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아트 | 리뷰

'게임'이라는 새로운 캔버스

2014-07-17


우리가 흔히 종합 예술이라고 부르는 영화의 경우 각 장르의 특성을 흡수해 새로운 미디어의 힘으로 그 결과물을 증폭, 발전시킨 예술 장르입니다. 오랜 시간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은 가장 대중적인 예술 장르죠. 그런데 최근 영화는 ‘게임’이라는 새로운 뉴미디어-예술 결과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으며 변화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유명한(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할리우드 프랜차이즈인 ‘트랜스포머’는 편수를 더해갈수록 단순해지는 스토리와 마치 게임과 같은 쾌감만을 그리고 있죠. 이는 흥미롭게도 많은 게임 비판론자들이 이야기하는 말초적인 자극의 연속과 궤를 같이하는데,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시리즈에서 감동보다는 자극을 원합니다. 그 기대에 충족 하고자 이 영화는(혹은 수많은 블록버스터들은) 두 시간 동안 암흑의 공간에서 즐기고 나올 오락거리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글│류임상, 미디어아트 에이젼시 LAB 16.9 크리에이티브 디렉터(director@lab169.com)

하지만 인터렉티브 스토리텔링에 강점을 두고 있다는 게임 제작회사 ‘퀀틱 드림’의 최근작 ‘비욘드 투 소울즈(Beyond Two Souls)’는 게임을 닮아가는 영화의 흐름과는 달리 “영화를 넘어서는 영화”를 꿈꾸고 있습니다. 윌리엄 데포와 엘런 페이지라는 유명 헐리우드 배우를 캐스팅하고 여느 블록버스터 영화에 못지않은 제작비를 들여 만들어졌는데요. 이러한 게임 콘텐츠는 영화와는 다르게 유저의 의지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멀티엔딩의 구조를 갖고 있기에 보다 새로운 예술 경험을 이끌어 낸다고 할 수 있겠죠. 이렇게 게임은 영화를 닮아가며 새로운 영역을 탐구해 나가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선 영화보다 더 높은 지점을 지향하면서요.

현대의 대중은 경험하길 원합니다. UX(User Experience)나 BX(Brand Experience)와 같은 개념이 주목받는 것처럼 대중들은 예술 역시 단순한 감상을 넘어 ‘경험’하기를 원한다는 것이죠. 즉, AX(Art Experience)가 중요한 세상이 된 것입니다. 이러한 ‘경험’에 최적화된 새로운 예술 형태로의 ‘게임’은 그 어떤 장르의 예술보다도 발전적이고 대중 친화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예술 경험’에 최적화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을 통한 예술 경험은 가장 단순하게 말하자면 현대의 대중들이 ‘게임적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있고, 오랜 시간 그 게임 문화권 내에서 살아온 세대의 탄생에서 더욱 강화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런던, 제네바, 프라하, 도쿄, 뉴욕을 넘어 최근에는 한국의 도시 곳곳에 만들어지고 있는 ‘인베이더(Invader)’의 작업은 8비트 도트로 이뤄진, 어릴 때 즐겼던 게임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캐릭터들이 도시 곳곳에 숨겨져 있는 예술 프로젝트 입니다. 우연히 거리에서 만나게 되는 반가운 옛 친구처럼 이 작업들은 우리들의 추억을 환기시키며 예술적 감흥을 줍니다. 즉, 다시 말해 게임은 새로운 오락 거리를 넘어 우리들의 추억과 문화의 한 축으로 대중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죠.

이제, 대중들은 자유도가 높아진 최근의 게임 환경을 이용해 본래의 게임이 요구하는 목표와는 다른 또 다른 제2 창작물을 만드는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마인크래프트나 GTA를 활용한 창작물은 본편을 뛰어넘는 새로운 작업들로 재탄생되곤 하는데 이러한 결과물들은 유튜브와 같은 SNS 채널을 통해 공유되며 기존의 예술이 묶여있던 화이트 큐브의 공간적, 계급적 한계를 훌쩍 넘고 있죠. 그리고 게임의 이러한 가능성은 많은 아티스트들에게도 큰 모티브가 되어 게임을 이용한 예술 행위 역시 점점 늘어나게 하고 있습니다.

크리스 하울렛(Chris Howlett)은 유명한 도시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인 심시티를 활용해 ‘Metropolis: Part I - III’라는 비디오 작업을 만들었습니다. 크리스 하울렛은 이전에도 비디오 게임의 화면들을 이용해 스토리를 만드는 ‘머시니마’ 작업을 주로 했던 아티스트인데요. 그의 작업은 도시가 만들어지고 붕괴되는 게임 내 모습을 마치 다큐멘터리 기록 영상처럼 편집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도시를 기반으로 한 우리들의 현대 사회를 담담히 관조하며 돌아보게 하는데요. 시간에 따라 수없이 변화하는 도시의 모습은 실제 우리 사회의 초상이기도 하며, 게임 내의 창조주라는 지위를 이용해 가상의 세계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보여주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게임의 발전과 함께 성장(혹은 진화)하고 있는 세대에게 게임은 환경이며 문화입니다. 이들은 경험할 대상으로서의 예술을 더 선호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게임은 무한한 예술적 경험을 가져다줄 수 있는 캔버스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세대는 게임(혹은 예술)을 가지고 놀며 즐기는 예술 경험을 하게 될 것이며, 전 세대의 예술과 융합하여 예술로 진화하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계속될 게임의 ‘예술적 가능성’을 기대해 봅니다.

facebook twitter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