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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신박한 인터뷰]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사람, 문화기획자 류재현 감독

2022-07-14

얼마전 DDP에서는 좀 특별한 박람회가 열렸다. 많은 사람들은 자유롭게 어울림마당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자신들의 여행 경험을 선보였고 그를 보기위해 수많은 인파들이 북적였다. 여행에 대한 설레임을 선사한 박람회의 제목은 ‘내나라여행박람회’.

 

‘떠나라 자유롭게 내 나라로’라는 주제로 진행된 ‘내나라여행박람회’는 류재현 총감독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  

 

서울대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현재 문화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클럽데이, 하이서울페스티벌, 월드디제이페스티벌, 사일런트디스코, 서울장미축제, 아트프라이즈 강남, 전주비빔밥축제 등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은 축제들을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축제와 페스티벌을 말 그대로 ‘재미있게’ 기획한다. 그가 만든 축제들은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었고, 생각을 바꾸었으며, 우리의 삶을 변화시켰다. 보고, 즐기고, 느끼는 모든 것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류재현 감독을 만났다. 

 

문화기획자 류재현

 

 

‘내나라여행박람회’의 총감독을 맡으셨다. 이번 행사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성공적라고 생각하시나.


일단 사회적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로 숨쉴 수 있게 됐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지난해까진 여행을 갈 수 없는 상황이지 않았나.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3년만에 정상적으로 박람회를 진행하여 사람들의 밝은 모습을 실컷 봤다는 점이다. 

 

‘떠나라 자유롭게 내 나라로’라는 카피가 인상적이다.


카피를 만드는데 5초도 걸리지 않았다. ‘슬로건이 왜 주제가 될 수 없나’ 생각했고, 슬로건 자체에 끌릴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내나라 여행박람회'를 기획한 류재현 총감독

 

 

어떤 부분에 포인트를 두고 기획을 하셨나.


‘내나라여행박람회’에 왜 가야 하나. 사실 가야할 이유가 없다. 국내여행 활성화를 위해 2004년 처음 만들어졌을 땐 분명 가야할 이유가 있었다. 전국에서 모인 정보들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색만 하면 수많은 정보들을 다 수집할 수 있는데 굳이 가야할 필요가 있을까. 그것이 내가 풀어야할 문제였다. 

 

2018년부터 ‘내나라여행박람회’를 기획하셨다. 당시엔 젊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박람회로 인식되기도 했는데 어떻게 변화시키셨나.


당시 젊은 사람들이 올 수 있도록 할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당시의 흐름은 포토존이었다. 대구에서 시작한 인생사진관이 대히트를 쳤다. 또, 당시 MZ세대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 자체가 ‘인생’이라는 말이기도 했다. 그래서 바로 ‘인생여행’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첫 번째로 18개의 포토존을 만들었고 그 좌표를 MZ세대에 뿌렸다. 두 번째는 박람회를 보면서 가장 불편함을 많이 느꼈던 부분이 휴식공간이 없다는 점이었는데 그래서 주제관에 휴식공간을 만들었다. 그러면 무조건 사람들이 머물고 모이게 된다. 그렇게 상황을 역전시켰다. 어르신보다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행사를 찾았고 박람회를 더 연장할 수 없냐는 요청이 있을 정도로 효과적이었다.  

 

2019년도엔 ‘인생야행’을 컨셉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코엑스에서 행사를 했는데 전등의 색이 사진을 찍었을 때 잘 나오지 않는 전등이었다. 그래서 박람회장 전체를 다 소등하고 야경을 펼쳤다. 역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 

 

이후 야외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2020년이 됐을 때 코엑스에서 행사를 할 수 없게 됐는데 오히려 더 신이 났다. ‘박람회를 왜 꼭 실내 행사장에서 해야하나’라는 개념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야외에서 해보기로 했다. ‘월드디제이페스티벌, EDM페스티벌처럼 야외페스티벌로 하면 안될까’ 생각했고 서울에서 가장 좋은 공간인 여의도공원 문화의마당에서 행사를 진행하기로했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졌다. 대신 메타버스, 온라인 박람회로 행사를 진행했다. 

 

올해는 DDP에서 행사가 열렸다. 어떻게 DDP에서 하게 되셨나.


DDP에서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세련되지 않았나.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하기도 했다. 여행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나. 좋은 날만 있지 않다. 비가오면 비가오는 대로 맛이 있지 않나. 그런 것처럼 살아있는 박람회를 만들고 싶었다. 가능성을 굉장히 크게 봤다. 그리고 DDP의 어울림마당이라는 공간이 참 좋았다. 

 

올해 행사의 포인트는 무엇이었나.


일단 사람들이 행사에 오도록 하는 가장 큰 목적이 있었다. 사람들이 오게 하는 방법은 질좋고 저렴한 국내 ‘여행상품’이었다. 두 번째는 여행마니아들을 여행박람회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가장 큰 성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


 ‘여행가들의 장터’라는 의미의 ‘여행가장’을 만들어 시도를 했다. 사람들이 여행을 그동안 가지못해 생긴 지체현상을 풀어보기 위해 여행에서 샀던 물건이나 엽서, 이런 것들을 들고나와 팔던지, 교환하던지 해보자 했는데 무척 성공적이었다. 야외에 돗자리 펴고 앉아서 참가자들이 자신의 여행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내놓았는데, 완판된 곳도 있고 판매가 잘 됐어요. 인스타에 올라온 후기들을 볼 때 무척 뿌듯했다. 그게 가장 큰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사람들과 함께 한 것. 우린 사람들이 무척 그리웠다. 서로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함께 하는 것이 정말 좋았다. 

 

2006 세계평화축전 'Peace ONE'

 

'2018 서울둘레길축제'

 

2017 수원화성불빛축제 'The Light Wall'

 

 

디자인을 전공하셨는데 어떻게 기획을 하게 되셨나.


난 디자인은 소스라고 생각한다. ㄱ, ㄴ, ㄷ, ㄹ을 알려주면 시를 쓸 수 있고 노래도 부를 수 있고 모두다 할 수 있지 않나. 난 대학을 졸업할 때 전공이었던 디자인을 다 떠났다. 디자인은 이미 나의 무기가 됐고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난 ‘신난다’ 할 때의 그 ‘신’이 되고 싶었다. 신나게 일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 광고대행사 pd를 했었고 서울시정책개발연구원 위촉연구원도 했었다. 더욱 자유로운 것들을 그렸다. 내가 하는 모든 것엔 디자인이 다 들어가 있다. 공식포스터 디자인에도 디자인 마케팅이 다 들어가 있다. 무얼 위해 무언가를 전공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유튜브를 보면서 다 공부할 수 있는데 왜 굳이 전공을 따질까. 재미없다. 여행을 참 좋아하는데, 모든 것이 낯선 여행을 좋아하는 것도 그런거다. 

 

'2016 월드디제이페스티벌'

 

'제2회 나이없는 날'

 

 

월드디제이페스티벌, 하이서울페스티벌 등 여러가지 축제와 페스티벌을 기획하셨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행사가 있으시다면.


너무 많지만 그 중 하나를 꼽는다면 2008년에 진행한 ‘나이없는 날’을 꼽고 싶다. 홍대앞 서교동하면 인디문화의 산실이다. 내가 서교동에 살았는데 지역어른들이 클럽에 갈 생각을 할까 생각했다. 어른들은 인디밴드 공연 보러 가지 않는다. 그들이 그곳에 가는 날을 만든거다. 큰 이슈가 됐다. ‘나이를 벗고 상상을 입자’라는 카피를 썼고, 지역 어르신들을 모시고 홍대앞 클럽을 가서 젊은이들처럼 즐기시게 했다. 또한 자식뻘 되는 젊은 친구들과 함께 했다. 가족 파티가 된 것이다. 그들을 이해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않나. 

 

코로나땐 축제가 많이 열리지 않았는데 힘들지 않으셨나.


사회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힘든 상황이었다. 기획자인 나로서는 이 상황을 풀어내는 것에 집중했다. 그리고 풀어냈다. 안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기획자가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중 하나가 ‘아트프라이즈강남’이었다. 코로나 이후 많은 행사가 취소됐는데 가장 안전하게 하면 되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 논현동 가구거리 쇼윈도에 그림이 있고 그곳을 지나가면서 그림을 보면 안전하지 않나. 그래서 쇼윈도 갤러리가 만들어졌다. 그곳에서 공연도 개최했다. 바로 '쇼윈도 콘서트'다. 행사를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땐 그렇게 행사를 잘 지켜내는게 기획자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코로나 시기 2년간 기획한 9개의 축제 중 2개를 제외하곤 모두 다 정상적으로 잘 진행했다. 

 

 

'서울장미축제'

 

 

축제나 페스티벌 기획 후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언제인가.


밤샘하며 즐겼던 월디페의 경우 체력적으로도 무척 힘이 들지만 무대에 올라가서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모두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때 사람들이 참 좋아하는 모습들을 보면 행복하다. 

 

장미축제의 경우엔 주민분들이 무척 좋아해주셨다. 2015년부터 그동안 8년을 해왔는데 5천명 오던 동네축제가 200만 명 이상이 오는 축제가 됐다. 가장 자랑스러운 부분은 징검다리를 만든 것이었다. 천 건너 아파트 주민들은 어떻게 행사에 와야하나 문득 생각이 들어서 징검다리를 놓는 것을 건의했었다. 이를 계기로 중랑천에는 징검다리 열풍이 불어서 의정부에까지 다 만들어졌다. 이런 일을 정말 좋아한다. 

 

장미터널은 과거엔 밤 9시가 넘으면 젊은 여성들이 가기 두려운 곳이었는데 지금은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또 벤치가 다 돌로 만들어지고 있다. 비가오면 다 잠기지만 천년만년 오랜 시간 갈 수 있도록 돌로 벤치를 만들었다. 그런 일들이 보람있고 가치있다. 묵2동 도시재생사업 선정은 서울장미축제 성공으로 도시재생사업에 선정된 유일한 사례이기도 하다. 

 

기획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박람회에서 MZ세대인 이채빈 여행작가를 조감독으로 선임해서 함께 기획했다. 지금 여행의 핵심인 MZ세대를 따라가기 위해, 그들의 언어를 위해하기 위해 그들에게 배우기로 한 거다. 그렇게 협업을 했다. 

 

축제를 기획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는 무엇인가.


너무나 간단하다. ‘이슈 앤 실속’이다. ‘이슈없는 기획은 하지말자, 실속없는 기획은 하지말자, 축제 후 아무것도 남지 않는 기획은 하지말자’가 내 철학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타이밍이 맞지않으면 그저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사람들이 바라는 아이템들을 바로 접목시킨다. 월드디제이페스티벌을 만들고 11년간 기획을 했는데 매년 다 달랐다. 매번 지금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찾는 걸 무척 좋아한다. 

 

새로운 기획중인 축제가 있나.


경남에서 인구소멸이 가장 심한 곳, 인구 23,000명의 의령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을 축제로 살려보려 한다. 기획 포인트는 지금 많은 사람들이 가장 관심이 많은 것중 하나가 '돈'이다. 의령엔 부자로 만들어준다고하는 솥바위가 있다. 솥바위를 중심으로 사방 8키로 안에 재벌이 나온다고 한다. 실제로 삼성, LG, 효성 창업주들이 나왔다. 그런데 의령에선 그걸 그냥 늘 보는 바위라고 생각한다. 부자의 기운을 주는 바위인데. 의령 또 하나의 소원바위인 탑바위는 무엇이든 소원 하나는 들어준다는 바위도 있다. 그걸 이용해서 사람들이 올 수밖에 없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계획이다. 소원도 들어주고 부자의 기운도 받는 ‘의령리치리치페스티벌’, 오는 10월 28일부터 30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문화를 만드는 문화기획자로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안된다’는 말이다. 난 안된다는 세상에서는 살고 싶지 않다. 그리고 안되는 것을 되게 하는 누군가는 반드시 있다. 되게 만드는 사람, 난 되게 만드는 기획자가 되고 싶다. 기획자들은 그런 꿈들을 늘 가졌으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힌트를 주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고, 사회가 또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야 살아갈 맛이 나지 않나.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류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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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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