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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디자인] NFT 예술, 디지털 기술은 크리에이터의 창조물을 보호해 줄까?

2021-05-08

미술, 음악, 건축, 디자인, 미디어 등 모든 예술 분야는 물론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작업하는 인간의 아이디어를 구현시킨 모든 결과물에 지적재산권을 부여할 수 있다. 특히 예술계는 아직도 ‘승자독식(Winner takes all)’ 체제가 뿌리 깊은 영역이다. 누구나 예술 활동에 참여할 자유가 있어서 진입장벽이 낮고 공식 승인 없이 스스로를 예술가를 자칭할 수 있는 반면, 극소수의 출세한 예술가를 제외하고 창조 활동 만으로 안정적인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아이디어는 여러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유사한 착상을 떠올릴 수 있고 논에 보이지 않고(intangible)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구두(口頭)를 통한 표현 만으로 법적인 소유권 보장을 받을 수 없고 따라서 도난 및 모방의 위험에 늘 열려있다. 예술가에게 창조의 고뇌와 피땀어린 노력의 결실인 예술작품에 대한 정당한 금전적 대가를 보장하고 창조자를 불법복제꾼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제도의 필요성 논의는 늘 있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찾지 못하고 있었다.

 

비트코인 팬으로 유명한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 겸 CEO는 자신의 첫 트윗 포스트를 NFT로 경매에 부쳐 미화 2,915,835.47달러 가격에 시나 에스타비 브리지오라클 시스템스 사장에게 낙찰시켰다. Image: Twitter

 

 

지난 10여 년, 미술계에서는 비트코인 붐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블록체인 기술(Blockchain Technology)이 그에 대한 해법이 될 수도 있다는 논의가 오가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암호화 미술에 대한 언론 보도는 트위터 소셜미디어 창업자 잭 도시가 시작한 NFT 띄우기에서 출발했다. 도시는 3월 초 자신이 쓴 트위터에 올린 첫 포스트를 NFT로 경매해 3백만 달러 가까운 가격에 낙찰시키고 그 가격을 이더리움으로 환산해 챙겼다.

 


작품 이미지 엠베드 코드 twitter.com/niftygateway/status/1365806419828596738

판타지 팝 가수 겸 비디오 프로듀서인 그라임스의 NFT 작품 <전쟁의 님프(The War Nymph)>. 이 외에도 그라임스는 <옛날의 종말(Death of the Old)>, <지구(Earth)>, <화성(Mars)> 디지털 동영상 뮤직비디오 10점에 대한 복사본 수 천 편의 NFT를 성공적으로 경매해 총 5백18만 달러(우리 돈 약 65억 원)을 벌었다. Image: Grimes/NiftyGateway

 

 

연예계서도 NFT를 실험했다. 2월 28일, 일런 머스크의 애인인 캐나다 가수 그라임스(Grimes)는 50초 길리의 뮤직비디오 영상 10편의 수 천 개의 복사본을 Nifty Gateway 사이트를 통해 경매에 부쳤다. 그 결과 그라임스의 오리지널 송이 배경에 흐르는 <Death of the Old>라는 타이틀의 영상이 한 낙찰자에게 미화 389,000 달러에 경매된 기록을 올렸다.

 


비플(Beeple)의 순수 디지털 미술작품 <Everydays - The First 5000 Days>은 JPG 파일 형태로 2007년부터 매일 작가가 온라인에 포스팅해 온 5천 점의 사진을 콜라주로 구성했다. Image: Beeple/Christie’s

 

 

올 3월 11일, 전 세계 언론은 크리스티 온라인 미술 경매에서 비플(Beeple)이라는 미술가의 한 디지털 작품이 무려 미화 69,000,000 달러(우리 돈 약 788억만 원)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에 낙찰됐다는 뉴스를 타전했다. 이렇게 해서 비플은 제프 쿤스와 데이비드 호크니에 이어 살아있는 현대 미술가 중 크리스티 경매 역사상 세 번째로 비싼 현대미술가로 기록됐다. 무려 180명의 경쟁자들을 제치고 낙찰된 입찰자는 이로 인해서 작품 가격을 지불하는 순간 회화도 조각도 드로잉도 아닌 유일무이의 디지털 토큰 즉, NFT를 받게 된다.

 

NFT란 미술작품에 주어지는 고유 디지털 ID로, 요즘 암호 화폐계에서 한창 화재를 모으는 NFT(Non-Fungible Token) 또는 ‘대체 불가능 토큰’으로 불린다. 명칭이 시사하듯 기존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비트코인이나 알트코인 등 암호화폐들은 현금으로 환전이 가능한 반면, NFT는 그 어떤 다른 형태의 화폐나 암호화폐로 교환이 불가능(non-fungible)해서 암호 그 자체로서 가치를 지닌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JPG, GIF, 비디오 등 디지털 파일을 위장 변조가 불가능하도록 영구저장한 디지털 형식의 가치단위여서 디지털 파일의 고유 ID 및 정보 식별, 작품 출처, 유통과정, 소유자 변경 내역 추적에 유용하다는 특징이 있다.

 


원작 니얀캣은 무지개를 휘날리며 우주 공간을 질주하는 고양이의 모습을 묘사한 애니메이티드 GIF 파일 형태로 2011년 유튜브에 처음 소개됐다. Image: Chris Torres

 

 

애니메이티드 GIF 미술의 대표적 아이콘을 꼽으라면 단연 ‘니얀캣(Nyan Cat)’이다. 올해 4월 2일로 탄생한지 10살을 맞은 니얀캣은 원작자 크리스 토레스(Chris Torres)가 2011년 창조해 유튜브를 통해서 처음 소개한 ‘움짤’ 또는 애니메이티드 GIF다. 크리스 토레스는 오리지널 파일을 암호화시킨 리매스터 버전으로 재작업하고 지난 2월 19일에 파운데이션(Foundation.app)이라는 암호화 아트 플랫폼에서 24시간 경매에 부쳤다. 그 결과 니얀캣은 한 익명의 가격 제시자에게 59만 달러(우리 돈 약 6억 원)에 낙찰됐는데, 이 가격은 두 번째로 큰 암호화폐 단위인 이더리움으로 300에더(Ether)로 환산되는 액수다.

 


팍(Pak)의 디지털 아트 <복잡성(Complexity)>. Image: Pak/NiftyGateway

 

 

암호화 미술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얼굴 없는 디지털 예술가 팍(Pak)은 4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 동안 열린 소더비 온라인 경매에서 총 17,000,000 달러 어치의 디지털 미술작품을 낙찰시켰다.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채 ‘The Nothing’이라는 별명으로 활동 중인 팍은 여타 디지털 아티스트들이 주로 귀엽고 따뜻한 구상 이미지로 작업하는 추세와 다르게 차갑고 메타적인 형상을 추구한다. 그 때문에 디지털 아트계에서는 그가 인공지능 알고리즘 전문가가 아닐까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슈퍼레어(SuperRare) 온라인 NFT 디지털 아트를 거래 플랫폼. Image: SuperRare.co

 

 

과연 NFT는 디지털 자료가 무단 도용이 쉽게 벌어질 수 있는 인터넷 환경에서 생성된 유일무이의 창조물(미술작품, 동영상, 컴퓨터 게임 결과물 등)을 완전히 보호하고 창조자에게 금전적 대가를 확보해 줄 수 있을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복사본 모나리자나 반 고흐 포스터를 구입할 수 있은 것과 마친가지로 인터넷 사용자들은 마우스 클릭으로 (저작권 무허가 상태의) 이미지를 복사/저장할 수 있다. 다만, 원본에 대한 법적 소유권은 NFT 보유자가 갖고 있기 때문에 원할 경우 법적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고 자랑거리나 대화 화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컬렉팅과 유사하다.

 

NFT 디지털 아트 창조에 관심 있는 크리에이터들도 미리 고려할 사항이 있다. 기존 예술 활동과 마찬가지로 NFT 아트에도 재료비가 든다는 점이다. 1) 암호화폐 지갑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하고, 2) 디지털 아트인만큼 현금을 이더리움 암호화폐로 교환한 후 이더리움 채굴비와 채굴에 소요되는 가스비(일일 변동)를 지불해야 한다. 이더리움 채굴은 고에너지가 소요되는 고강도 전산작업을 요하는 기술인 만큼 3) 디지털 아티스트가 Nifty Gateway, Zora, SuperRare 등 온라인 디지털 아트 거래 플랫폼에서 하는 모든 거래 활동 - 작품 포스팅, 경매, 입찰 활동 등 -에 대한 사용료를 내야 한다. 작품을 팔지 못하면 재료비도 충당하지 못하고 눈 깜짝할 새에 충전해둔 이더리움만 소진할 수 있으므로 작품 가격 책정에 신경 써야 한다.

 


‘크립토키티스(CryptoKitties)’ 이더리움 상의 블록체인 게임. 게이머가 이더리움 상에서 가상의 고양이를 구입하고 모으고 키우고 교미시켜 독특하고 다양한 새 고양이 종을 창조해 입양시키면(=판매) 그 댓가로 이더리움을 버는 NFT 게임이다. 2018년 이후 지금까지 무려 1백만 종의 크립토키티 고양이 종이 탄생했으나 이더리움 채굴에 과도한 가스와 전력이 소모되고 처리 속도 지연이 문제점으로 떠오른 후 현재 차세대 블록체인 기술인 플로(FLOW) 블록체인 기술로 전환해 운영되고 있다. Image: CryptoKitties

 

 

4월 26일은 세계 지적 재산권의 날(World Intellectual Property Day)이다. 특히 올해 세계 지적재산권의 날은 작년 초 전 세계로 확산된 지 1년 반 가까이 아직도 종식되지 않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이후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중소사업체(SME)와 1인 창조자의 지적 재산 소유권의 진흥과 보호의 중요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터넷 환경과 기술적 특성상 다수의 유저간 자유로운 정보 교환이 생명인 인터넷 환경과 기술적 특성상 NFT는 크리에이터의 창조적 결과물과 지적재산권을 자물쇠처럼 보호해 줄 수는 없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예술계도 NFT를 빌은 암호화폐와 디지털 돈을 둘러싼 핀테크 실험이 드디어 개막했음을 말이다.

 

글_ 박진아 객원편집위원(jina@jinapa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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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칼럼니스트
미술평론가, 디자인 및 IT 경제 트렌드 평론가, 번역가이다. 뉴스위크 한국판, 월간디자인의 기자를 지냈고, 워싱턴 D.C. 스미소니언 미국미술관, 뉴욕 모마, 베니스 페기 구겐하임 갤러리에서 미술관 전시 연구기획을 했다. 현재 미술 및 디자인 웹사이트 jinapark.net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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