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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손 The thinking hand 고 김근태 3주기 추모展
미술

무료

마감

2014-12-04 ~ 2014-12-21


전시행사 홈페이지
http://www.ddp.or.kr/







김근태를 생각하는 문화예술 모임 ‘근태생각’은 고 김근태 3주기를 맞이하여
추모전시 <생각하는 손> 을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갤러리문에서 오는 12월 4일부터 12월 21일까지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김근태가 한국의 경제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밝힌 '따뜻한 시장경제론'에 대한 이야기가 미술인들의 손을 통해 작품화되어 전시됩니다.

정정엽,김진송,임민욱,이부록,리무부 아키텍쳐,이윤엽,배윤호,옥인콜렉티브,콜트콜텍 기타노동자 밴드(콜밴),전소정,심은식 등 11팀의 회화,판화,영상,설치 등 40여점의 작품이 전시됩니다.
디자이너로 박서원,안지미 작가도 이번 전시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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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12월 마석 모란공원 묘지에서 하얀 눈을 맞으며 그 분을 느꼈다. 묘 앞에 놓여 있던 소주 한 잔. 그 위로 내려앉는 눈발의 따뜻한 부드러움을 바라보며 삶과 죽음, 기억과 추억, 그리고 새로운 탄생의 의미에 대해 되물었던 것 같다. 나는 왜 지금 여기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일까?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계속 된 질문은 ' 애도' 를 표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미술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 추모' 할 수 있을까, 였다. 이는 작가 임민욱의 말처럼, ' 말이 가장 위로가 된다고 하지만, 말로 해도 다 설명 되지 않는 것, 다 말할 수 없는 것, 말로는 정의내릴 수 없는 것' 을 미술로는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이미지가 관객들의 고민에 스며들어 또 다른 시간의 무늬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김근태 선생과 더불어 떠나는 시간여행을 통해 독자들이 만들어낼 각기 다른 수많은 시간들의 무늬가 우리 사회를 더 많은 꿈으로 채우게 되기를 기대한다. ● ' 김근태' 가 아니라 김근태 선생이 전하고 싶었던 것, 자신의 육신을 돌보지 않고 꼭 이루려 했던 것, 그가 더 많은 이들과 공감하려고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 김근태의 따뜻한 시장경제' 라는 화두를 그리워하고, 새삼 공감한다. 자신의 성실한 노동과 정직한 사회적 기여를 통해 행복해졌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 너무나 아득한 이상으로 멀어지면서 청년들의 눈빛은 불안하게 흔들리고, 중년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다. 시장 만능의 사회시스템은 결국 인간을 황폐화 시킬 것이라는 김근태 선생의 확신은, 시장의 폭력성에 대한 판단에 기인한 것이다. 시장은 노동의 영역에서는 물론 상품과 금융시장에서도 자율적 조정 기능 을 발휘하지 못했다. 자율적 조정 기능을 기대하는 신화만 양산했을 뿐이다.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면 시장은 효율적 자원 배분으로 우리를 인도할까? 그대로 두면 시장이라는 사탄의 맷돌에 우리 삶은 통째로 갈아 먹힌다고 그는 경고했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 대한 민주주의적 통제의 불가피함을 역설한 것이다. 시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사회 대통합을 통해서 경제 성장과 동시에 민주적 분배의 문제도 해결하고자 한 것이 ' 김근태의 따뜻한 시장경제' 다. 경제 본연의 임무는 ' 인간' , ' 인간적인 삶' 에 충실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 이번 전시를 통해 김근태가 한국의 경제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밝힌 ' 따뜻한 시장경제론' 에 대한 이야기가 미술인들의 손을 통해 작품화되었다. 정정엽, 김진송, 임민욱, 이부록, 리무부 아키텍쳐, 이윤엽, 배윤호, 옥인콜렉티브,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밴드(콜밴), 전소정, 심은식 등 11명 작가의 회화, 판화, 영상, 설치 작품 등 40여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 김근태의 서재에서, 청년 김근태가 노동현장에서 딴 서른 개가 넘는 기술 자격증과 보일러공으로 일하던 시절 소음 속에서도 옥순아가씨(당시 노동현장에서 활동하고 있었던 인재근 의원의 가명)에게 써내려간 연애편지를 발견했고, 그 속에서 절절히 베어 나오는 그의 꿈을 ' 김근태 서재' 라는 이름으로 복원하였다. 노동현장에 들어가 노동자의 삶 속에 있었던 청년 김근태에서 ' 따뜻한 시장경제론' 으로 나아가는 그의 발자취를 되짚어 보며, 그가 꿈꿨던 ' 따뜻한 시장' 의 노동자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였다. ' 생각하는 손' 이라는 전시 주제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 세월호의 사건으로 우리 사회는 또 다시 깊은 트라우마를 갖게 되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 손' 이 동작을 멈추면, 우리 사회가 마비될 수 있다는 상식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 손' 이 생각하면서 동작하지 않을 때, 우리 사회가 천천히 가라앉을 수 있다는 공포를 경험하였다. 이 전시에서 우리는 ' 생각하는 손' 의 부활을 꿈꾼다. ' 노동' 과 ' 시장' 에 대한 화두를 놓지 않고 지속적으로 작업해온 미술가들이 ' 생각하는 손' 을 움직여주었다.


전소정은 ' 미싱사' 와 ' 김치공장의 노동자' 들을 화면에 담아, 오랜 시간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일 하는 이 시대의 장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작업 공정을 자신이 지배하며, 자신이 만들어낸 궁극적 이상에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반복하는 장인들의 모습을 통해 노동과 예술, 모방과 창조의 경계에 대해 묻는다. ● 배윤호의「자카르타 중앙역」은 일자리를 찾아 하염없이 기다리는 노동자들의 일상을 통해 가족을 위해 가족을 떠나는 노동자가 처한 상황을 환기시킨다. 자카르타 노동자들의 일상은 ' 주말 부부' , ' 기러기 아빠' 로 대표되는 우리시대 노동자의 초상을 떠올리게 한다. 돈을 벌어 다시 돌아갈 가족과 고향을 꿈꾸지만, 계속 돌아다니며 살다 결국 길거리에서 쓰러져야 하는 삶이 우리들의 미래가 아닐까 묻는다. 작가는 가족과 직장, 국가의 이데올로기가 일치했던 근대적 환상의 시대가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이부록은 오랫동안 청계천에 버려진 철부산물들을 수집해왔다. 그의 작업은 산업사회에서 버려진 부품들, 낙오된 부품으로 취급되어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 고속성장의 근대화 이념에서 배재된 가치를 다시금 발굴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번 기획에서 그는 이 버려진 유물들을 재조합해서, 현재와 다가올 미래의 시제로 바꾸어 놓는 작업들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일터에서 밀려난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드러냄과 동시에 우리가 도달하려고 하는 유토피아가 작동 불능의 기이한 모습은 아닌지, 우리가 남길 각자의 금자탑은 실패의 업적인지, 희망의 모습인지 우리가 스스로에게 묻게 한다.


리무부 아키텍쳐는 김근태 서재를 재현하면서 아카이브를 통해 망각된 기억 속에 존재했던 청년 김근태의 꿈을 복원해 내었다. ● ' 파견 미술가' 이윤엽은 노동 운동의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작업하며 ' 생각하는 손' 으로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 심은식의「쌍용 해고노동자 자동차를 만들다, H-20000만 프로젝트」는 시민들의 모금으로 마련된 제작비로,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코란도 자동차를 재조립해내는 프로젝트를 촬영한 것이다. 거대한 공장이 요구하는 합리적 작업 공정에 따라 하나의 부품 조립만을 반복했던 노동자들이 ' 코란도 자동차' 의 전체 공정을 장악하고 생산해내는 과정은 ' 생각하는 손' 이 부활되는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 콜밴도 해고된 후 스스로 변화해 갔다. 그 과정에서 많은 문화예술인과 결합하였고, 콜밴 스스로 예술인이 되었다. ' 콜밴' 이라는 이름은 이를 함축하고 있다. 콜트콜텍 노동자이면서 밴드를 하는 예술인, 노동자이면서 예술가, ' 노동자가 예술가' , ' 노동이 예술' 이라는 개념이 콜밴 속에서 싹트고 있었다. 이번 전시에는 농성 도구로 구축된 설치작품을 통해 그 과정의 역사를 보여준다.


옥인콜렉티브는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 밴드의 연극 ' 구일만 햄릿' 의 거울 버전,「서울 데카당스-Live」를 출품한다. 박정근, 임한창의 반(half)즉흥 퍼포먼스를 기록한「서울 데카당스」에 이어 2014년「서울 데카당스-Live」에서는 ' 구일만 햄릿' 의 배우인 이인근, 임재춘 그리고 이 연극의 공동 연출인 진동젤리의 권은영과 매운콩을 캐스팅한다. 햄릿의 귀환을 기다리는 ' 구일만 햄릿' 의 주인공들은 본래의 공연 이전과 이후, 그리고 속내를 드러내며 새롭게 변주된다. 1940년대에 지어진 폐공장에서 실행된 퍼포먼스는 이번 전시에서 영상작업으로 만들어져 처음 공개된다. 데카당스한 현실에 대적하는 ' 헛기술' 로 이루어진 공간/무대에서 옥인 콜렉티브는 노동과 예술의 현재를 질문한다. ● 김진송은 제작 시스템의 변화를 통해 이 문제에 접근하였다. 그는 재료를 통해 쓰임이 결정되어야함을 자신의 작업 공정을 통해 실천하고 있다. "쓰임을 먼저 계산하고 재료를 생각하게 되면 자연에 대한 끊임없는 착취가 일어납니다. 아마 처음에 의자는, 나무 그루터기를 보고 앉아보니 편하다는 것을 알고 만들기 시작했을 겁니다. 물질에서 쓰임을 발견하는 과정이지요. 지금의 구조는 반대로 쓰임을 만들어 내서 생산을 증폭시키는 구조입니다. 자연히 물질에 대한 과도한 소비가 발생하죠." ' 쓰임' 만이 인간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면 생산의 증폭이 만들어내는 과도한 소비가 우리를 서서히 파괴하고 있음을 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정엽은 ' 생명' 과 ' 노동' 에 대해 말한다. 팥, 콩, 나물 등을 섬세한 필치로 화면 가득 그려내는 그의 곡식 작업은 여성의 에너지를 일상성과 결합시켜 싱싱한 살림의 미학으로 응집해낸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근태 초상작업을 통해 청년 김근태의 정신을 상기시키고자 했다. ● 임민욱은 인터뷰에서 이런 말들을 했다. 박완서는「너의 그림 속에서 태양을 보며」서문에서 김근태를 만나고 난 소감을 이렇게 썼습니다. ""용기란 냉엄함이 아니라 따스함에서 주어진다". 거기서 많은 공감을 했었어요. 한적한 아침 시간, 홀로 앉아 있던 광화문 근처 카페에서 김근태 선생님을 마주쳤을 때 넘치는 혈기나 차가운 인상은 온데 간데 없었습니다. 느릿한 걸음으로 들어와 신문을 펼치고 차 한 잔을 마시던 그의 모습은 오히려 그저 낮은 햇빛을 발하는 난로 같았어요. 그 때 햇볕은 딱 체온정도가 아니었을까...한 평생을 비바람에 부대낀 뒤 무상함으로 기울어가는 태양의 온도. 멀리서 본 그는 서러움마저 삼키는 환한 블랙홀 같기도 했어요. 그래서 작업을 통해 이근안을 찾아간 고(故) 김근태의 발걸음을 따라가 보려했습니다. 그 심정이 어땠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리고 고통의 의미란 무엇인지 고통을 기억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 건지 곱씹어봤습니다. 기억해야 할 것은 고통의 강도나 사실적 묘사가 아니라는 것을 재차 확인했습니다. 제가 피해자들을 통해 간직하고 싶은 것은 놀라움이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을 발견할 때마다 그것은 박완서의 말처럼 따스함 때문이란 걸 알아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온도를 환기시키고자 합니다. 그것이 제가 작품을 통해 피력해왔던 ' 촉각적 비전' 과 만나게 되는 지점에 있기를 바랍니다." 라며 자신의 이번 작업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임민욱은 서로 만나지 않기 때문에 상처를 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각자의 시선으로 쳐다보기만 하는 동안 우리는 서로의 체온이 같다는 사실을 망각해버린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 작가는 서로의 체온이 느껴지는 접촉점을 만들어 만남을 갖게 한다. 이를 통해 ' 만남' ' 만져봄' 이 발생시킨 또 다른 시선의 가능성에 주목하게 한다.


이와 같이 11팀의 미술인들이 모여 자신들의 ' 생각하는 손' 을 움직여서 ' 노동' 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장이 마련되었다. 미술로써 김근태를 애도하고 김근태의 꿈을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는 추모전시가 될 것이다. 추모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더 나아가 관람객 각자가 ' 노동' 과 이 시대의 ' 생각하는 손' 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미술이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내고 있는지 느끼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 ■ 근태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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