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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이 인형이 양말이었다니

2020-05-26

업사이클 양말인형 ① 양말의 변신, 업사이클 양말공예 브랜드 끼리끼리 

 

여기 좀 특별한 인형들이 있다. 얼핏 보아도 정성이 가득 느껴지는 이 인형들은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다. 알고 보니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우리가 자주 보아왔던 양말들을 가지고 손으로 한 땀 한 땀 만든 인형들이기 때문이다. 친근하긴 하지만 양말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놀랍고 신선하다. 

 

조선희 작가는 양말로 인형을 만드는 양말인형작가다. 양말로 직접 인형을 만드는데, 짝없는 양말, 금세 작아진 아이의 양말, 신기에 불편한 양말들을 주로 활용한다. 주변에서 보내주는 양말과 양말 생산공장에서 보내주는 불량양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수많은 사연을 가진 버려지는 양말들을 업사이클링하는 그녀는 다양한 패턴, 색감, 재질의 개성 있는 인형들을 탄생시킨다. 

 

 

업사이클 양말공예 브랜드 끼리끼리의 양말인형. 버려지는 양말을 활용해 수작업으로 만든 인형이다. 

 

 

초기엔 서랍정리를 하다 짝을 찾지 못한 양말들로 물고기, 고양이 등을 만들었는데, 그 종류는 차츰 많아져 토끼, 복돼지, 부엉이, 애벌레, 생쥐, 수달 등으로 발전했고, 업사이클 양말공예 브랜드 ‘끼리끼리’의 론칭으로 이어졌다. 업사이클 할 수 있는 많은 패브릭 중에서 양말을 택한 건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물질이 풍부한 시대에 너무나 많은 멀쩡한 물건들이 그냥 버려지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특히 양말은 누구나 사용하는 물건이자, 또 쉽게 버려지는 물건인 것 같아요. 그래서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고요. 양말은 신축성이 좋고 개성 있는 디자인의 패션 양말들이 많아서 활용도가 높아요. 이런 양말들로 만들어진 핸드메이드 인형은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해요. 쉽게 버려지는 양말이 누구에게나 기쁨을 줄 수 있는 핸드메이드 인형으로 변신하는 것을 보여주고 시민들과 함께하는 체험과정을 통해 행복을 느끼게 하고, 자원순환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공유하면서 조금이나마 새활용 문화를 알리는데 동참하고 싶었어요.”

 

조선희 작가가 운영하는 여미갤러리. 끼리끼리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끼리끼리는 2017년 서산에 위치한 갤러리카페 여미갤러리에서 탄생했는데, 조선희 작가는 이곳의 관장이기도 하다. “여미갤러리는 2012년 ‘여미리신문화공간 조성사업’에 의해 만들어진 문화공간이에요. 농촌의 유휴공간을 문화공간화하고자 하는 취지로 마을 입구에 10여 년간 방치되어 있던 정미소가 갤러리카페로 탄생하게 됐죠.” 매년 적게는 14회에서 많게는 24회까지 여러 장르의 전시들이 열리는 이곳에서는 1년에 한 번씩 ‘달빛 이야기’전을 통해 마을 내 동아리활동의 결과물이 전시되기도 한다. 

 

사실 조선희 작가는 40년간 디자인 업계에 종사하면서 주로 ‘새로운 것’을 만들던 디자이너였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다 아는 유명 기업의 제품과 브랜드를 디자인하고 매출을 높여 인정받았다. 그랬던 그녀가 여미리에 갤러리를 열고, 업사이클 인형을 만들게 된 것은 그곳의 신문화공간 조성사업과의 인연 때문이었다. “주로 패키지디자인, CI, BI, 제품개발 등의 업무를 해왔는데, 언제부턴가 디자인의 영역을 넘어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느끼게 됐어요. 제품이나 산업보다는 문화예술의 접목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었고, 또 노력하게 됐고요. 그러한 동기에 의해 업사이클링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녀의 재활용에 대한 관심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는데, 디자이너로 활동할 당시 재활용 개념을 접목해 다양한 패키지를 디자인해 우수포장성공사례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쉽게 버려지는 보자기를 활용해 가방과 돗자리의 기능을 동시에 지닌 한국적인 에코백 보자기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끼리끼리’의 철학 역시 ‘더불어 사는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으로, 그녀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데 있어 모두가 동참해야 할 중요한 요소로 업사이클링을 꼽았다. “‘끼리끼리’는 사회구성원의 가장 기본 단위인 ‘가족끼리’, ‘형제끼리’ 그리고 지구를 포함하는 가장 큰 단위인 ‘지구인끼리’를 뜻해요. 이러한 관계의 확장성을 가지고 시너지를 내는 브랜드로 끼리끼리를 키워나기위해 브랜드에 다채로운 분야의 업사이클링 아티스트들을 영입하고 있어요.”

 

조선희 작가는 양말을 활용한 업사이클 인형을 만드는 것을 넘어 패브릭 액세서리, 플라스틱 및 유리 관련 업사이클 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끼리끼리 내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탤런트 오미연 씨도 패브릭 액세서리 작가로 참여해 재미있는 작업들을 펼치고 있다. 

 

 

조선희 작가가 직접 수작업으로 만드는 양말인형. 갤러리에서는 양말을 기증받기도 하는데, 특히 작아져서 신길 수 없는 아이들의 양말이 필요하다고 한다. 다양한 사이즈의 양말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신던 양말은 깨끗이 세탁해 먼지를 제거해 사용하고, 뒤집어 활용하기도 한다. 그러면 오른쪽 인형과 같이 독특한 느낌으로 완성된다. 

 

 

끼리끼리의 인형은 모두 조선희 작가가 직접 손으로 만드는데, 패턴 없이 작업하는 것이 특징이다. 양말을 잘라 꿰매고 솜을 넣은 후 조이는 방식으로 제작이 돼요. 그래서 똑같은 인형이 없죠. 물론 하나의 동물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샘플작업을 거치는데요, 보통 5~8개 정도의 샘플을 만든 후 최종안이 결정이 돼요. 본(패턴) 없이 만든다고 하니까 많은 분들이 신기해하시는데, 아마 디자인작업을 오랜 기간 해온 경험이 구조에 대한 이해와 상상력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모든 과정이 완전히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많은 제품을 단시일 내에 만들기가 힘이 들지만, 인형이 하나하나 완성될 땐 무척 보람을 느껴요.”

 

업사이클 양말인형 체험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끼리끼리 양말인형에 대해 설명하는 조선희 작가

 

서울새활용플라자 입주기업으로, 이곳에 가면 끼리끼리의 다양한 제품을 관람할 수 있다. 

 

 

업사이클 양말인형은 체험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접할 수 있다. 여미갤러리에서 팀 대상 체험이 진행중이며, 여미오미농가레스토랑 정규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정기적인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끼리끼리(여미갤러리)가 입주해있는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도 체험이 가능한데,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운영이 중단됐다.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의료진을 위한 응원 메시지를 담은 양말인형

 

결혼식을 미루게 된 예비부부들을 위한 양말인형. 인형에는 양말 외에 부자재가 사용되는데, 선물포장의 리본 끈, 헌 옷의 단추, 레이스 등을 업사이클해 액세서리로 활용하기도 한다. 

 

 

최근 작가는 이야기가 있는 업사이클 양말인형을 만들기도 했다. “코로나19로 고생하시는 의료진과 봉사자분들을 위한 응원 메시지 요청이 왔는데, 따뜻한 말도 좋겠지만 누구에게나 웃음과 기쁨을 줄 수 있는 인형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의료진 냥이’를 개발하게 됐어요. 그 뒤엔 코로나19로 결혼식을 미루게 된 많은 예비부부들을 위로하기 위한 ‘영원히 사랑해, 냥이부부 & 토끼부부’를 개발하게 되었고요.” 

 

너무 흔해서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사소한 것에 생명을 불어넣는 조선희 작가는 앞으로 끼리끼리를 통해 따뜻한 콘텐츠를 더 많이 선보일 계획이다. “아이가 어릴 때 신었던 양말로 엄마가 만든 양말인형에 아이의 어린 시절 사진을 함께 담아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좋은 추억인 동시에 선물이 될 수 있는 그런 제품들을 만들고 싶고요, 끼리끼리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양말인형을 캐릭터화하고 영상작업으로 발전시키고자 해요.” 끼리끼리가 양말인형을 통해 전하는 함께하는 가치와 그녀의 온기가 곳곳에 닿길 바라본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조선희 작가(www.instagram.com/sunnycho5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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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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