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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버려진 셔츠들이 이렇게 갖고 싶어질 줄이야

2021-01-05

버려지는 패브릭 조각들을 이용한 디자인으로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디자인 팀이 있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던 산업디자인과 선후배가 모여 만든 피스모아(PiECE MOA)다.

 

세 명의 디자이너는 약 1년 전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피스모아를 시작하게 됐다. 각자 일상에서 플라스틱을 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실천하던 이들은 SNS로 의견을 나누던 중 재활용품이 잘 재활용되지 않는 것을 알게 됐고, 버려진 물건에 디자인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만드는 업사이클링에 관심을 갖게 됐다. 

 

피스모아는 버려지는 천 조각들을 새롭게 디자인해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들은 버려지는 천을 모아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그래픽 디자인을 한다. 김나은@geegoo.kr, 우인영@wio.illust, 홍경아@hong.geul 디자이너는 각각 패브릭 구성 및 제품개발, 그래픽 개발 및 실크스크린 작업, 콘텐츠 개발 및 북 메이킹 등 각자의 본업을 기반으로 역할을 맡았다. 각자 맡은 파트는 있지만 디자인 기획과 재료 구입, 손질 등의 작업을 함께 하면서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며 작업한다.  

 

 

문화역서울284 TMO에서 열린 '피스모아: 100개의 셔츠' 전시 전경 (출처:  문화역서울284, 플랫폼284, 포토그래퍼 김잔듸)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문화역서울284 TMO에서 열렸던 전시 ‘100개의 셔츠(100 SHIRTS)’는 피스모아의 첫 번째 프로젝트였다. ‘피스모아’라는 팀명과 전시의 주제를 더해 100개의 셔츠 조각들로 대형 설치물을 제작하고, 지구를 위한 그래픽 디자인을 더해 패브릭 포스터를 만들고, 컬러 배색과 친환경 메시지를 포인트로 담아 에코백과 의자 등을 선보였다. 

 

색 조합과 그래픽 디자인이 예쁜 피스모아의 에코백 (출처:  문화역서울284, 플랫폼284, 포토그래퍼 김잔듸)

 

버려진 셔츠로 만들어진 포스터와 업사이클링 제품들, 자투리 스와치 등이 전시됐다. (출처:  문화역서울284, 플랫폼284, 포토그래퍼 김잔듸)

 

 

예쁜 디자인으로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굿즈만큼 눈길을 사로잡았던 건 전시장에 설치된 ‘자투리 스와치’였다. 피스모아는 패브릭 포스터와 제품을 만들고 남은 셔츠의 자투리 원단들을 손바닥 사이즈의 작은 견본으로 만들어 전시해 두었는데, 너무나 예쁜 알록달록 색색의 스와치들은 원래의 모습이 어땠을지 무척 궁금하게 했고, 꼭 그 원단으로 만들어진 패브릭 제품을 갖고 싶게 했다.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깊이 있게 전시된 피스모아의 이야기는 꼬마들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의 이목을 끌면서 친환경 및 업사이클링에 관심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그래픽 디자인, 패브릭 디자인, 굿즈 등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됐다. 

 

 

높은 의류 폐기율을 알게 된 피스모아는 버려지는 옷을 이어붙이고 그래픽 작업을 하며 새로운 제품을 만든다. 

 

 

Q. 환경에 대한 작업을 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로 웨이스트, 노 플라스틱 문화가 퍼지면서 일상에서뿐만 아니라 디자이너로서 뭔가 해볼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고민을 했었어요. 그중 우리가 매일 입는 의류의 폐기율이 높다는 걸 알게 됐죠. SPA 브랜드에서는 신제품을 쏟아내는 속도만큼이나 옷이 빨리 버려진다는 사실도 알게 됐고요. ‘무언가 만들 수 있지 않을까’싶어 버리는 옷을 이어붙이고 실크스크린으로 그래픽을 찍어서 샘플 작업을 해봤는데, 버려진 걸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었다는 것에서 큰 보람을 느꼈어요.

 

그 후 서울 외곽에 있는 헌 옷 도매업체에 방문을 하게 됐는데 어마어마한 헌 옷 무더기를 보면서 충격을 받았고 본격적으로 작업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버려진 셔츠 100개를 분해하고 패치워크 작업을 해 실크스크린 인쇄를 하고 이를 기반으로 포스터, 의자, 가방 등을 만들게 됐어요. 

 

자투리 원단으로 만든 티코스터

 

 

Q. ‘피스모아’라는 이름이 쉽게 와닿는 것 같아요.


버려진 것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의견을 모으다가 우연히 튀어나온 이름을 조합해서 만든 이름이에요. ‘피스모아(piecemoa)’는 ‘버려진 피스(piece)를 모으다’는 의미인데요, 버려진 것을 모아서 쓸모 있는 것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Q. 어떤 작업들을 주로 하시나요?


현재는 주로 패브릭을 재조합해서 실크스크린 작업을 하는 공정을 기반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작업 과정과 결과물을 공유하고 있는데, 환경에 관심이 많은 브랜드 또는 단체에서 협업을 제안하기도 해요. 최근에는 광명문화재단과 협업을 통해 헌 셔츠로 만든 에코백과 실크스크린 키트를 제작한 바 있습니다.

 

Q. 문화역서울284 TMO에서 첫 번째 프로젝트 ‘100개의 셔츠’를 선보이셨어요. 어떤 의미였는지 소개해 주세요. 


100개의 헌 셔츠를 분해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자는 다짐이 담긴 전시였어요. 셔츠를 분해한 후 가장 큰 면을 모아 패브릭 포스터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로는 에코백, 티코스터 등을 만들었어요. 작업하면서 옷 하나를 만들 때 이렇게 많은 공정을 거치는데 너무 쉽게 버려진다는 걸 깊이 느꼈어요. 의류를 소비하는 사이클뿐 아니라 업사이클링 작업의 여러 가지 방향성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요.

 

작업의 과정. 폐의류를 분해하고 봉제해 새로 디자인을 하고 실크스크린으로 그래픽 디자인을 입힌다. 

 

 

Q. 패브릭 작업, 그래픽 작업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나요? 


어떤 걸 만들지 다 함께 의견을 나누고 > 폐의류 도매상에 가서 쓸만한 옷을 고른 후 > 작업 전에 옷을 세척해 > 옷을 자르고 분해해서 쓸만한 원단을 모읍니다 > 모인 원단을 조합해서 용도에 맞게 봉제하고 > 그 위에 개발한 그래픽을 실크스크린 공법으로 인쇄를 합니다.

 

그래픽의 경우에는 넣고 싶은 환경 메시지를 리서치를 한 후 디지털 작업을 하고 있어요. 완성된 그래픽으로 실크스크린 조판을 해서 인쇄할 준비를 해요.

 

 

 

폐가구들이 피스모아의 작업을 통해 단 하나뿐인 가구가 됐다. 

 

 

Q. 패브릭 조각으로 작업하신 에코백이나 포스터 외에도 의자들이 인상적이었는데 전시장에서도 인기가 많았죠? 어떻게 제작하게 되셨나요?


폐가구 업체를 둘러보면서 쌓여있는 중고 의자를 보게 되었는데 저희가 작업한 패브릭과 조합하면 단 한 개뿐인 의자가 만들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이 좋게도 저희 작업을 환영해 주시는 사장님을 만나게 돼 소량으로 제작해볼 수 있었고 전시에도 선보일 수 있었는데요. 새로운 자재를 쓰지 않고 100% 리사이클링 의자를 만들 수 있었던 것에 보람을 느꼈고, 판매도 모두 이루어졌어요.

 

Q. 업사이클링 작업에 대한 어려움 같은 건 없으신가요?


아무래도 새 원단을 고를 때보다 선택지가 좁은 게 사실이지만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창작을 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획일화된 재료가 아니다 보니 대량생산과 비교해서 인건비를 비롯한 제작비가 더 들고 제작 기간도 더 오래 걸리는데요, 예를 들어 동대문에서 새 천을 구매해서 가방을 만들면 3일이면 완성할 수 있지만, 헌 옷을 분해해서 자투리 원단을 이어서 가방을 만들려면 몇 배의 시간과 비용이 더 소요돼요. 

 

하지만 쓸모없다고 버려진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냈다는 점, 섬유를 새로 만들 때 쓰이는 몇만 리터의 물과 합성물질을 발생시키지 않고도 제품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피스모아 작업물의 가치라고 생각해요. 

 

또, ‘새 제품들이 너무 저렴하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어요. 저렴하게 찍어내서 빠르게 소비하고 버려지는 제품 사이클의 나비효과에 대해서도 생산자로서, 소비자로서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인 것 같아요.

 

 

셔츠의 부분들에 그래픽을 더해 완성한 포스터

 

 

Q. 전시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요?


실물이 더 멋지다는 반응이 제일 많았고요(웃음), 또, 저희가 활동을 한 기간이 길지 않은데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환경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많이들 와주셨고, 친환경 라이프를 실천하시는 분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힘이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Q. 피스모아가 추구하는 목표, 비전은 무엇인가요?


피스모아는 환경을 해치지 않고 영감을 줄 수 있는 작업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아무리 친환경적이라 해도 미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으면 더 빨리 버려진다고 생각해요. 친환경적이면서도 완성도가 높아 더 오래 쓰일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 싶어요.

 

플라스틱 방앗간이나 리필스테이션, 쓰레기 어택 등 용기를 내서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분들의 영향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저희 작업도 업사이클링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만들어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올해 계획이 있으시다면요?


2020년 작업 과정과 결과물을 담은 책을 제작 중에 있어요. 텀블벅을 통해 2월 즈음 선보일 예정이에요. 이 책을 통해 업사이클링 작업을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현재는 패브릭을 재조합해서 실크스크린 작업을 하는 공정을 기반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패브릭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버려지는 피스로 새로운 작업도 진행해보고 싶어요. 또, 기회가 된다면 뜻이 맞는 브랜드 또는 단체와의 협업과 전시도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피스모아(www.instagram.com/piecem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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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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