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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당신의 ‘엉망’은 어떤 의미인가요?

2018-10-12

 

광화문 한복판에 ‘엉망’이라는 단 두글자만 쓰여진 포스터가 내걸렸다. 지나가는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엉망’이라는 글자를 해석한다.

 

“나도 오늘 하루 엉망이었는데…”
“요즘 세상 엉망이지”
“오늘 회사에서 엉망이었어”

 

사람들의 상상을 일으키는 이 불친절한 포스터는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Sasa[44] 작가의 개인전을 위한 것이다.

 

대중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방대한 수집벽으로 유명한 Sasa[44] 작가가 개인전인 ‘엉망’은  20여 년 동안 편집증적으로 모은 물건들을 이용해 자신이 살아온 시대와 문화를 통찰적으로 엮어낸다.

 

작가가 모은 한정판 나이키 운동화©Desig Jungle

 

1층은 ‘원피스 SP’ 섹션은 작가가 수집한 한정판 운동화는 물론 2006년 시작된 <연차보고서> 연작 등을 만나 볼 수 있다.

 

 

 

리한나 SNS에 올라온 문구©Desig Jungle

 

 

 

작가의 수집벽을 알 수 있는 1층 섹션©Desig Jungle

 

2층 10/4024는 2004년부터 10년간 작가가 사 먹은 음료수 빈병 4024개와 대중가요의 인트로만을 엮은 음악이 마치 클럽처럼 흘러나온다. 

 

관람객을 사로잡은 엄청난 양의 빈병들과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게되는 대중가요의 만남은 장시간 관객들을 붙들어 놓는다.

 

 

 

 

 

 

미국에서 부터 먹어온 빈 음료수병들©Desig Jungle

 

3층 우리 동네 섹션으로 작가의 연작 <아워 스폿> 프로젝트를 일민미술관 학예팀 5인이 기존의 지시문을 재해석해 큐레이팅한 것이다.

작가는 보스톤, 도쿄, 시드니 등의 도시를 여행하는 이들에게 지시문을 써주고 그대로 여행하도록한다. 

 

시드니를 여행하는 이를 위한 지시문과 여행객이 가져온 영수증들©Desig Jungle

 

지시문은 의외로 자세한다. 


9월 28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신문을 사고, 여가 섹션은 따로 두고, IT 섹션을 자세히 읽고 주요 뉴스를 훑어보고 둘 다 폐기한다. 아침을 먹으면서 할 수 있다.

아침 (커피는 식후에)

 

등과 같이 매우 상세하고 방문해야 할 카페의 주소와 맵 등을 지시문에 첨부해 작가의 아바타가 된 듯 여행한다. 이때 수집광인 작가의 작업 답게 영수증과 비닐봉지, 장소 방문 사진 등을 모두 버리지 말고 가져와야 한다. 

 

관람객들은 지시문과 함께 실제 여행을 다닌 이들이 남긴 사진과 물건을 보면서 간접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보스톤 여행자를 위한 지시문과 여행 후 가져온 물품©Desig Jungle

 

뉴욕 여행을 위한 지시문과 거져온 물품©Desig Jungle

 

또한, 이번 전시를 관람한 관객들을 위해 ‘서울’을 여행하는 지시문도 마련해 두었다. 관객들은 지시문대로 서울을 여행하며 사진을 찍어 작가 비워둔 서울 섹션을 채워 나갈 수 있다. 

단순한 관람을 넘어 예술 작품과 하나가 된 듯한 참여형 프로젝트다.

 

서울 여행 지시서와 관객들이 채워나갈 앨범©Desig Jungle

 

우리는 빅데이터 시대에 살고 있다. 엄청난 정보와 데이터 속에서 우리의 삶은 하나의 점(node)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이런 ‘엉망’의 시공간 속에서 스스로 나아가며, 현대인으로서의 삶을 새롭게 재발견하는 색다른 예술적 경험을 즐기게 될 것이다.

 

엉망Ungmang 展
기간: 2018. 9. 7 (금) – 11. 25(일)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광화문 일민미술관(02-2020-2050)


에디터_ 김영철(yckim@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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