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경연 개인전 "THE GARDEN OF HER
독자적인 비례에 의한 재기발랄한 현대여성상
그림은 화가 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화가 자신이 추구하는 회화적인 이상을 구현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주관적인 이해 및 해석 그리고 찬미가 다름 아닌 그림의 세계인 셈이다. 화가는 그림을 통해 승화된 현실로서의 이상향을 꿈꾸는 것이다. 우리가 그림을 보면서 공감하고 감동하는 것은 거기에 이상화된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경연의 그림은 일상적인 삶에다 회화적인 아름다움을 조화시킨 독특한 조형공간을 보여준다. 단지 눈에 보이는 사실을 재현하는 형식이 아니라, 주관적인 시각 및 감정을 덧붙여 재해석한다. 그러기에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적지 않다. 소재 및 대상은 현실에 존재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작품 속에서는 실제적인 공간을 초월한다. 즉, 현실과 다른 별개의 회화적인 공간을 영위한다.
여인과 꽃을 소재로 하는 그의 작품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아름다움의 상징인 꽃과 여성은 그 자체만으로도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충만하다. 하지만 그는 현실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는다. 그 자신의 미적 감각으로 형태를 재해석하는가 하면, 구성의 묘를 통해 실제와는 다른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현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세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이렇듯이 현실과 다른 이미지 및 공간 표현에 기인한다.
여성의 이미지를 회화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실제에서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형태의 미적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올록볼록한 아기들의 팔과 다리를 연상케 하는 도톰한 살집의 여인상은 친근한 느낌이다. 실제의 모양과 달리 과장되거나 왜곡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생경하지 않다. 이는 전체적인 조화를 깨뜨리지 않는 아름다운 비례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자신의 독자적인 미적 감각에 의해서 강구된 비례인 것이다. 따라서 재해석된 여성의 이미지는 시각적인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 아기들처럼 올록볼록한 형태미가 오히려 시각적인 즐거움을 유도하는 까닭이다.
그의 작업은 채색화임에도 결코 진부하지 않다. 이는 소재 및 제재의 참신성과 무관하지 않다. 즉, 재기발랄한 젊은 여성들의 활동적인 일상의 모습을 구성적인 이미지로 표현함으로써 현대적인 여성미가 싱그럽게 피어난다. 자기표현에 능숙한 재기발랄한 현대여성의 헤어스타일과 민소매의 의상, 또는 누드라는 이미지를 통해 건강한 여성상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작품전에서는 여성의 피부를 바탕색을 그대로 활용하는 등 새로운 조형적인 모색도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이다. 바탕색과 피부색이 일치하는데도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통일된 색채이미지로 인해 일반적인 채색 인물화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지어낸다.
그는 작품 하나하나에 고유의 의미를 부여한다. 다시 말해 내용을 담는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 그녀의 정원> 이라는 명제의 연작이 출품되는데, 그 이전의 작품들의 경우 < 고향의 향기> < 꿈> < 아침의 구름> < 달과 별 그리고 바다> < 별> < 태양의 춤> < 하얀 바람> < 새벽을 깨우는 향기> 등의 명제를 달고 있다. 이처럼 작품 명제에서 알 수 있듯이 현실에서 보고 느낀 감정 및 감회를 마치 수필을 쓰듯이 단편적인 이야기 형식의 그림으로 만드는 것이다. 여성으로서 겪는 일상의 삶이 회화적인 이미지로 재해석되는 셈이다. 그의 그림에서 여성의 이미지는 생기가 넘치는 모습이다. 힘찬 기운을 느끼게 하는 활동적인 이미지는 심신이 건강한 전형적인 현대여성상이다. 자기주장이 명확할뿐더러 매사에 적극적인 한국여성상을 함축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그는 이처럼 삶에 긍정적인 젊은 여성상을 통해 그 자신의 꿈과 희망과 사랑, 그리고 낭만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지 모른다. 조그만 일에도 거의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예민한 감수성의 여성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감정변화가 고스란히 그림 속에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의 그림에는 젊음의 향기가 가득하여 감상자는 절로 흥겨운 기분이 된다. 삶에 대한 긍정의 논리 위에서 전개되는 그의 그림은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진정한 찬미이고 찬가이기에 그렇다. /신항섭(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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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정원 안에서 지금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남자가 가끔 동굴에 들어간다는 말이 있듯이, 여성 또한 여성만의 비밀의 공간이 있다.
서클처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남자와 여자는 각각의 삶의 영역이 있고 각기 다른 표현을 통해 고유한 감정의 영역 또한 소유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 속에는 여성만의 이야기가 내재되어 있다. 그 안에 등장하는 여성과 꽃은 그 자체 만으로도 아름답지만, 다양한 인체 표현을 통한 새로운 조형공간을 구성하고, 꽃과 함께 생명력과 향기 리듬을 더해 더욱 싱그럽고,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그간의 전작들이 부드러운 곡선들과 절제된 표현들로 한국전통의 동양화의 느낌을 한껏 살려 작가의 풍부한 감성을 고스란히 반영했다고 한다면, 이번에 발표되는 신작 "그녀의 정원" 시리즈에서는 강렬한 색채와 함께 더욱 세밀해진 표현들로 여성들만의 내면과 삶의 영역에 대한 감성들을 풍부하게 결합하여 풀어낸다.
작가의 작품 소재는 먼 곳에 있지 않고 그간의 삶의 기억속에 있다. 고향 통영에서의 아름다운 추억하면 연상되는 물고기, 동고동락하는 강아지들과의 교류를 통한 행복감, 그리고 미소를 띄고 있는 여성들의 표정 속에서 그녀가 지금껏 추구해 오던 행복한 삶과, 이상향을 느낄 수 있다.
그녀의 상상의 공간 안에서 다양하고 역동적인 인체의 동작을 띈 여성들은 표정은 하나같이 미소를 짓고 있지만 서글픔 또한 베어 있다. 여성은 아름다움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여성이 어머니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 희생은 뒤따르고 이름 석자는 어느새 사라지게 된다.그렇기에 여성의 삶은 아름다움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작가는 강렬한 오렌지색과 청록색의 대조적인 색감으로 각각의 또 다른 대조적 공간과 시간을 그려낸다.
아름다움과 서글픈 느낌이 동시에 드는 그녀의 그림들은 작가가 작품제작에 몰두하는 동안 어떠한 감정을 실어 그려 내었는지에 대한 삶의 여정이 고스란히 녹아 들어 있다.
지금도 그녀와 그녀들은 정원을 가꾸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개개인이 소유한 비밀의 정원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예측불허가 된다.
정원은 현재도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배은혜(노암갤러리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