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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월드리포트

미국의 학생들이 그린 코로나19

2020-06-02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다. 잠시 괴롭히다 사라질 줄 알았는데, 코로나는 우리의 기대를 비웃으며 벌써 7주 째 미국 사회의 사람들을 집에 감금 시켜 버렸다. 전대미문의 사태는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에게 혹독한 어려움을 겪게 하고 있다. 

 

모두에게 힘들지만 누구보다 어려운 세대는 청년들이다.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함께 어울려 즐겨야 할 중요한 시기에 그들은 집에 갇혀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그들의 아픔을 헤아리기 어렵다. 가끔씩 방에서 발악하듯 노래하는 소리에 막연히 그들의 아픔을 헤아려 볼 뿐이다.

 

‘더 로아노키 타임스(http://www.roanoke.com)는 대학생들을 둔 부모들에게 별로 권장하고 싶지 않은  사이트다. 그 사이트를 보면 우울감을 느낄 정도로 슬퍼진다. 그곳에 올라와 있는 명문 버지니아텍 대학 학생들의 코로나 작품을 보면 눈물 흘릴 부모들이 많다. 아이들이 저렇게 아파하고 있구나 하고.

 

한눈에 파악되는 그들의 작품을 보면 글보다 몇 배 더 큰 호소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말이 필요 없었다. 장황한 설명은 한 폭의 그림에 비하면 너무도 보잘것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작품의 힘이다. 학생들은 그 공간에 자신의 작품들을 제목과 설명을 붙여 포스트했다. 

 

브리트니 포그, <무제>

 


이 그림에는 제목이 달려 있지 않다. 브리트니는 이 작품에 대한 설명을 통해 헬멧에 비친 괴물은 바이러스를 표현한 것이고, 우주복을 통해 우리가 소외되어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헬멧 유리에 투영된 괴물은 얼굴 전체가 이로 되어있다. 공격을 위한 것임을 특별히 강조한 느낌이다. 그림에 사용된 색채들도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더해 주고 있다. 브리트니의 설명대로 우주복은 철저한 고립을 나타내는 데 최고의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전해주는 암울함이 보는 이로 하여금 그녀의 아픔을 공감하게 하고 있다.

 

이스라엘 마튜래노, <러브식(Lovesick)>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코로나는 최대의 적으로 등극했다. 이스라엘은 실질적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현실적인 묘사가 두드러지는데, 두 연인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현실성을 높이려 한 의도가 돋보인다. 푸른색 계열의 방호복은 뜨거워야 할 사이에 코로나의 방해로 인해 차갑게 만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작품 설명 마지막에는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더 가까워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애쉴리 에쿼슨, <무제>

 

 

애쉴리는 이 그림을 ‘이 시대의 갇힘과 고립을 합한 공포’라고 간단히 표현하고 있다. 선명한 원색들의 대비는 내면의 싸움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노란 새장은 우리가 갇혀 있는 집을 표현하는 것이고, 날아가는 빨간 새들은 구속에서 벗어나려는 우리의 욕망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하늘색이 아닌 거무스름한 하늘은 빨간 욕망을 가진 우리들에게 세상은 아직 편안하지 않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스테파니 슈미드, <무제>

 


스테파니는 ‘마스크는 사회적 거리두기’라고 말했다. 그림 속 마스크에는 필히 있어야 할 고무줄이 없다. 대신 배경에 박음질한 납작한 줄들이 얼기설기 서로 연결되어 있다. 스테파니는 말한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마스크에는 특별한 시기에 필요한 줌(zoom), 화장지, 비누 거품 등이 도안되어 있다.

 

미간 오리돈, <묶여있는 힘센 호랑이>

 

 

미간은 호랑이를 자기 자신이라고 표현했다. 그 힘센 호랑이가 거대한 사슬에 묶여 있다. 자신이 그런 기분이라고 말했다. 미간은 다른 학생들과 달리 그림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소소히 설명하고 있다. 항상 같은 방에 갇혀 있고, 정해진 길을 되풀이해서 걷고, 동네만을 달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위대한 동물은 우리에 갇혀 있으면 안 된다며 마음에 품고 있는 아픔을 쏟아냈다.

 

노엘 배드직, <고립의 시대>

 

 

이 작품은 소용돌이 만도 견디기 힘든데 거기다 수많은 것들로부터 공격받고 있는 내면의 불안을 표현하고 있다. 사람의 자세가 금방 쓰러질 듯 불안정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 불안정한 자세가 거센 공격물에 무너지기보다는 그 공격을 피하다가 나중에 반드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암시하고 있다. 노엘은 매일 이어지는 다양한 경로를 통한 소식들도 우리를 주눅 들게 하는 요소라고 불평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반드시 이길 것이라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다. 그래서 그림의 선들이 굵고 강렬하다.

 

줄리아 볼트, <저스트 아웃 오브 리치(Just out of reach)>

 

 

그림에는 워싱턴D.C.의 명소들이 작가의 톡특한 화법으로 담겨 있다. 둥근 원 안에는 모뉴먼트 빌딩 등이 담겨 있고 그 하나하나는 워싱턴D.C.에서 있을 졸업식에 대한 희망을 담고 있다. 작가는 작품을 설명하며 코로나는 자신의 마지막 학년을 앗아간 것은 물론, 미래의 계획까지도 몽땅 앗아갔다고 말해 보는 이로 하여금 아픔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아직도 코로나는 오리무중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킬지, 얼마나 오래갈지 아무도 점치지 못한다. 아름답게 채색되어야 할 청년기가 그림들에서 설명된 것처럼 아프게 지나간다는 것이 더없이 안타깝다. 

 

글_ 강샘 버지니아 통신원(samdk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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