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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이야기] 북유럽 혁신 디자인을 이끌다 - TOPP

2020-08-05

[디자이너 토크 Designer Talk]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 주목받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제품,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해 디지털 역량을 활용함으로써 고객 및 시장(외부 생태계)의 파괴적인 변화에 적응하거나 이를 추진하는 지속적인 프로세스’로 정의하고 있다. 새로운 혁신 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기존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변화가 이뤄지며 그 흐름은 글로벌 기업들의 미래 전략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무엇보다 첨단의 기술이 ‘디자인’이라는 언어를 통해 치환되어 세상에 나오는 과정은 앞으로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의 영역은 더 이상 제품을 보기 좋게, 혹은 아름답게 다듬는 수준이 아닌, 그 이상의 임무(Mission)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번 디자이너 토크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끄는 스웨덴의 혁신 기업과 함께했다. 바로 TOPP Design & Innovation(www.topp.se)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삼성전자 갤럭시 워치S 시리즈의 UX & UI 디자인에 참여하면서 주목받게 되었다. TOPP 스튜디오의 대표 앤더스 라슨(Anders Larsson)과 함께 토크 세션을 진행했다.

 


토크 세션을 진행한 TOPP 디자인 스튜디오의 대표(CTO) 앤더스 라슨과 함께 

 


‘디자이너 토크’ 세션에 온 것을 환영한다. 소개를 부탁한다.
참여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TOPP Design & Innovation Studio를 이끌고 있는 앤더스라고 한다. 원래는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으로 공학도였으며 휴대폰 기업인 블랙베리(Blackberry) 사의 스웨덴 지사에서 모바일 부문 경력을 쌓았다. 당시 함께 일하던 동료와 함께 2013년 TOPP 스튜디오를 설립하게 되었고, 디자인을 베이스로 한 UX/UI, 서비스 디자인, 인터랙션 디자인, 디자인 전략 비즈니스를 글로벌 파트너사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TOPP이 제공하는 주요 서비스 분야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아이디어 회의에서 나온 ‘포스트 메모’를 디자인의 영역과 첨단 기술을 통해 ‘현실화’시키는 작업을 한다. 첨단 기술의 접목, 또는 아날로그적 방법들이 경계를 넘나들며 적용된다. 함께 협업하는 기업들의 비즈니스 영역이 워낙 다양하기에 우리가 제공하는 결과물도 서비스 디자인, UX&UI, 디자인 전략설계, 콘셉트 프로젝트 등으로 광범위하다.

 

다양한 영역의 클라이언트와 협업하면 프로젝트를 리드하는 팀의 구성도 중요할 것 같다. 
프로젝트별로 코어(core)팀을 구성해 운영한다. 콘셉트 부문 디자인, UX & UI, 엔지니어, 리서치팀 등으로 구성된 멤버들은 파트너의 니즈를 베이스로 하여 프로젝트마다 유연하게 참여하게 된다. 동시에 프로젝트 사이의 크로스 오버 작업도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이렇듯 애자일(Agile)한 운영방식은 빠르게 발전하는 첨단 기술을 적용하고 시각화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전반적인 작업의 프로세스가 궁금하다.
Expolor - Define - Deliver의 큰 축으로 진행한다. 단어상으로는 화려하진 않지만 심플하고 중요한 요소들이다.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Explor 나 Define만 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며, 리서치 작업은 전체 프로세스 진행 중에도 동시에 병행한다. 이 리서치 단계가 상당히 중요한데, 보통 우리는 3단계로 세분화해 진행한다. 첫 번째 리서치 단계는 인스퍼레이션(Inspiration)이다. 말 그대로 프로젝트에 대한 영감, 아이디어, 인사이트를 얻기 위한 과정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팀 전원이 한곳을 바라보고 가며 같은 생각을 품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리서치는 Inform 단계이다. 의견 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리서치 단계로, 게릴라 테스팅, 인터뷰, 피드백 등을 거치며 보다 구체적인 테스팅을 진행하게 된다. 세 번째 리서치는 Inspect & valedate, 즉 검증하고 입증하는 단계이다. 이렇게 리서치에 세분화 단계를 두는 이유는 프로젝트 초반부터 철저하고 꼼꼼하게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기 위함이다. 

 

TOPP의 웹사이트 구성도 인상적이다. 대표 프로젝트를 상세히 소개하는 비디오가 흥미롭다.

많은 파트너사들이 웹사이트를 통해 우리 스튜디오가 제공하는 분야애 대해 정보를 얻는다. 대표 프로젝트의 경우 비디오 클립으로 공유해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과정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접근을 쉽게 했다. 스톡홀름 대중교통 관리국(SL)과 진행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좋은 예시이다. SL은 어린이와 노인 여행자, 다양한 신체 능력을 가진 사람들, 수천 명의 관광객과 방문객들에게 하루 8만 명 이상의 통근자를 이동시킨다. 우리는 시간관리부터 예약, 티켓팅의 과정이 어떻게 설계되고 샘플링되는지를 기반으로 적합한 애플리케이션 설계를 진행했다. 웹사이트의 클립에서 보이듯이 이에 대한 리서치와 초기 설계 작업에 상당히 많은 공력이 들어갔다. 정확한 데이터와 정보를 기반으로 한 UX 시나리오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스톡홀름 대중교통 관리국과 진행한 모바일 프로젝트 ⓒ TOPP 

 


사용자 경험 디자인 분야에 있어서의 ‘증명과 검증의 과정’은 상당히 중요한 것 같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어떤 방향성을 가진 과정의 흐름에 대한 결과를 최종적으로 증명하는 단계가 중요하다. 모든 것을 증명하는 것에는 제한이 있지만 프로젝트의 방향성에 맞게 그리고 철저한 리서치와 분석을 기반으로 한 증명과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같은 이유에서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고객들과 끊임없이 의견을 공유하고 함께 방향을 맞추어 간다. 또한 이 같은 이유로 프로젝트 초기부터 견고한 디자인 방법론을 설계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론을 기본으로 다른 파생 영역까지 확장해나가는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좋은 디자인에 있어서 반복(iterating) 역시 중요하다. 반복은 증명과 검증의 또 다른 요소이기도 하다. 

 

프로젝트에 대한 인사이트는 어떤 방식으로 얻는지 궁금하다.
관련된 콘퍼런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곳 북유럽은 비즈니스 간의 장벽이 낮은 편이어서 서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좋은 환경이다. 콘퍼런스, 워크숍 등의 기회를 통해 영역을 넘나드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그리고 영향력 있는 외부 인사를 초청해 강연을 듣기도 한다. 최근에는 영화 음악감독을 초빙해 굉장히 흥미로운 강연을 듣기도 했다.

 

지금까지 가장 인상적이었던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 바란다.
삼성의 스마트 워치 시리즈인 기어 S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겠다. 우리 스튜디오는 콘셉트 단계(Foundation / direction)에 참여해 가이드 안을 제안했다. 스마트 워치 상단의 베젤을 회전시켜 원하는 메뉴에 진입하고 설정하는 등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손목 위에 놓여있는 작은 제품을 컨트롤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웃음). 당시 수차례의 워크숍과 아이디어 과정을 거쳐 스케치, 프로토타입을 진행했었고, 많은 부분이 반영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삼성전자 갤럭시 기어 S 프로젝트 이미지 컷 ⓒ TOPP

 

 

본사가 있는 스웨덴의 말뫼(Malmo) 뿐 아니라 스톡홀름(Stockholm), 샌프란시스코(SF) 등 여러 도시에 글로벌 오피스가 있다.
오피스마다 업무 영역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는 편이다. 본사가 위치한 말뫼 오피스에서는 전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동시에 세부 프로젝트도 담당한다. 스톡홀름 오피스의 경우 고객사의 요청으로 오픈하게 되었다. 스톡홀름에서도 관련 프로젝트가 많이 진행되다 보니 별도로 오피스를 열게 되었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IT기업들과도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샌프란시스코에 오피스가 얼마 전에 오픈했다.

 

지금까지 다양한 기업들과 작업을 해오며 도전이 되었던 경험이 있다면. 
모든 프로젝트에 있어서 의견 충돌은 항상 존재한다. 결과적으로는 현실적인 제안과 제시가 필요하다. 동시에 고객의 의견이 상당히 중요하다. 그들이 기업 내부의 방향이나 프로젝트의 목표에 대해서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고객의 의견을 무시하고 진행하는 것은 프로답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그들을 어떻게 (우리가 가진 전문성과 노하우로) 드라이브하는지가 중요하다. 결국엔 서로가 윈윈(Win-Win)하는 프로젝트가 성공적인 것이다. 또한, 디자인 사고와 질적 디자인 연구는 사용자 요구를 파악하고 방향을 알려주는 데에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인터랙션 프로젝트의 테스트 과정 예시 ⓒ TOPP

 

인터랙션 프로젝트의 테스트 과정 예시 ⓒ TOPP

 

프로젝트 진행의 기본이 되는 디자인 프로세스 예시 ⓒ TOPP 

 


현재 TOPP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늘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구상한다. 소비자를 위한 제품을 디자인함에 있어서 가장 최적화된 단계를 설계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스크린 속의 디지털 정보들이 피지컬 세상으로 넘어와 사용자 환경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시나리오를 앞으로 더욱 발전시키려 한다. 이것이 곧 심플한 라이프를 구현할 것이다. 이제 모든 것은 스크린에 속에 제한되지 않는다. VR, AR 등의 기술이 이것을 가능케 만들고 있다. 또 하나 예를 들자면 바로 ‘데이터 마켓(Data market)’이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해진 단어인 머신러닝, 딥러닝 분야에서도 이 데이터 활용의 영역은 상당히 중요하고 우리도 주목하고 있다. 

 

한국도 디자인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의 디자인에 대해 견해가 있다면 부탁한다.
프로젝트 관련해서 서울에 1년 정도 거주한 경험이 있다. 서울을 좋아한다. 특히 카페를 좋아하는데, 유러피안, 파리 스타일, 전통찻집 등 다양한 콘셉트가 공존하는 것이 매력적이다. 이렇게 스스로의 스타일로 만들어내는 방식을 개인적으로 선호하기 때문일지도. 특히 한국의 영화 산업도 좋은 예시이다. 한국 정서만의 스토리가 담긴 영화들이 인상적이다. 동시에 보수적이며, 종교 문화가 강한 한국도 인상적이다. 이러한 부분들도 한국 디자인의 단편적인 한 조각이라 생각한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북유럽 태생의 TOPP 스튜디오도 이 부분에 영향을 받는지 궁금하다.
그렇다. 아주 강한 스칸디나비아의 문화가 스며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팀이 프로젝트에 접근하는 방법이라든지, 조직의 플랫한 구조, 탑다운 (Top-down)이 없는 회사 문화가 그렇다. 북유럽의 문화는 긍정적인 의미에서 다른 나라의 그것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제 막 디자이너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선배로서의 조언을 준다면?
적극적으로 배우기를 권한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테크를 따라가길 바란다. 머신러닝, 클라우드 러닝, 인공지능, 데이터 모델링 등에 대한 첨단 부문 지식을 얻는 것도 도움이 된다. 동시에 그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영감을 얻길 바란다. 이러한 호기심과 적극적인 마인드는 미래의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사항이 될 것이다. 디자이너의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테크놀로지 베이스(Technology base)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본인이 하는 작업들을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왜 이것을 하는지, 올바른 방향인지 정확한 디렉션을 얻기 위해서.

 

사내 세미나를 통해 현재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공유가 이루어진다. ⓒ TOPP

 

프로젝트 회의 중인 팀원들 ⓒ TOPP 

 

 

미래의 이야기
혁신을 이끄는 이들을 만나는 것은 설레는 일이었다. 그들의 눈은 반짝이고 호기심에 가득 차있다. 미래의 관심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주목하며 그 길을 주저 없이 앞서 달려나간다. 그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은 목말랐던 지적 호기심이 충전되는 시간과도 같은 느낌이다. 이번 디자이너 토크를 함께 진행한 스웨덴의 TOPP 스튜디오는 그 혁신의 선두에 서있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기밀 유지의 이유로 공개가 불가했고, 클라이언트의 이름조차 올리기 꺼려 했다. 남들보다 앞서 미래를 준비하는 일들을 수행하고 있다는 반증일 터.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상당히 오픈되어 있었다. 다른 영역에 늘 관심이 깨어있고 협업, 워크숍, 세미나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다방면으로 교류하고 있었다. 철저한 보안 뒤에 활짝 열린 문도 함께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북유럽, 그 안에서도 스웨덴은 최근 들어 유럽 최고의 혁신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얼마 전 유럽연합(EU)의 경제혁신지수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열려있는 협업 문화, 그리고 장거리 접근 방식이 있다. 기업들은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며 오픈된 협업 비즈니스 자세로 활발하게 움직이며, 1, 2년 뒤를 내다보는 단기적 설계보다는 탄탄하게 잘 짜인 전략을 기반으로 한 장기적 플랜, 그를 바탕으로 한 세부 액션 프레임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설계된 플랫폼은 기업들의 적극적인 사업진출과 영역확장을 도와주는 국가적 관점의 순기능까지 하게 된다.

 

경쟁사 간에 빗장을 걸어 잠그는 폐쇄적 문화를 버리고 서로 상생하는 사회의 분위기는 최근 들어 생겨난 것이 아니다. 아마 이것은 북유럽이 가진 특유의 문화적,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된 듯싶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열린 문화가 ‘스웨덴’이라는 국가 경쟁력 자체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어준 것이다. 

 

미래의 혁신은 결국 함께 이뤄가야 한다. 기업들은 (분야를 막론하고) 이제 문을 활짝 열어놓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결국 모든 것은 연결되고 이어진다. 그것이 미래다.  


글_ 조상우 객원편집위원(www.sangwooch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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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우 디자이너
현재 북유럽 스웨덴에서 산업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모바일 디자인 그룹 책임 디자이너, 소니 모바일(Sony mobile) 노르딕 디자인 센터를 거쳐, 현재 스웨덴 컨설팅 그룹 시그마 커넥티비티(Sigma connectivity), IoT 부문 수석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근원지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경험들을 바탕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www.sangwooch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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