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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오늘 뭐 해?

2018-10-05

“안녕”
“어디야?”
“뭐 해?”

 

무심히 건네는 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사랑하는 이의 하루가 궁금해서, 친구의 안부를 묻거나 때론 의미 없는 공허한 인사말일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말 한마디가 가슴 속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날이 있다.

 

성격도, 스타일도 다른 세 명의 젊은 작가가 모여 “뭐 해?’라는 질문에 대한 전시를 열었다.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전시된 작품도 다양한 색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 던진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무엇을 준비했는지 궁금해졌다. 

 

전시가 열리는 낙랑파라 망원점©Design Jungle

 

(좌로부터) Future Rabbit, Emi Park, 세희 작가©Design Jungle

 

안녕하세요. 처음 메일을 받고 어떤 전시일까? 궁금했어요. 전시 소개 부탁드려요.

Future Rabbit(이하 FR) 전시를 기획할 때 개성이 다른 세 명을 어떻게 하나로 묶을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찾다 보니 프랑스어라는 공통점을 발견했어요. Emi Park과 세희 작가는 파리에서 공부했고 저도 유학을 준비하던 때가 있어서 프랑스어를 배웠어요. 여기에서 전시 힌트를 얻었어요.

 

프랑스어 중에 “Qu'est ce que vous faites dans la vie?”라는 말이 있어요. 직업을 묻는 말이기도 하지만 “지금 뭐 해?”라는 일상적인 질문이기도 해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일상적인 질문을 하면 어떤 대답이 돌아오는지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뭐 해?' 전시장©Design Jungle

 

Emi Park(이하 Emi) 저희끼리 “뭐 해?”라고 질문하면 “어, 나 지금 작업해” “사진 찍었어” “나는 지금 그냥 내 일상을 드로잉하고 있어”라는 대답을 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자신들이 지금 하는 일을 전시 주제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세희 포괄적인 뜻을 담고 있는 질문이기에 저마다 해석하는 것이 다르긴 해요. 하지만 자신의 본업 이외에 어떤 것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알 수 있는 전시인 것 같아요.

 

그럼 각자 어떤 작업을 하는지 알려주세요.
FR 퓨처 래빗(Future Rabbit)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고요. 제가 미래적인 디자인과 토끼를 좋아하거든요(웃음). 


저는 사이렌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스타벅스 로고가 사이렌이잖아요. 그래서 다들 인어로 생각하시는데 그리스신화에는 하반신은 독수리고 머리가 인간 여자인 모습으로 묘사 돼요. 

신화 속 사이렌의 모습에 제가 일상에서 겪은 경험을 접목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신화 속 사이렌의 모습에 일상의 유혹을 그리는 Future Rabbit 작가©Design Jungle

 

세희 전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했고, 얼마 전에 파리에서 돌아왔어요. 
그래서 패션일러스트와 필름사진을 준비했습니다. 필름 사진은 파리에서 처음 시작했어요. 원래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긴 했지만 필름 카메라를 사용한 적은 없었어요.

파리는 한국과 달리 색감이나 장소가 필름 사진과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보고 느낀 파리를 필름에 담아서 한국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Emi 저는 무역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그래서 일에 좀 지친 상태에요. 
친구들이 전화해서 “뭐해?”라고 물으면 “야근해” “외근가” “업체랑 싸웠어” 이런 이야기만 하는 거예요.

 

곧 서른을 맞이하는데 어느 순간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지나가는 시간을 추억으로 만들고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두 친구를 꾀어서(?) 5월부터 준비했습니다. 

저의 29이라는 생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담아가고 있는 작업을 진행했어요. 그래서 저는 일상을 드로잉에 담았어요. 

 

29살 자신의 일상을 드로잉으로 표현하는 Emi Park 작가©Design Jungle

 

세분은 어떻게 만나게 되셨어요?

FR 6년 전에 패션 연합 동아리에서 만났어요.

 

잠깐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전시 기획과정이 궁금해요.
Emi 저 혼자 하는 전시는 임팩트가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주변에 개인 작업을 하는 친구를 찾아봤어요. 마침 이 두 친구가 생각났어요.
그래서 5월쯤 한강에 피크닉을 갔다가 같이 전시를 하자고 이야기했죠. 다행히 두 친구 모두 좋다는 대답을 했고 7월부터 본격적으로 갤러리를 알아보면서 준비를 했어요.

 

두 친구는 아직 어리고 회사생활도 해보지 않아서 제가 회의록을 만들어 가면서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방향을 잡아갔습니다.

사실 준비하면서 이게 맞는 건지 고민이나 걱정이 많았어요. 하지만 두 명의 친구가 항상 격려해주고 믿고 따라와 주었기에 지금 전시를 열 수 있었어요.

 

'뭐 해?' 전시장©Design Jungle

 

지나가다가 오시는 분들도 있고 전시를 알고 오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나요?

FR 저희 전시를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셨으면 해요. 그리고 저희가 물은 “뭐 해?”라는 물음에 대답도 생각해보고 나가셨으면 해요.

 

세희 전시를 보러 오신 분들이 저희가 대단하다고 생각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저희도 다 똑같은사람이잖아요. 자신만의 취미를 가지고 재미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 정도만 하고 나가셨으면 해요.

 

파리를 필름 카메라에 담아낸 세희 작가©Design Jungle

 

전시가 끝나고 계획이 있나요?

Emi 생각 같아서는 잠을 너무 못 자서 셋이 같이 푹 쉬고 싶어요. 하하 
하지만 본업도 있고, 이번 일을 토대로 다음 작업을 해나갈 거에요. 계속 배우고 앞으로 나아가는 연말을 보낼 거 같아요.

 

FR 제가 그린 사이렌을 박제 같은 모형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사이렌이 유혹을 뜻하기도 하잖아요. 
이성 간의 유혹도 있지만, 살아가면서 받는 다양한 유혹을 표현하고 싶어요.

 

세희 전 취준생이라서 취업 준비를 계속하면서 필름 사진과 그림도 꾸준히 작업할 예정입니다.

 

'뭐 해?' 전시장©Design Jungle

 

세 명의 젊은 작가들이 풀어낸 전시는 오는 10월 13일까지 낙랑파라 망원점에서 열린다.

 

여러분은 지금 “뭐 해?”라는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하실 건가요?

 

에디터_ 김영철(yckim@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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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드로잉 #필름카메라 #그룹전 #회화 

김영철 에디터
소설가가 되고 싶었지만, 주변의 반대에 못 이겨 디자인을 전공했다. 패션디자이너로 일하다가 한계를 느끼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언제나 새로운 디자인에 놀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하루하루가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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