. 그래야 산업 생태계가 공정해지고 건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기자 D: 용역 입찰 전부를 일일이 관리하기엔 어려운 문제가 분명 많을 것이다. 건설분야의 정부 발주 제도같은 것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참고하고 도입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같다. 시장독점을 조정하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기관도 있는 것인데, 우리 분야는 워낙 시장규모가 작다보니 그런 부분까지 손이 뻗치지 못하는게 문제인 것이다. 우리 분야에서도 독과점의 문제에 대해서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무엇보다 해당 기업이 스스로 과식하지 않도록 조절을 해야하는데, 그건 개별 기업의 문제이지 제도적인 문제는 아닌 것이다. 그러나 제도적으로도 뭔가 특정업체가 독과점으로 가는 걸 제한할 수 있는 감시 기구가 필요하다. 이것은 우리 분야뿐 아니라 더 넓게는 지식기반 서비스업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다. 제안서와 PT 방식으로 평가하는 분야가 우리 분야만 있는 게 아니고 인접 분야에도 많다. 그와 관련된 산업 모두에게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기자 E: 탈락보상금에 대한 법적기준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승자가 모든걸 독식하는 상황에서 이런 경우엔 수주한 업체가 일정 금액을 따로 떼서 그걸 참여한 기업들에게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적어도 2, 3등 업체까지는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이게 정부 차원의 제도로 불가능하다면 업체간에 불문율이라도 정해서 업체 스스로 그런 보상을 할 수 있는 룰이 도입될 수 있으면 좋겠다. 일종의 자조금 같은 제도인데, 그냥 스쳐지나간 아이디어지만 한번 연구해 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정글 대나무숲 로고(사진출처: 디자인정글)
진행자: 오늘 우리 업계의 문제점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고 열띤 토론이 있었다. 업계의 가려운 부분을 속시원히 긁어준 것같다. 앞으로도 ‘디자인정글 대나무숲’ 코너를 통해 업계의 문제점들을 속속들이 파헤쳐 나갈 수 있도록 기자의 예리한 시각을 계속 견지해주길 바란다.
*기자방담 참여기자_ 임한균 기자, 한승만 기자, 박아름 기자, 송윤석 기자, 김수연 기자
*진행 및 정리_ 최유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