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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문학과 대중문화 통해 다시 살피는 역사 

2021-06-26

서구의 일방적인 역사관, 호주의 탄생 배경 등 기존의 낭만주의적 개념에서 벗어나 이를 의심하고 우리가 놓쳤던 시선을 찾아 자신의 미술 언어로 복원해 온 호주의 작가 다니엘 보이드의 전시가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다니엘 보이드 전시 전경

 

 

“나의 작품은 모두 ‘나’라는 사람에 대한 고찰 그리고 ‘나’라는 사람을 이루는 선조들의 존재로부터 시작한다”고 말하는 다니엘 보이드는 자신의 뿌리에 대한 고민과 연구를 통해 작품세계를 펼쳐간다. 

 

 

전시 전경

 

 

이번 전시는 국제갤러리가 2019년 부산점에서 개최한 ‘항명하는 광휘’전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다니엘 보이드의 국내 전시이자 서울에서의 첫 전시로, 국제갤러리 K1과 K2공간을 아우르며 펼쳐진다. 

 

전시에서는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고 현 세계의 질서를 재고하는 신작 회화와 영상 작업이 소개된다. 특히 문학과 대중문화, 사적 역사 등을 반영해 자신만의 언어로 역사를 해석한 그의 작업이 눈길을 끈다. 

 

다니엘 보이드(b. 1982) <Untitled (FFITFFF)> 2021 Oil, acrylic and archival glue on canvas 76 x 61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다니엘 보이드(b. 1982) <Untitled (TIM)> 2021 Oil, acrylic, charcoal and archival glue on linen 213.5 x 168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다니엘 보이드(b. 1982) <Untitled (POMOTB)> 2021 Oil, acrylic and archival glue on canvas 140 x 299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이번 전시의 원천적 주제는 스코틀랜드 출신 소설가 겸 시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 1850-1894)의 소설 <보물섬(Treasure Island)>(1883)이다. 이러한 주제는 작가의 초창기 작업에서부터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전시에서는 소설에 직접적으로 언급된 보물섬의 지도를 그린 <Untitled (TIM)>과 스티븐슨의 초상을 담은 <Untitled (FAEORIR)>, 스티븐슨의 개인적인 물건들에 기인한 신작 회화들이 전시된다. 

 

소설 <보물섬>을 포함해 인류학적 소장품의 궤적을 쫓고 이들이 서로 다른 맥락에서 어떻게 해석돼 왔는지를 살피는 작가는 시공간을 초월한 다각화된 시점의 작업을 선보인다. 

 

남태평양의 역사와 영화적 재현을 긴밀히 연결하는 실화인 1789년 ‘바운티호(HMS Bounty)의 반란’ 사건을 차용한 작품들도 전시되는데, 이 사건을 소재로 한 MGM사의 블록버스터 영화 <바운티호의 반란(Mutiny on the Bounty)>(1962)의 포스터 이미지를 담고 있는 <Untitled (POMOTB)>다. 

 

바운티호 복제선의 뱃머리에서 얻은 나뭇조각으로 프레임한 거울 조각 작품 <Untitled (AMMBGWWFTB)>, 복제선을 직접 표현한 회화 작품 <Untitled (FFITFFF)>도 만날 수 있다. 

 

영화와 문학, 대중문화 등을 통해 유럽 중심적 관점에서 기술된 정형화된 역사가 보편성과 견고함을 확보해온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과 함께 역사적 서사에서 제외돼 온 작가의 가족과 조상의 존재, 자신의 뿌리에 대한 탐구를 프레임의 중심으로 끌어낸 신작도 선보인다. 

 

작가는 호주 정부가 원주민 어린이들을 강제로 가족과 분리시킨 정책을 작품으로 담고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사적 역사를 통해 역사를 이해하며, 기존의 관점을 재고한다. 

 

 

전시 전경

 

 

작가의 작품을 이루고 있는 작은 점들은 풀로 찍은 볼록한 점들로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를 재현한 것으로, 이에 대해 작가는 “우리가 하나의 집단으로서 세상을 이해하고 지각하는 방식, 즉 복수성(plurality)과 다양성(multiplicity)을 나타낸다”고 말한다.

 

점과 점의 색, 점 사이의 공간 등은 흑과 백, 어둠과 빛, 기억의 소실, 역사적 경험의 자각 등을 나타내며, 이를 통해 관람객은 정보와 비정보, 양과 음,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재조율한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영상작품

 

 

전시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영상작품도 볼 수 있다. 작가의 기술이 확장된 영상작업은 수많은 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빛, 우주, 어둠이라는 주제를 매개하는 회화 작품의 연장선으로 작가의 작품에 중요한 영감을 준 프랑스 철학자 에두아르 글리상(Édouard Glissant)의 ‘심연의 경험은 그 심연의 안과 밖에서 이루어진다’는 말을 느끼게 한다. 

 

다름과 다양성을 깨닫게 하는 이번 전시는 지각, 역사적 서술, 인류의 집단적 지성이라는 기존 관념에 대해 끊임없이 반문해온 작가의 작업 세계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는 8월 1일까지.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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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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