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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라 개인전_선전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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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5 ~ 2008-08-20


전시행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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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전시개요   
 • 전시 제목:  <선전공화국 The Republic of Propaganda>
• 일     시:  2008년 7월 25일 금요일 ~8월 20일 수요일
• 장     소:  대안공간 루프(지하 1층, 1층, 2층 및 계단)
• 주     최:  대안공간 루프
• 후     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문화재단
• 협     찬:  국제갤러리, 미들코리아, King’s Lynn arts Center, Figge von Rosen gallery, 네오룩, 한솔제지, 백송
• 전시오프닝:  2008년 7월 25일(금) 18:00, 2층 카페

Ⅱ. 전시글


글_성용희 (대안공간 루프 큐레이터)
 2008년 7월 25일부터 8월 20일까지 대안공간 루프에서 열리는 김기라 2008 개인전 <선전공화국 The Republic of Propaganda>은 메인 전시장인 지하1층과 지상 1층뿐만 아니라 2층 카페 그리고 각 층을 연결하는 계단까지 전시공간으로 활용된다. 각 공간들은 저마다의 주제 아래 통일적인 형식을 지니고 있으며, 이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전시로 구성된다.
 
김기라 작가에 대한 여러 글들은 작가 자신의 개인적인 배경, 성향 그리고 그 자신이 처한 상황에 관해서 언급하곤 한다. 아마도 이는 작가의 성격과 개성이 무척 뚜렷하며 작업에 본인의 성격이 직접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둘 사이의 환원관계는 최근 정치적으로 무관심하며 개개인의 사적 영역에 충실한 포스트모던적 예술의 특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본인을 사회의 마이너리티(minority)라고 주장한다. 한국에서는 미술 교육 시스템에서 비주류로, 영국으로 유학을 갔을 때는 동양인으로서 그는 위치 지어졌다. 이와 같은 본인의 입장과 관심사는 지배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 이란 형태로 나타난다.
 전시가 시작되는, 1층 ‘A contemporary Still Life’ 작업들은 정물화가 가지는 이데올로기를 통해 작가의 의도가 강력하게 대변되고 있다. 정물화는 일상의 물건들이 의도적으로 조합된 결과물이다. 작가는 이 죽어가는 물체(주로 자본주의적 소비물품)에 현재의 살아있는 현상을 연결시키고 더불어 세부적인 상징들을 결합시킨다. 이와 같은 정물화 시리즈는 불평등한 세계화 이후 소비 문화와 자본주의적 욕망이란 사회적 단면을 실증적으로 구성한다는 점에서 작가의 의지가 표출된 공간이다.
 2층 카페에 설치된 ‘A security garden as paranoia’는 식민주의(colonialism)와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에 대한 비판이며 동시에 시각적으로도 유쾌하다. 물론 이와 같은 평가는 관람객의 거리에서 일 것이다. 실제 이를 행하는 편집증적인 주체로 상상해본다면 작업이 전달해주는 감정은 전혀 다를 것이다. 이렇게 시공간이 제멋대로 압축된 정원처럼, 외부 세계에 대한 지식은 그 자체로 편집증적이며 ‘동양’ 혹은 ‘한국’에 대한 서구적 시각은 망상(delusion)에 의한 결과물이다.
 그리고 계단의 벽면을 가득 담고 있는 ‘현대 풍경화를 벽화는 말한다 2008’ (‘Talking with the wall as contemporary perspective 2008’)는 중세 유럽풍 드로잉 방식과 이미지를 차용하여 현재의 정치, 문화 그리고 자본주의 등의 이데올로기와 현재적 주체성, 즉 “나는 소비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등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중세의 계급(class)은 자본의 논리 아래서 새롭게 재편되면서 여전히 혹은 더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고, 이 현상을 작가는 교환가치를 벗어난 가변적 공간에 일시적인 벽화의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하 1층 선전 공화국 (The Republic of Propaganda)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의 유지하는 정신적 기저 혹은 심층적 구조를 은유적으로 의미하면서 동시에 그 메시지는 매우 직접적으로 지시한다. 이데올로기 유지를 위한 선전은 대중 미디어를 통해 반복적으로 행해지고 우리는 이를 시각적으로(영화, 드라마, 뉴스 등) 혹은 먹고 마시는 것으로 소비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단절과 변화의 가능성은 존재할까?  지하 작품은 이 무거운 상황을 언어를 통해 매우 직접적으로 지시하고 동시에 존재의 죽음이란 전복(subversion)적 행위까지 밀어붙인다.
 이와 같은 짜임새 있는 전시 구성은 몇 가지 모순적 질문을 수반한다.
 그 첫 번째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아래 깔려 있는 자본주의적 생산 방식이다. 비판의 도구로 사용되는 예술은 스펙타클과 높은 질적 수준을 위해 자본주의적 요소에 밀접하게 기댈 수 밖에 없다. 더불어 서구 자본주의와 이데올로기 선전에 대한 비판은 누구를 위해 그리고 누구를 대상으로 해야 하는 것인가? 그리고 또 하나는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의 유의미성이다. 비판의 대상인 자본주의와 그 이데올로기는 개인의 욕망에 충실하며 쉽게 변화하지 않을 것만 같다.
 전시를 다음의 두 가지 상반된 태도 속에서 평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한 영역은 지젝 (Slavoj Žižek)이 ‘이데올로기 안에서의 향락’이란 표현으로 지적하는 부분으로,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반해서 작동하는 이데올로기의 시스템에 자신 스스로 참여하고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즐긴다는 물신주의적 태도이다. 다양한 양상들에 의해 구성되는 문화적 내러티브로서 인공물 즉 미술은 거리감을 두고 즐겨지는 그 무엇 일뿐이다. 또 다른 태도는 이 전시 작품의 내적인 비판처럼, 현재의 이데올로기 시스템 속에서 그 변화와 붕괴를 예견하는 징후들이 존재하며 미술은 이 전복의 가능성을 예술의 영역에서(서라도) 보여 줘야 한다는 입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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