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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금지_No Exit
기타 마감

2005-05-20 ~ 2005-06-26




전시명: 외출금지_No Exit 남궁문 회화展
장소: 일민미술관 1, 2 전시실
문의: Tel. 02_2020_2055

남궁문이라는 화가는 자기 멋대로 사는 사람이다. 멋대로 산다는 말이 부정적으로 들린다면 그건 아니다. 세상에 눈치 볼 것도 없고 세상이 정하는 규칙에 상관없이 자신의 법칙에 맞춰 제멋대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 말을 들으면 화가는 반문할 것이다. 난 멋도 없는 사람인데 무슨 소리냐고, 또 나는 내 안에서 사는 사람인데 무슨 법칙이 필요하겠느냐고. 그런 생각은 사치일 뿐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는 남들이 가지 못하는 길을 가고 있고, 화가 주위의 많은 사람들은 그 멋을 부럽게 바라본다는 사실이다.

화가는 매일의 일상을 기록하는 일기를 쓴다. 독백도 쓰고,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편지도 쓴다. 이 기록 "화가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사진이나 드로잉과 함께 올려져 있다"에는 아주 사소하고 또 누구도 개의치 않으며 지나갈 일들이 세심히 다루어져 있다. 처음 이 글을 대할 때는 아니...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들이 다 무어야.. 무슨 의미가 있다고 이걸 다 적어놓는거야... 라고 생각하며 가치를 주려하지 않다가도, 읽다보면 가끔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래... 나도 그럴 때가 있지. 나도 그런 생각을 하거나 그런 의문을 품었던 적이 있었지.. 하고 말이다. 너무 사소하고 하찮아서 그냥 스쳐가는 일들을, 읽는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끝도 없이 길게 쓰인 글로 만나면서 이것이 바로 일상이라는 걸 깨닫는다.



화가가 쓰는 글 속의 사소함만큼이나 그의 그림에도 사소함이 묻어난다. 화가는 일기를 쓰듯이 자신의 이야기를 드로잉한다.
한때는 매일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기기도 했다. 생활에서 느끼는 것, 경험하는 것들이 그려진 그의 스케치는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또 다른 기록이기도 하다.

화가는 매달 그림달력-달력에는 그 달에 피는 꽃이나 주요 사물, 또는 그 무렵 화가의 심리상태가 그려져 있다-을 만들고 자화상을 그리며 스스로를 들여다본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화가의 자화상은 한 사람의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제각각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자화상을 남기지 못하는 우리는 얼마나 많은 자신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채 알 새도 없는데 말이다.

사회에서 소외됐다고 느끼는 화가는 사회와 일정한 간격을 두고자 자신에게 외출금지를 명하지만, 그는 결코 현실과 단절하거나 현실을 떠나지 못한다. 그가 집착하듯 그려내는 달력, 화면에 더러 보이곤 하는 시계, 그리고 팔에 매단 가느다란 수혈튜브는 타인과 연결되고 싶은 소통의 끈이고 한 가닥의 희망이다.
의문을 갖는다. 이 그림들이 화가의 일상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개인적인 것이 가장 사회적인 것이라고 믿는 화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이 바로 우리의 일상은 아닐까...라고.

현대사회는 외형적으로는 풍요로움이 넘치고 다양한 관계가 형성되고 있지만, 그 안의 현대인은 끊임없이 소외감을 느끼고 좌절하며, 힘겨워한다. 일민미술관이 마련하는 『외출금지』展전은 현대 사회적 자폐증을 남궁문이라는 화가의 회화방식을 통해 드러내는 전시이다. 그럼으로써 우리 모두가 가슴에 담고 있는 예민한 감정을 인식하여 보편화시키고, 아울러 증후로서의 미술에서 공공성을 보고자 한다.



일기를 쓰듯 그려낸 작품들의 드로잉이 친숙하게 다가오는데, 이 작품들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한 화가의 일상이지요.
이 세상에 살아가는 누구나 갖는 것 같은, 한 화가의 일상요.

이번 전시의 테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이 번 전시의 주제는 '외출금지' 입니다.
이 세상과 동떨어져 살아가는 듯한 화가의 사회와의 갈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삶을 유지하려면 사회와의 단절은 불가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 화가 자신이 사회를 향해 본인 스스로에게 내리는 방어막일 수도 있습니다.

작품 활동을 하실때, 가장 중요시하는 작가님만의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철학일 것까지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작품이 어차피 개인적인 표현인지라, 스스로에게 부끄럼 없는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요.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자기 작품하다가 가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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