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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수묵의 독백, 과거와 현재의 대화

2019-04-22

한 해에 일주일 디자인을 즐길 수 있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가 시작되면 사람들의 발걸음이 밀라노 구석구석을 향한다. 가장 인기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토르토나(Tortona) 지역은 수많은 혁신적인 작품과 유명한 브랜드들의 참신한 작품들을 볼 수 있어 기대감이 높은 곳으로, 그 중심에는 슈퍼 스튜디오(Super studio) 전시장이 있다. 올해는 이곳에서 한국의 아름다움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수묵의 독백 Monochrome Monologue’전

 

 

‘수묵의 독백’ 전시 전경. Photos by 손민정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순간 흰 종이 안에서 번져나가는 묵의 검정 빛깔 안에 담긴 수많은 색과 절제 속에서도 화려함을 뽐내는 한국의 미가 숨이 막히게 펼쳐진다. 한국공예디자인 진흥원에서 벌써 7번째 선보이고 있는 ‘법고창신’ 전시회는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자 하는 한국 공예의 비전을 담아 매해 관람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올해의 전시 연출은 정구호 예술감독의 참여로 공예의 영역을 확장시켜 오늘과 내일을 향해서 작가들의 고민과 새로운 시대에 대한 반영을 보여주고자 한다. 정구호 감독은 형상의 명료한 아름다움, 재료 해석이 보여주는 감수성, 작품의 외피가 발산하는 아우라라는 한국 전통공예의 진면목과, 수묵이 주는 비움과 채움의 미학을 담고자 하였으며, 작가들의 노력의 결실인 작품을 관람객들에게 잘 선보일 수 있는 아름다운 기획을 선보였다. 
 

‘수묵의 독백’전 출품작들. Photos by 손민정

 

 

작품들을 보여주는 전시의 형태는 한국 민화의 책가도를 떠오르게 하면서 아카이브적인 구성을 통하여 한국의 전통 공예 제품의 다양성과 변주를 보관하고 있는 새로운 공예의 보물함을 연상시킨다. 총 23개의 작품으로 구성된 ‘수묵의 독백’은 외국인들이 쉽게 볼 수 없었던 나전칠기, 갓, 소반들을 보여주며 한국의 전통의 미에 대한 소개와 함께 디자인과 미는 현재의 모티브를 두고 있어 그 새로운 표현이 이미 한국 전통 공예에 대해서 알고 있던 관람객들에겐 더욱더 다양한 흥미와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화려하고 정교한 작품들과 정갈하면서도 강렬한 작품들의 조화가 어우러져서 먹의 선과 흰 도화지의 면이 그려내는 한 폭의 수묵화를 투영하였다. 그 간결함의 미학은 전시 관람 후에도 계속해서 떠올랐으며, 전시회 내내 수많은 사람들이 인상적이었던 전시 중 하나로 손꼽았다. 

 


김윤선의 혼선   

                     

김춘식, 김영민의 나주반

 

양현승의 평양 반닫이     

               

이상협의 은방짜(사진제공: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작품촬영: 봄스튜디오) 

 

 

한국의 전통 공예는 예술이고 작품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밑바탕이 있다. 사람들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서 계속 변화해왔다. 사람이 변화하는데 사람이 사용하는 것에 기반을 둔 공예가 계속해서 과거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전통의 가치와 미덕을 가진 채 그 아름다움을 오늘날의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것을 통해 새로운 세대의 사람들에게 전통에 대해서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전시회장의 한 벽 전면에 작가들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작가들은 ‘수묵의 독백’을 통해, 자신들의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관객에게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었고, 그들의 사진 속 눈빛에서는 한국 공예에 대한 비전과 꿈을 위한 열정을 읽을 수 있었다. 앞으로 더 새롭게 나아갈 한국 공예의 미래가 기대된다. 

 

글_ 손민정 밀라노 통신원(smj91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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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정 객원기자 instagram
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밀라노 공대에서 (Politecnico di Milano)에서 제품 서비스 시스템 디자인을 전공 후 서비스 디자인, UX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이롭게 만들 디자인의 힘을 믿고, 늘 새로운 디자인을 찾아서 길을 나설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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