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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참여가 필수! 인터랙티브 한 ‘Fortune Telling: 운명상담소’ 전

2021-05-26

운명과 인생을 통제하기 어려운 인간이라는 존재는 스스로 의지를 극복하기 위해 운명을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결정을 내리며 물질적, 정신적 불안 속에 운명과 함께 걸어갈 가능성을 찾아 다양한 노력을 한다. ‘과연 사람의 운명은 이미 결정된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전시가 열린다. 바로 일민미술관에서 펼쳐진 ‘Fortune Telling: 운명상담소’ 전이다. 

 

‘Fortune Telling: 운명상담소’ 전시장 입구 전경

 

 

샤머니즘과 우주론적 세계관을 재해석한 이번 전시는 운명의 의미를 되새기며 상담을 통해 내면세계를 깨달아가는 여정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토속신앙으로 알려진 샤머니즘과 명리학, 우주론 등 신비주의가 예술로 재해석되어 전시된 풍경은 낯설면서도 흥미롭다. 


참여작가는 강호연, 곽은정, 김수환, 김정모, 김주리, 노말리티(feat.두이), 노진아, 박가인, 백인태, 비디오로즈(강현우,허철주), 송인옥, 송지형, 우정수, 장종완, 정윤선, 최장원, 홍학순 등이며 미술관 전시실을 비롯해 로비와 옥상 등 다양한 공간에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Fortune Telling: 운명상담소’ 전은 공간에 따라 전시의 형태가 확실하게 구분되는 관객 참여형으로 진행되며, 만신(여자 무당) 해화암이 전시 도슨트를 맡았다는 점 또한 이색적이다. 디자인 고등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이력이 있는 해화암은 무속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이론을 곁들여 전시 작품과 참여작가에 대한 설명을 오디오 가이드로 전달한다.

 

‘Fortune Telling: 운명상담소’ 전시 포스터 (디자인: 개미그래픽스)

 

 

‘운명’을 주제로 한 1전시실은 빛과 어둠, 사계절, 음양오행, 별자리 등 동서양의 운명론과 신화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들이 전시된다. 베토벤이 악상에서 떠올린 어느 숲속을 모티브로 기획되어 소리를 공감각적으로 형상화한 공간을 마련한다.


전시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작품은 김주리의 〈일기(一期)생멸(生滅) Ⅳ〉이다. ‘생성과 소멸(生滅)’이란 주요 키워드를 지닌 작품은 스치듯 지나칠 수 있는 들풀들을 수북하게 설치해 관객에게 미술관이 풀숲으로 대체되는 듯한 생소한 순간을 경험케 한다. 

 

노진아,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 복합재료, 인터랙티브 조각 2019

 

 

어두컴컴한 전시장 한편에서 관객의 말에 반응해 느리고 어눌한 말투로 죽음과 삶에 대한 말을 건네는 작품은 노진아 작가의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흙에 파묻혀 있는 인간형 로봇 얼굴의 실리콘 피부가 씰룩이는 모습이 그로테스크 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신비로운 느낌이 가득한 전시장 중앙에는 낡은 장롱, 상자, 비닐봉지, 포도 줄기 등 주워온 재료로 조성된 암실 〈산장〉이 설치되어 있다. 오직 한 사람씩만 입장할 수 있는 작가 강호연의 〈산장〉은 별이 가득한 밤하늘 아래 자리한 겨울 산의 환영으로 마치 산장에서 홀로 밤을 보내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만든다. 

 

비디오로즈, 〈달의 정원〉 미디어아트(프로젝션 매핑, 사운드, 오디오 비주얼, 설치), 가변크기 2021

 

 

비디오로즈가 선보이는 미디어아트 〈달의 정원〉은 에스밧(Esbat)이라는 여 사제가 달의 힘을 불러일으키는 ‘초환 의식’을 모티브로 만들어져 관객의 불안과 두려움을 치유하는 명상의 순간으로 이끈다. 초환 의식은 달의 모양이 변하고 주기가 반복되듯 천지만물이 서로 연결되어 생태계와 우주를 이루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처럼 1전시실은 소우주에 깃든 상징의 의미를 찾는 무한 공간이란 개념으로 꾸며져 살풀이 굿판, 풍수지리, 별자리에서 영감을 받은 전자음악 공연 등 소규모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김수환, 〈탑〉 목재, 바이더끈, LED, 300×300×500cm 2021

 

 

2전시실은 ‘상담소’를 주제로 ‘사주포자’, ‘행운교환소’, ‘오래된 약국 2021’, ‘오행백신센터’, ‘본능미용실’, ‘라 로바의 방’ 등 작가들이 만든 6개 상담소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관객들은 사주, 타로, 연금술, 뇌 스캔, 고민 상담, 가상 종교 등 예술적 도구로 재발견된 상담소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상담하며 운을 점쳐보기도 한다. 

 

송지형, 〈사주포차〉 관객참여형 퍼포먼스, 복합재료 200×200×250cm 2021

 

 

전시장에서 가장 눈길이 끄는 건 ‘당신의 운명을 알고 싶습니까?’라는 글귀가 적힌 천막이다.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차의 모습을 그대로 한 〈사주포차〉에서는 관객의 사주풀이를 통해 길흉화복을 점쳐준다. 

 

노말리티(feat. 두이), 〈오래된 약국 2021〉 복합재료, 가변크기 2021

 

 

〈오래된 약국 2021〉은 정신과 의사, 점술가, 예술가가 관객을 만나 ‘과거(기억), 현재(재미), 미래(운)’에 대해 대화를 나눈 후 이에 맞는 처방을 받는 프로젝트다. 점술가는 관객의 잊고 싶은 과거의 ‘기억’에서 해방될 수 있게 하며, 의사는 현재 처한 시간의 감각으로 잊고 있던 ‘재미’를 찾게끔 도와준다. 

 

홍학순, 〈본능미용실〉 복합재료, 가변크기 2021

 

 

은유와 풍자를 담은 〈본능미용실〉의 디자이너들은 홍학순 작가의 독특한 상담 방식인 손바닥 맞대기를 통한 뇌스캔으로 본능을 디자인한다. 유쾌한 대화가 오고 가는 뇌스캔을 받은 관객은 타로, 사주, 별자리 등을 종합해 본능을 디자인한 자신만의 캐릭터를 이메일을 통해 받을 수 있다. 
 

미술관 곳곳에 설치된 〈행운교환소〉에서는 관객 간의 거래를 통해 행운을 키우는 일종의 카드 게임이 진행된다. 행운교환소 봉투 속에는 무작위로 들어 있는 별똥별, 네잎클로버, 무지개 등의 카드 7장이 담겨있다. 다른 관객과의 교환 행위를 통해 부족한 카드를 보완하는 행위를 통해 소통을 꾀한다. 

 

2층 로비에 마련된 ‘영험한 가게’에서는 참여작가들의 추천 도서를 담은 럭키백과 우주론적 요소를 활용한 디자인 굿즈를 선보인다. ‘Fortune Telling: 운명상담소’ 전은 모바일 앱을 통해서도 전시에 참여할 수 있다. 게임형 모바일 전시 ‘포춘텔링센터’를 통해 이용자는 참여작가들의 6개 상담소를 모티프로 한 가상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전시는 7월 11일까지이며 관람료는 성인 7,000원이다. 

 

글_ 한혜정 객원기자(art06222@naver.com)
사진제공_ 일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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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정 객원기자
경계를 허무는 생활속 ART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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