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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월드리포트

2020 소더비 최대 경매의 서막

2020-04-01

‘시대의 위대한 비극’ 프랜시스 베이컨 (Francis Bacon)의 발자취 


COVID-19가 잠식한 뉴욕 예술계. 메트로폴리탄뮤지엄을 중심으로 구겐하임, 모마 등 뉴욕을 대표하는 모든 뮤지엄들이 셧다운에 들어가고 수많은 첼시의 갤러리들과 인스티튜트들이 무기한으로 문을 닫았다. 관광업 다음으로 문화예술계 타격이 큰 뉴욕이다. 그런 가운데 전 세계 아트 마켓을 이끄는 소더비(Sotheby’s) 뉴욕에서 오는 5월 13일, 영국의 표현주의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작품의 경매를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시대의 위대한 비극’ 프랜시스 베이컨,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보자. 

 

경매가 6천만 달러. 한화로 시작가 745억 원을 호가하는 메이저 경매인 이번 행사는 뉴욕 크리스티에서 1억 4천2백4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천5백28억 원에 낙찰된 프랜시스 베이컨의 <루치안 프로이트에 대한 세 가지 습작(Three Studies of Lucian Freud)>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Francis Bacon, <Three Studies of Lucian Freud> (사진출처: artist.christies.com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 2013년에 이어, 이번 소더비 이브닝에 출품될 작품은 프랜시스 베이컨의 트립틱(Triptych) 중 하나로,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로 비극 분야의 개척자였던 아이스킬로스의 비극 3부작 <오레스테이아(Oresteia)>에서 영감을 받은 FRANCIS BACON, <TRIPTYCH INSPIRED BY THE ORESTEIA OF AESCHYLUS>로, 높이 78인치, 198센티미터의 대형 작품이다. 

 

Francis Bacon, <Triptych Inspired by the Oresteia of Aeschylus> (사진제공: Sotheby’s)  

 

 

프랜시스 베이컨의 대표작으로도 불리는 이 작품은 베이컨의 가장 중요한 일생의 작품이자 서른 세트의 트립틱 중 하나로, 현재 런던 테이트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의 아가멤논 살해와 아들 오레스테스의 복수, 아테네에서의 배심원의 재판. 고대 그리스 비극의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을 자극하는 그의 작품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1909년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인 프랜시스 베이컨은 유복한 환경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의 영향으로 수차례 영국과 아일랜드를 오가며 살았던 그는 어린 시절엔 천식으로 정규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다. 열일곱이 될 무렵, 당대 유럽 데카당스 문화의 중심지였던 베를린에서의 두 달을 지내게 되는데, 그때의 베를린에서의 삶을 그의 향락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이후 파리에서 파블로 피카소, 막스 에른스트 등 모더니스트들의 작품을 접하며 진정한 걸작을 위한 길을 닦았다. 


위대한 거장, 프랜시스 베이컨 (사진제공: Sotheby’s)

 

 

프랜시스 베이컨은 1925년 런던에 정착한 후 우연히 런던의 인테리어 회사에서 화가 로이 드 메스트르를 만나 습작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후 1933년 <십자가 책형(Crucifixion)>을 발표하고 아티스트로서 명성을 얻기 시작한다. 

 

1945년 런던의 르 페브르 화랑에서 <십자가 책형을 위한 세 개의 습작(Three Studies for Figures at the Base of a Crucifixion)>(1944)이라는 역작을 발표로 실존하는 위대한 작가라는 칭호를 받으며 생전에 부와 명예를 누린 몇 안 되는 아티스트로 미술사조에 획을 긋는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런던 스튜디오(Perry Ogden, Francis Bacon's 7 Reece Mews Studio, London, 1988) (사진출처: francis-bacon.com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작가, 시대의 위대한 비극이란 칭호를 받는 프랜시스 베이컨은 이후에 계속해서 트립틱, 즉 삼면화 양식을 주로 작품 활동에 이용했고, 그리스도의 수난, 복수의 세 여신, 고립된 인물, 자화상, 신체의 왜곡 등이 표현된 특징적 작품들을 완성한다. 

 

영국 왕실이 부여하는 최고 권위인 왕립 아카데미 회원을 거절하며 전통과 형식을 깨는 행보를 보인 그는 인간 본성의 비극, 폭력과 파괴성에 초점을 맞춰 불안과 긴장감, 그리고 작품을 보는 이의 가슴을 꿰뚫는 독자적인 화풍을 구사한다. 

 
Francis Bacon, <In memory of George Dyer>, 1971 (사진출처: francis-bacon.com

 

 

1992년 마드리드에서 생을 마감한 그의 부와 명성 뒤엔 방황과 도박, 1971년 그의 사랑인 조지 다이어(George Dyer)의 죽음 등 아픈 개인사도 함께했지만 전후 역사상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있다. 

 

다크나이트의 <조커>에도, 지드래곤의 <배배>에도 영감을 주어 한국의 어린 독자들에게 더욱 친숙한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들은 현재까지도 최고의 작품으로 많은 예술인들의 동경이 되고 있다.   

 

소더비 유럽 현대미술의 총책임자인 알렉스 브랑식(Alex Branczik)은 시대의 위대한 비극 작품인 프랜시스 베이컨의 트립틱은 고대 그리스 장르의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20세기 감성으로 가져왔다고 극찬했다.

 

“나는 세 개의 캔버스에 그려진 이미지들을 늘어놓기를 좋아한다. 작업 과정에서 작품이 그리 탐탁지 않아도, 트립틱을 쓰면 최상의 작품이 된다.” 

 

트립틱으로 독자들과 소통하고자 했던 프랜시스 베이컨. 미술사조에 획을 그은 그가 완성한 서른 세트의 트립틱과 함께 오는 5월, 침체된 뉴욕 예술계에 봄바람을 일으키길 희망해 본다. 

 

글_ 우예슬 뉴욕통신원(wys060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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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더비 #경매 #프랜시스베이컨 #뉴욕 #월드리포트 

예슬
2012년부터 세계 최대 문화예술의 도시, 뉴욕에서 지내며 다양한 매체에 문화예술 관련 칼럼을 쓰고 있다. 미디어 아트, 인터렉티브 아트, 컨템포러리 아트에 관심이 많으며, 보다 대중적이고 신선한 작품들과 작가들을 찾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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