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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모더니즘의 창시자 ‘피카소’를 만나다

2021-05-25

20세기 현대 미술의 아이콘을 거론할 때마다 어김없이 언급되는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가진 천재 화가이자, 입체파(큐비즘)라는 새로운 개념과 장르를 개척한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피카소의 탄생 14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피에로 복장의 폴〉 캔버스에 유화 1925 ⓒ2021-Sucession Pablo Picasso-SACK (Korea)

 

 

이번 특별전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립피카소미술관(Musée national Picasso-Paris)’의 소장품 110여 점으로 구성된다. 1985년에 문을 연 피카소미술관은 5천 여 점에 달하는 피카소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방대한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300여 점의 회화 중 10% 이상이 외부 전시에 반출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190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의 회화, 판화, 도자기, 조각 등 다양한 매체로 완성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생전에 다작으로 유명했던 피카소는 평생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고 작품활동에 전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들은 잊을 만하면 어디선가 새롭게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천문학적인 금액에 거래된다. 이처럼 피카소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7개의 주제로 나뉜 연대기적 전시구성을 통해 작가의 작품세계가 변화해 가는 과정도 엿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Nu couché avec personnages〉 캔버스에 유화 1908 ⓒ2021-Sucession Pablo Picasso-SACK (Korea)

 

 

전시의 시작은 ‘바르셀로나에서 파리, 혁명의 시대’이다. 파리에서 모네와 르누아르 같은 인상파들의 작품을 접한 피카소는 고갱과 고흐의 영향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리 평탄치 않았던 파리에서의 생활로 그의 작품은 유난히 파랗고 암울한 주제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청색시대의 작품들은 바르셀로나에서 영감을 받았으나 파리에서 채색되었는데, 당시에는 거의 팔리지 않았지만, 현재는 그의 유산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작품에 속한다. 이처럼 청년 피카소의 고뇌와 고독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그 밖에 미술사에 혁명을 일으킨 입체주의 시대의 완성된 작품들이 소개된다. 피카소의 〈아비뇽의 아가씨들〉은 아프리카 원시 미술이 갖고 있던 독특한 원색적인 표현기법에 영향을 받아 완성한 입체주의 대표 작품이다. 작품에는 다섯 여성의 누드가 등장하는데 바르셀로나 아비뇽 인근 사창가 여성을 그렸다고 전해진다. 단순하면서도 기하학적으로 그려진 〈아비뇽의 처녀들〉은 당시 미술과 영화 등 예술 장르들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편지 읽기〉 캔버스에 유화 1921 ⓒ2021-Sucession Pablo Picasso-SACK (Korea)

 

 

‘질서로의 회복, 고전주의와 초현실주의’에서는 입체주의를 마감하고 구상회화로 복귀하며 초현실주의에 몽환적인 분위기가 담긴 작품들로 〈피에로 복장의 폴〉, 〈편지 읽기〉, 〈바닷가의 세 인물〉 등이 전시된다. 그중 〈편지 읽기〉는 피카소의 신고전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인물의 외형을 과장한 표현은 피카소만의 고전주의풍 특징을 잘 보여준다.

 

피카소는 2,500여 점의 판화 작품을 남겼다. 그중 ‘볼라르 연작’은 1930년에서 1937년까지 100권으로 제작된 연작으로 피카소의 판화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이다. 제작 당시 작품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 넣어준 ‘마리 테레즈’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정면, 측면 얼굴과 두 올빼미 장식으로 두 개의 손잡이가 달린 꽃병〉 1961 ⓒ2021-Succession Pablo Picasso-SACK (Korea)

 

 

네 번째 ‘새로운 도전, 도자기 작업’에서는 피카소가 지중해 연안의 작은 마을이자 전통적인 도자기 마을로 유명한 발로리스에 정착하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완성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당시 비주류로 인식되던 도예가 피카소에게는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매개체가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동물을 소재로 조각에 몰두해 완성된 〈정면 측면 얼굴과 두 올빼미 장식으로 두 개의 손잡이가 달린 꽃병〉, 〈알을 품은 비둘기〉 등이 설치된다. 

 

〈마리 테레즈의 초상〉 버스에 유화 1937 ⓒ2021-Sucession Pablo Picasso-SACK (Korea)

 

 

화려한 여성 편력을 보였던 피카소는 어떤 연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작품도 다르게 그려왔다. 이처럼 여성과 만나는 것은 새로운 영감과의 만남이었다. 다섯 번째 ‘피카소와 여인’에서는 시대마다 등장하는 여인들과 함께 발전한 그의 예술을 조명한다. 〈팔짱을 끼고 앉아 있는 여인〉, 〈마리 테레즈의 초상〉, 〈창문 앞에 앉아 있는 여인〉, 〈모자 쓴 여인의 상반신〉, 〈파란 모자를 쓴 여인의 상반신〉 등이 전시된다. 

 

화려하고 감각적인 색채가 돋보이는 〈마리 테레즈의 초상〉에서는 부드러우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곡선, 풍만한 형태를 사용해 초월적인 여신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마리 테레즈는 피카소의 수많은 연인 중에서 지성과 미모가 뛰어났던 여성으로 192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 말까지 피카소의 작품에 많은 영감을 주었다.
〈파란 모자를 쓴 여인의 상반신〉은 연인 도라 마르의 마지막 초상화이다. 과거 초상화와는 달리 입체적인 얼굴과 담담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화려한 의상을 입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에서의 학살〉 합판에 유화 1951 ⓒ2021-Sucession Pablo Picasso-SACK (Korea)

 

 

여섯 번째 ‘전쟁과 평화, 한국에서의 학살’에서는 폭이 2m에 달하는 〈한국에서의 학살〉이 70년 만에 전시된다. 피카소는 1951년에 〈한국에서의 학살〉을 완성하였다. 총과 칼을 겨누고 있는 병사와 무방비로 노출되어있는 여인들의 대치된 구조만 보아도 전쟁의 긴장감과 비극성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한국에서의 학살〉은 특정 주제가 아닌 전쟁의 잔혹함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많은 의미가 있는 작품으로 〈게르니카〉, 〈시체구덩이〉와 더불어 피카소의 3대 반전 작품이다.

 

〈파란 모자를 쓴 여인의 상반신〉 캔버스에 유화 1944 ⓒ2021-Succession Pablo Picasso-SACK (Korea)

 

 

‘마지막 열정’에서는 두 번째 부인 자클린 로크와 함께 보낸 그의 말년 작품들이 전시된다. 1954년부터 피카소의 남은 생애를 함께한 자클린은 피카소에게 한없는 편안함과 창조력의 원천이 되었던 여성으로 그 어떤 연인보다 작업에 많이 등장한다. 화가와 아틀리에라는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작가 말년의 창작열을 불태웠던 작품들이 전시된다.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은 다양한 매체를 사용한 피카소의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며 8월 28일까지 펼쳐진다. 전시장은 매주 월요일 휴관이며 관람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가능하고, 입장료는 성인 2만 원, 청소년 1만 3천 원이다. 


글_ 한혜정 객원기자(art062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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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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