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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한국디자인산업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곳

2020-07-03

디자인정글이 만난 핫이슈 메이커_ KODIA 안장원 회장

 

그간 한국의 디자인산업은 크나큰 발전을 해왔다. 디자인은 우리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로 디자인산업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산업이 됐고, 한국의 디자인은 세계의 무대에서 인정을 받으며 세계적인 디자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한국 디자인산업이 이렇게 발전하기까지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디자인산업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온 기관이 있다.

 

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KODIA) 로고

 

 

한국의 디자인산업을 대표하는 사단법인 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Korean Federation of Design Industry Associations, 이하 KODIA)는 디자인산업계 회원사 간의 교류와 협력을 도모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창조적인 연구활동을 지원, 장려해 국가산업과 국민경제의 발전을 추구하는 기관이다. 1994년 (사)공인디자인전문회사협회로 시작, 2019년 (사)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라는 변경된 명칭으로 새롭게 태어나 26년째를 맞이했다.

 

국내 디자인산업을 대표하는 각 분야의 우수디자인전문기업들로 구성돼 있는 KODIA는 디자인기업피해지원센터, 교육사업, 디자인권리보호사업, 디자인해외진출사업, 정책/대외활동사업, 잇어워드 등 다양한 분야의 지원 사업을 통해 디자이너를 보호하고 디자인기업의 권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풍부한 디자인 인적 자원으로 디자인 분야와 다른 산업 간의 협업을 추구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디자이너와 디자인기업이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애쓰는 KODIA의 역할은 지난해와 올해 특히 빛이 났다. 생계형 창업 디자인전문기업의 급격한 증가 및 기업 유지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창업지원센터를 운영하고, ‘디자이너 노임단가 국가통계 생산 승인 기관’으로서 노임단가를 조사 및 공표했으며, ‘디자인산업의 대가 기준 연구 및 발표’를 통해 디자인에 대한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디자인전문기업들이 코로나피해기업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KODIA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안장원 이음파트너스 대표

 

 

이러한 실적을 이끈 것은 KODIA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안장원 회장. 주식회사 이음파트너스 대표이사이기도 한 그는 2018년부터 회장직을 수행하며 눈에 띄는 변화를 일으켰다. 한국디자인산업의 역사를 새로 쓰며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KODIA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고 있는 안장원 회장을 만나 협회의 변화와 비전, 목표에 대해 들어보았다.

 

한국디자인산업을 대표하고 권익을 대변하는 기관
사단법인 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KODIA)는 어떤 곳인가요?
KODIA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한국디자인전문기업의 권익을 대변하는 전국 단위의 연합회입니다. 협회 정관에 나와있는 것처럼 KODIA는 산업환경의 다변화, 고도화에 따라 다양한 산업분야와 융합을 통한 디자인기업의 역할 확장과 디자인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디자인산업 관련 단체가 주축으로 결성한 연합회로, 디자인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을 통해 국가 산업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요.

 

즉, 디자인산업계 회원사 간의 원활한 교류와 협력을 도모함으로써 디자인전문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디자인산업의 선진화 창달을 위한 창조적인 연구 활동을 지원, 장려해 국가 산업 및 국민 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추구하는, 한국디자인산업을 대표하는 기관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진행하시나요?
그간 수많은 한국의 협회나 단체 중에서 디자인계는 가장 목소리가 없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주는 대로, 시키는 대로 말 잘 듣고 정부 정책에는 관여하지 못했죠. 그러나 정부, 학계, 언론, 기업 누구나 디자인을 이야기하죠. 디자인이 AI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국가경쟁력이라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합니다.

 

디자인산업의 중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강조돼 왔지만, 국가정책에서는 늘 소외되는 경향을 보여 왔어요. 타 산업과는 달리 관련 예산, 인프라 등에서도 상대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많은 것이 현실인데, 이제는 국가디자인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치열한 디자인산업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체득하며 경쟁하고 있는 디자인기업이 주체가 돼서 법과 제도의 개선, 인프라 확산, 권익보호 등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1994년 설립, 활동해온 ‘한국디자인기업협회’를 2019년 ‘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조직을 확대 개편했습니다. 한국의 디자인산업 분야를 8개의 사업 분과로 나누어 분야별 대표성을 두고, 지역 독립성을 가진 전국 5개 광역시를 중심으로 대구경북, 부산, 광주, 대전, 인천 등의 지회를 구축해 전국적으로 조직화했어요. 이를 통해 디자인산업계에 실질적인 정책과 이익단체 역할을 수행하면서 디자인을 통한 사회혁신을 주도하는 국가적 순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가 26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처음과는 그 모습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변화했나요?
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는 1994년 (사)공인디자인전문회사협회를 그 뿌리로 하고 있고, 올해로 26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협회는 디자이너와 디자인전문기업의 애로사항을 대변하는 여러 일들을 수행해 왔는데요, 지금까지는 협회 회원사 간 교류에 방점을 두었다면, 연합회로 전환하면서는 디자인 분야의 조직화를 통해 우리의 애로와 현안을 우리 스스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조직과 시스템의 대전환을 꾀하게 됐습니다. 누구도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 제도를 바꾸고 정책을 건의하고, 요구하고 실행해 스스로의 권리를 찾는 방향으로 협회 조직을 바꿨어요. 가장 중요한 변화는 우리의 권익을 보호하고 대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이 정비되고 시스템화된 것이죠.

 

협회 역할 강화와 자립 운영체제 기반 구축이 큰 목표
회장직을 처음 맡으셨을 때와 지금 KODIA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취임 당시 목표가 있으셨다면 무엇인가요?
그간 우리를 바라보아 온 외부의 시선 몇 가지를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정부나 공공기관들은 정책과 사업 집행을 위한 면피용 협회로 이용하는 것을 많이 봤어요. 형식적이고 관례적 회의와 의견수렴 절차를 통해 정책을 만들고, 실질적인 문제는 복잡함과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회피하는 많은 사례들을 보게 됐죠. ‘디자인단가가 낮다’는 이야기를 하면, ‘당신들의 출혈경쟁의 결과 아니냐’. ‘100억 대 매출을 가진 국제적인 디자인전문기업도 이제는 나오게 해야 할 것 아닌가?’, ‘작은 디자인용역에 길들여져 있으니 그게 가능하겠느냐’는 비아냥이 있었고, ‘학생들은 매년 2만 5천 명 가까이 배출되는데,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너무 심하다’고 하면, ‘그러면 디자인계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지금껏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느냐’, ‘디자인기업들이 어렵다고 한다면 그럼 어떻게 해주길 바라느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이야기를 해야지 추상적인 이야기만 해선 도와줄 수가 없다’ 이러한 말들을 들었었어요.

 

슬프지만 이러한 현실을 보고 연합회 초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크게 두 가지의 목표를 세웠습니다. 첫째로는 협회의 품격과 위상을 정립해 대한민국 디자인전문기업, 이익단체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일과, 둘째로는 자립 운영체제의 기반을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큰 성과로 그동안 산업지원 및 제조업지원 디자인정책에서 디자인주도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디자인주도 산업육성정책으로 정부 정책의 시각 변화를 이끌어 내기도 했습니다.

 

회장직을 맡으신 후 이루신 변화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2019년 연합회 초대회장으로 취임 후 1년 6개월의 짧은 기간이지만, 큰 방향에서는 협회의 본연의 모습과 역할에서 기초 기반이 잡혀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어요. 앞서 말씀드렸듯 디자인산업, 디자인기업 중심으로 정부 정책방향을 유도하고 철저한 이익 단체로서 디자인기업의 권익을 보호하는 일과, 자체 수익모델 개발과 마케팅을 강화해 하나하나의 회원사가 실질적인 혜택을 체감하는 연합회가 되도록 이익단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러한 제도적 정비가 최근 코로나 사태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 작은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서울에 사업장을 둔 3천여 개 디자인전문기업의 코로나 피해 실태를 발 빠르게 조사해 서울디자인재단에 지원함으로써, 서울시 코로나 피해 기업 지원 추경예산편성에서 디자인기업 분야도 그 피해를 조금이나마 보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었어요. 미리 예측해서 협회 회원사에 이익을 제공하는 일이 바로 연합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계신데, 대표적인 내용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KODIA의 사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첫 번째는 디자인계의 권익을 보호하는 일이에요. 이를 위해 ‘디자인 제값 받기’를 위한 산업디자인 개발의 대가기준을 제정해 고시화했고, 디자인용역의 권리보호를 위한 표준계약서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즉, 여러 디자인권리보호활동과 디자인산업 정책발굴활동을 들 수가 있는데요. 그동안 공공 발주 용역에 있어서 디자인산업 특성이 반영되지 못하고 대가에 대한 기준 없이 발주되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산업통상자원부' 의뢰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연구를 진행해 왔고, 2019년 말 '실비정액가산방식'을 통한 디자인사업의 대가 기준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고시화했습니다. 이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디자인 예산 수립 및 발주 시 대가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이루어졌다는 겁니다. 이와 함께 디자인기업의 피해지원센터 운영을 강화시켜 ‘디자인표준계약서’를 제정 고시했어요. 이는 그간 갑의 횡포를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수립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죠.

 

두 번째로는 자립기반 구축을 위한 디자인기업의 정보를 허브화하는 일이었어요. 매년 디자이너 노임단가를 조사해 공표하는 ‘디자이너 노임단가 국가통계 생산 승인 기관’으로 선정돼 이에 대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요, ‘디자이너경력관리센터’를 운영해 협회의 고정수익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입니다. 디자이너의 이동이 심하고, 영세한 디자인기업들이 많아 창업, 폐업이 수시로 일어나다 보니 디자이너의 경력확인이 되지 않아 경력 손해를 보는 디자이너가 많았어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디자인진흥원과 몇 년에 걸쳐 디자이너 경력관리 시스템을 만들었죠. 일일이 전 직장에 찾아가서 경력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협회에서 확인된 경력증명 하나로 공공기관이나 일반기업 취업 시, 또는 공공기관 제안서 제출 시 경력이 인정될 수 있도록 확산하는 기반을 구축한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자체 사업역량을 강화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사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쌍방향 소통체계로 전환해 1년 여간 준비, 개편하고, ‘소상공인 협업 활성화 공동 사업’, ‘문화관광상품 플랫폼 협동조합 설립’, ‘문화관광 상품 공동 유통망 구축’, ‘디자인수요처 매칭 시스템구축’ 등을 통해 회원사의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했어요. 이 밖에도 디자인권리보호, 사업발굴 기업매칭, 디자인해외진출 지원, 인력발굴 교육활동, 디자인 대외홍보, 디자인산업 정책발굴 등을 위한 세부적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디자인학회에서 '디자인 교육과 산업의 미스매칭'에 대해 발표하는 안장원 회장

 

KODIA 임원 간담회

 

 

회원사를 위한 다양한 혜택
협회 정회원이 되면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나요?
협회 정회원으로 가입이 되면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맞춤형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회비만 내고 협회가 도움을 주는 것이 무엇이 있느냐’라는 비판이 많았었는데, 연합회로 바뀌고 나서는 회원사의 기업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방향으로 모든 시스템을 바꾸어 나가고 있어요. 한 예로 최근에는 일반 기업에서도 사업 구상에 필요한 좋은 디자인회사를 찾기 위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를 시스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모든 회원사의 실적 정보를 허브화하고 기업과 디자인회사를 매칭하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에 있어요. 이 매칭 프로그램은 올여름휴가가 끝나는 8월 말 오픈 예정이에요. 이 밖에도 협회 홈페이지 역시 개개의 회원사를 알리는 방향으로 전면 개편했습니다.

 

또한 연합회는 한국디자인진흥원과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진흥원은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은 연합회에서 수행하는 구조예요. 따라서 기업을 운영하면서 발생되는 다양한 실질적인 어려움과 문제점에 대해 협회가 든든한 버팀목이 돼 지원하고 있습니다.

 

먼저 한국의 디자인전문기업의 현황을 잠깐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한국 디자인전문기업의 현실은 생계형 창업, 생계형 경쟁이 늘어나면서 생존을 위협받는 환경으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이 2019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디자인전문회사수는 2015년 4,976개사 대비 2020년 6월 현재 8,724개 사로 9,000개를 육박하고 있어요. 최근 5년 기준으로 4,000개 가까운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것인데요, 그 내용을 깊이 살펴보면 프리랜서와 기업 퇴직자 창업의 급격한 증가를 볼 수 있습니다(‘16년 대비 ’17년 17.5% 증가(5.6만명)). 기업 운영에 필요한 일감의 수주에서부터, 재무, 회계, 인사, 노무 등 여러 어려움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에요. 협회 자체 조사 결과 창업 후 5년 생존율이 10%도 되지 않고, 매년 회원사 전수조사 결과 20%는 연락이 두절되는 폐업상태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연합회는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창업지원센터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어요. 이러한 회사의 창업과 운영 등에서 예측하지 못한 어려움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하고,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 분쟁과 노무관리, 저작권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변호사, 변리사, 노무사, 회계사 등 다양한 방면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정회원에게는 별도로 디자인 용역 사업을 발굴해 기업 매칭을 시행하고 있고, 디자인 해외진출 지원, 인력발굴 교육활동, 디자인 대외홍보활동을 지원하고 있어요.

 

협회의 회원사는 어떻게 선별되나요. 또, 정회원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2018년까지는 ‘산업디자인진흥법‘에 의거해 한국디자인진흥원에 등록된 공인디자인전문회사들을 대상으로 했었는데, 2019년 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로 확대 개편되면서 디자인을 중심으로 하는 제조기업까지 문호를 확장했어요. 따라서 ‘산업디자인진흥법‘에 의거, 한국디자인진흥원에 디자인전문회사로 등록되면 자동으로 협회의 준회원 자격이 주어집니다. 거기에다 협회가 요구하는 별도의 가입절차를 거쳐 가입한 정회원에게는 사업 및 정보제공 등에서 우대를 해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열린 '디자인산업정책토론회'

 

주제 발표를 하는 안장원 회장

 

 

정책적 개선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혁신
21대 국회가 새롭게 구성됐는데 지난번 국회에서 추진하지 못한 산업디자인진흥법 등 법률안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1977년 디자인포장 진흥법을 기반으로 한 산업디자인 진흥법은 1997년 전면 개정된 후 몇 번의 시행령으로 일부개정이 이루어졌지만, 근본적으로 지금의 변화된 환경을 수용하는 데에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산업디자인’이 제품디자인에 국한된 용어로 사용되고 있어요. 하지만 법의 취지로 볼 때 현재의 다양한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용어는 ‘디자인산업’입니다. 따라서 지금의 AI, 4차 산업혁명시대와 미래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검토돼야 해요. 또한, 특정기관의 이익을 대변하는 법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디자인산업을 혁신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개진할 생각입니다.

 

디자인 산업계를 위해 올해 정부에 정책적으로 건의할 내용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코로나 사태가 큰 이슈입니다. 협회 회원사의 피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93%가 실질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어요. 디자인은 표면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은 영역이라서, 정부 관계자를 포함한 언론이나 국민들에게도 전혀 부각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디에 하소연할 때도 없고, 속으로 골병이 들고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요. 바로 이러한 문제들을 들추어내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건의할 예정이에요.

 

두 번째로는 2022부터 시행되는 5인 이상 30인 이하 기업에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 문제입니다. 바로 한국 디자인기업의 60%가 이에 해당이 돼요. 한국의 디자인전문기업은 2020년 기준 8,724개 사로 급격한 증가를 보이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6,800만원으로 영세성이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에요. 가장 큰 문제점은 미국과 같은 디자인 선진국 대비 우리의 생산성은 7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획일적인 주 52시간제 도입은 디자인기업의 생태계를 뿌리째 흔드는 심각한 문제로,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합니다.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디자인전문기업 역량강화 문제와, 산업사회를 혁신하는 디자인산업 생태계 창출을 통한 디자인전문기업 육성방안 및 일자리 창출 등의 정책과제를 수립해 제안할 계획입니다.

 

국내에는 직능별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변호사협회, 변리사협회, 건축사협회, 엔지니어링협회, 의사협회, 약사협회 등 다양한 직능별 협회들이 있는데, 이러한 협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필요할 경우 공조하는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그러한 직능별 협회와 아직은 공동의 이해관계가 많지 않아 함께하는 활동은 미비하지만, 엔지니어링협회의 경우엔 대가기준을 마련할 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들 협회들에게도 다양해지는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디자인은 꼭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사안별로 협력 방안을 마련해 나갈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KODIA의 비전
회원사의 회비만으로는 협회의 재정적인 부분이 총족 되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자체적인 수익 창출을 위한 계획이 있으시다면요?
협회 재정 문제는 해결해야 할 오래된 숙원입니다. 따라서 회비에만 의지하지 않고 연합회의 장점을 극대화해 고정수익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재정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가고 있어요.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디자이너 노임단가 국가통계 생산 승인 기관’으로 지정돼 매년 통계자료를 조사해야 하는 부분이라든지, ‘디자이너 경력관리센터’, ‘디자인기업 피해지원센터’ 등 협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확대해 나가는 일과 ‘잇어워드 국제화’ 등 자체사업을 확대해 나가면서 5년내 자립운영체계를 목표로 그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KODIA의 역할이 더욱 커진 것 같은데요,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시나요?
분명한 것은 KODIA는 한국 디자인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고, 어려움이 있을 땐 단체의 힘을 빌려 문제점을 해결해 ‘반칙 없는’ 기업 환경을 만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돼요. 이를 위해 입법, 사법, 행정의 거시적이고 포괄적인 인프라 확산 노력과 함께 개개의 회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일을 함께 병행해야 합니다. 연합회로 바뀐지 이제 1년 반이 지났는데요, 지금은 바로 이러한 본연의 업무가 시스템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구조적 기초를 다지는 일에 집중하고 있어요. 이것이 정착화되면 다음에 협회를 맡으시는 분은 협회 발전을 위한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KODIA 회장으로서 앞으로 KODIA의 나아갈 방향과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대한민국은 매년 2만 5천 명의 디자인전공 졸업생을 배출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에 등록된 디자인전문기업 숫자만 9,000여 개가 육박하며, 미등록 디자인기업 포함 직·간접 디자인업계 종사자가 100만 명이나 되는 시대에 살고 있어요. 이러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디자인분야를 위해 독자적으로 디자이너 취업과 스타트업 정책 모델 하나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학계와 디자인전문기업의 산업적 역할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고 산·학이 뒤엉켜 디자인시장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현재의 산업 환경은 어떤 방법으로든 정책적 개선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선진국의 디자인 성공사례를 열거하면서도 육성 정책에서는 디자인전문기업들은 중소제조기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 제공자 역할로만 활용됐고, 그 과정에서 대가의 비정상 구조나 여러가지 불이익만 강요받는 환경 등으로 디자인기업의 경쟁력 향상은 요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연합회로 바뀌고 난 지금의 목표는 1)디자인산업, 디자인기업 중심으로 정부 정책방향을 유도하고, 2)철저한 이익 단체로서 디자인기업의 권익을 보호하며, 3)자체 수익모델 개발과 마케팅을 강화해 하나하나의 회원사가 실질적인 혜택을 체감하는 연합회가 되도록 이익단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눈앞의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남은 임기 동안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피해를 입은 디자인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파악해 정부의 지원책을 이끌어내는 일과 50인 이하 주 52시간 시행(2022년)이 눈앞에 다가온 현실에서 디자인기업의 생산성(미국 대비 70%)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장기적으로는 KODIA의 국제화를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어요. 현실적으로 우리나라는 고립된 섬나라입니다. 글로벌 관점에서 한국의 디자인시장을 보면 정말 작은 시장이에요. 이 작은 시장에서 우리 모두가 살기 위해서는 디자인기업을 국제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일을 게을리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디자인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디자인기업들에 한 말씀해 주신다면요?
협회에서는 단기적인 공공부문 디자인 일자리 부양책 등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요. 이번 서울시 디자인기업지원 방안은 여러 디자인 행사 계획이 취소된 부분의 예산을 서울시 의회 승인을 얻어 긴급 지원책으로 마련한 사례입니다. 이렇듯 행정의 적극성이 반영된다면 정부 및 공공기관의 단기 디자인 일자리 부양책은 얼마든지 생산적으로 발굴되리라 생각됩니다. 협회는 바로 이러한 부분에 여러 아이디어와 방법들을 발굴해 정부에 제안하고 있어요.

 

한국의 디자인기업은 역사적으로 국가 및 국제적인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습니다. 1998년 IMF를 기점으로 기업에서 퇴직한 분들의 생계형 창업으로 디자인기업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기도 했죠. 지금 이 코로나 사태는 국제적으로 모두가 겪고 있는,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문제로, 수 많은 경제, 사회, 미래학자들이 코로나 이후의 환경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러한 환경에서 디자인전문기업 대표님들께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어떻게든 살아남으라’는 말씀입니다. 지금은 살아남는 것도 훌륭한 경영전략이고, 살아남아야 미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지금과 같은 이 엄중한 시기에 치열한 경쟁으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다 보니 화합의 문화가 사라진 듯한 느낌도 많이 받습니다.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고 위해주는 ‘토닥토닥’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KODIA 안장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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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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