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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디자인 인플루언서] 영국 대표 어반 컨템포러리 아티스트 디페이스의 작품 세계

2022-09-08

뱅크시, 쉐퍼드 페어리와 함께 협업하는 영국의 대표 어반 컨템포러리 아티스트 디페이스(D*FACE, Dean Stockton, b.1978)의 전시가 국내 최초로 스페이스 파운틴에서 열린다. 

 

전시 전경

 

 

스페이스 파운틴은 대형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과 일상이 만나는 순간을 만들어 온 주식회사 비빅이 2022년 새롭게 개관한 예술공간이다. 2014년 석촌호수 ‘Rubberduck Project Seoul’을 통해 노란 오리 신드롬을 만들었던 디렉터와 큐레이터, 그리고 건축과 디자인, 조형물, 공공미술, 아트상품 등의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공간으로, 1970년대 후반 도시를 점령했던 반예술의 아이콘 그래피티와 스트리트 아트, 사진과 광고와 영상과 영화 등과 교류하며 시각문화의 영역을 확장한 도시미술(Urban Contemporary Art), Web3.0과 함께 메타버스로 확장되는 NFT Art까지, 초현대미술(Ultra Contemporary Art)의 새로운 시각예술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장소가 되고자 한다. 

 

전시 전경

 

 

아티스트 디페이스의 작품은 밝고 경쾌한 팝아트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지만 녹색의 피부, 파란 머리칼, 해골과도 같은 모습이 나타난다.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과 현대사회의 불안과 공포를 환기시키고, 끊임없는 욕망의 주체이자 폭력과 공포의 주체로서 갈등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러한 이미지들은 밝고 경쾌한 팝아트의 도상에 인간 내면의 욕망과 불안감을 내포하는 상반된 요소를 결합시켜 소비사회와 매스 미디어의 폭력성을 노출한 것으로, 인간의 욕망을 극대화해 소비하도록 강요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숨겨진 질서를 나타낸 것이다. 

 

런던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어린 시절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뒷골목을 누비면서 자연스럽게 그래피티를 접했고, 자신이 고안한 이미지를 스티커로 제작, 거리 곳곳에 붙이며 예술에 대한 꿈을 키운 디페이스는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 영국과 유럽, 미국 등을 배경으로 도시 경관을 만드는 시각 예술을 선보이는 어반 컨템포러리 아티스트다. 그래피티와 팝아트, 디자인적인 요소가 혼합된 독창적인 도상을 기초로 하는 벽화 작업을 진행, 2005년 첫 개인전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두고 저항과 자유의 에너지와 사회 비판적인 요소를 위트 있게 결합한 아이콘을 통해 기존의 시각문화를 뒤엎는 새로운 예술을 선보였으며, 뱅크시 이후 영국 도시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천사의 날개를 달고 있는 D*DOG 캐릭터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광고, 만화책, 영화, 팝아트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랑에 빠진 남녀의 모습에 깊게 팬 흉터와 앙상한 뼈가 드러나는 이질적인 상징들을 혼합시켜 인간 내면의 욕망과 소비 사회의 폭력적인 뒷모습을 조명한다. 

 

자신만의 고유한 양식과 스타일, 정체성을 확립한 디페이스는 1950-60년대 코믹북에 등장하는 양식화된 주인공들과 욕망과 죽음, 공포를 대변하는 여러 상징을 혼합해 현대 사회의 숨겨진 이면을 들여다보는 강력한 도상을 창조하면서, 대규모 벽화작업을 통해 예술과 낙서, 거리와 미술관의 벽을 허물고 대중과 소통하는 도시 미술을 발전시켰다. 

 

관능미 넘치는 남성과 여성의 통속적 이미지에 불안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여러 요소를 ‘aPOPcalypse’라는 특별한 스타일로 선보인 작가의 종말론적인 팝 이미지들은 전 세계 도시의 대형 벽면으로 확장되면서 가려져 있던 소비사회의 힘과 욕망, 좌절과 상처를 드러내는 독특한 화면으로 발전한다.

 

작가는 1960년대 광고, 잡지, 텔레비전 등 매스 미디어에서 접한 전형적인 소비문화의 이미지들과 아메리칸드림을 대변하는 도상들을 차용한다. 특히 금발의 여성과 강한 남성이 등장하는 코믹북의 양식화된 이미지를 독창적인 팝아트의 도상으로 변화시킨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Fox Lichtenstein)의 인물들은 그의 작품에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작가의 주된 작업은 도시의 광고판만큼의 거대한 크기의 벽화에서 시작된다. 런던을 비롯해 파리, 라스베이거스, LA, 하와이, 마드리드, 시애틀, 레이캬비크(아이슬란드), 도쿄와 벨기에, 포르투갈 등의 주요 도시에서 대형 벽화작업으로 완성된 그의 작품들은 회화와 조각, 수작업(핸드) 프린트 작품들로 이어진다.

 

이번 전시 ‘STRANGE LOVE’에서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 디페이스의 흐름을 보여주는 작품 40여 점을 만날 수 있으며, 작품들은 1990년대 이후 도시를 배경으로 성장한 스트리트 아트와 현대미술이 만나는 지점을 경험하게 해준다. 

 

Love Struck, 130 x 275 cm, Enamel and pigment based paint on  canvas, 2017
 

Love Less, 130 x 275 cm, Enamel and pigment based paint on  canvas, 2017
 

 

그의 작품의 주된 주제인 로맨스 시리즈인 <Love Struck, 2017>과 <Loveless, 2017>은 현대 사회 속에서 퇴화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빠르게 움직이는 듯한 화면 속에 사랑에 빠진 여성과 사랑을 잃은 여성이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작가는 클릭 한 번으로 물건처럼 연인을 찾고 버리는 디지털 시대의 우리에게 사랑의 죽음을 선포함으로써 본질적인 사랑의 의미를 환기시키고 사랑을 다시 부활시키고자 한다. 

 

Unlikely Hero, 190 x 225 cm, Enamel and pigment based paint on  canvas, 2017/2022

 

 

여성을 구하는 남성 영웅이 등장하는 <Unlikely Hero>에서는 푸른색의 물속에서 여성을 안고 나오는 괴물 형상에 가까운 남성에게 금발을 한 여성이 관능적인 포즈로 안겨있다. 얼핏 보면 전형적인 영웅의 모습인 것 같지만 비현실적인 색채로 변형된 모습은 대중문화에 등장하는 영웅, 사회에서 인정받는 영웅의 모습을 파괴적인 비인간적 형태로 왜곡시킨 것으로, 우리의 관습과 편견에 의문을 던지는 작가의 메시지다. 

 

팝아트의 선명한 색채로 묘사된 남녀의 모습은 선과 악, 사랑과 공포, 파괴와 고통이 공존하는 현대 사회의 자화상으로, 교차되는 상반된 이미지들은 자본주의의 폭력성과 미디어의 공격에서 우리 사회의 기준과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우리를 억압하고 사고를 왜곡시키는 권력에 끊임없이 대항하는 저항의 메시지를 눈에 익은 이미지들과 병치해 물질 만능 시대에 소멸해가는 인간성을 드러낸다.

 

전시 전경

 

 

이밖에도 전시에서는 작가의 분신이자 가장 잘 알려진 시그니처 캐릭터인 D*DOG을 주제로 한 12점의 시리즈 작품과 서울 전시를 위해 제작된 신작들, 스텐실과 실크스크린 등의 작업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부암동 벽화

 

스페이스 파운틴 벽화

 

 

전시와 함께 작가는 한국 최초로 서울 2곳, 강동구 ㅍㅋ빌딩과 종로구 건물 외벽에 대표 작품 로맨스 시리즈를 20미터짜리 대형 벽화로 진행했다. 팝아트의 망점들을 부각시키고 코믹북의 말풍선에 다양한 문구를 넣어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작가의 대형 벽화는 스트리트 아트와 현대미술의 경계를 넘어 진화하는 도시 미술의 정수를 체험시켜 줄 것이다. 

 

디페이스의 대형벽화와 전시를 통해 거리 미술에서부터 시작된 어반 컨템포러리 아트의 흐름을 조망하는 이번 전시는 8월 31일부터 10월 30일까지 열리며, 무료관람이다.

 

주소: 서울시 강동대로55길 10, 6-7층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스페이스 파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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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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