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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Flash Film Festival 2002의 파이널 리스트!

2002-03-28

아톰인터랙티브 volume 1. JOURNEY

우리는 지난 겨울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세상과 소통하고픈 열정 하나로 무모하지만 과감하게 아톰 인터랙티브를 만들었다.
또한 어느 한곳에 국한되지 않고 폭넓은 영역에서 창의적이며, 실험적인 일들을 벌이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를 디지털 미디어 그룹이라 부르지만, 아톰이 생각하는 디지털 미디어란 소위 웹이나 CD-Rom과 같은 한정된 매체만을 일컫는 것은 아니다.우리는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모든 매체, 사물, 현상등을 통해 우리의 소명과 역할을 다하고 싶을 뿐이다.

아톰이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질문은 계속 되었다.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갈 것인지는 아톰의 고민이자 개개인의 풀지못한 숙제이기도 했다. 좀더 의미있는 몸짓으로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싶었던 우리의 첫번째 실험이'volume 1 - JOURNEY' 이다. 지금 서있는 곳이 인생의 여정에서 어디쯤인지 짚어보고, 우리가 진정 가고자 하는 길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필요했다.
아톰의 여행(JOURNEY)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volume 1. JOURNEY -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첫번째 실험의 컨셉을 JOURNEY로 잡는데는 그다지 힘들지도 많은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그것은 마치 성인이 되기위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처럼 이미 예정된 관문이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을때부터는 막막함의 시작이요, 고민의 연속이였고, 막상 Rule에서 벗어나 자유가 주어졌을때 느끼는 두려움으로 인해 무엇하나 손에 잡히질 않았다.

머리 속에 들어있는 생각을 표출해내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했다. 날카로운 시선도 필요했다. 내 안에 있는 영감을 자극하기 위해서 아무도 없는 공터를 별스럽게 관찰하고, 북적거리는 거리를 느린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또 한밤의 네온 싸인을 찍고, 지하철 소리에 귀 기울여 보기도 했다.
그렇게 몇 날 몇일 영감을 체화하고 나서야 하나 둘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일단 모든 작업은 Brain Storming으로 시작되었다.각자가 느끼는 JOURNEY란 무엇인지, 이를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은 어떠한 것이 있는지에 대해 토론하고,의견을 교환하면서 1차 스토리 보드를 잡아나갔다.무엇이든 상상한데로 온전히 표현하기는 어려운 법. 우리의 고민은 스토리들을 어떻게 비주얼화하고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으로 자연스럽게 옮아갔다.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스토리보드도 이러한 여과 과정을 거치며 수정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컨셉과 스토리의 중심은 변함이 없었다.
2차 스토리 보드(완성본)가 나온 후 부터는 각자의 개인작업으로 진행되었다. 사진을 찍고, 비디오를 촬영하고, 사운드를 녹음하고, 그림을 그리고....그렇게 작업한 low data를 보면서 다시 한번 아이디어 회의를 가졌다. 불필요한 군더더기는 떼내어 버리고, 서로의 아이디어에 보다 나은 아이디어를 공유하기도 하며, 작업의 본격적인 시작이 준비되었고 이제 각자의 스토리를 표현해 낼 산고의 시간만 남았을 뿐이다.

1.MAIN for Journey

메인은 모든 무비들이 완성된후, 가장 마지막으로 제작되었다. 아무래도 큰 비중을 갖는 메인의 완성으로 인해 다른 무비의 느낌과 컨셉의 자유로운 상상의 영역을 제한 시킬지도 모른다는 염려에서 일단 미뤄두기로 했다. 형식과 질서를 잠시 벗어버리자고 약속했으니 이쯤이야 뭐 그리 대수였겠는가. 웹이라는 매체에서 작업을 하는 동안, "메인"이라는 편협한 시각에서 얼마나 벗어나기 힘들었는지...

어쨌든 무비들이 완성될 즈음, "메인"이라고 불리우는 gate를 만들기 시작했다. 수많은 가닥의 모티브를 두고 메인의 컨셉잡기에 분주했으나 결국 우리가 메인에서 주고싶은 메세지는 "Communication" 이었다.
시간과 공간속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우리의 모습을 Journey에 담아오면서 얼마나 "소통"이라는 단어에, 때로는 민감하게,때로는 둔감하게 반응하며 살아왔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너와, 너는 그와, 그는 우리와 Communication하고 있는가?
우주와도 같은 사이버 스페이스, 이 사이버 스페이스와 경계가 모호해진 현실, 그리고 실존하는 이 도시 속에서 우리는 정말 무엇과 Communication하고 있는가? 우리는 아톰의 Journey를 결국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하나의 돌파구라고 생각했고, '소통 Communication' 그것이야말로 메인을 통해 하고자 했던 이야기이다.

이렇게 결정된 메인의 이미지는 무언가를 이어주는 존재, 길을 놓아주는 매개체로 서의 '다리 bridge'였다. Journey라는 하나의 컨셉을 서로 다른 시각으로 풀어내고 있는 각각의 무비들이 '다리'를 통해 서로 상호작용하고, 감응하는 장을 형성하는 공간은 이렇게 모습을 갖추어 나갔다. (메인에 쓰인 background Sound는 Brain Ino의 Come with us에서 발췌하고 편집했다.)

2.Theme One-One fine Sunday

혹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던 어떤 날을 기억하는가?
말 그대로 무의미하고,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아 돌아볼 이유조차 없는 하루의 일상이라도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이렇게 One fine Sunday의 스토리는 시작되었다. 한발 떨어져 나를 보고싶은 충동, 남의 불행을 "에피소드"라는 단어로 희석시켜 즐거워하는 사람들 심리, 일요일 오후의 나른한 꿈같은 느낌들을 가볍게 다뤄보고 싶었다. 가끔 코메디를 보면서 우는 사람이 있다. 잠시 그것이 코메디이라는 것을 잊은채, 슬픈 장면이 연출되면 그 스토리에 도취해 그간의 웃음을 잊고 금새 우는 사람들...혹시 One fine Sunday를 보면서, 가볍게 웃기려 했던 우리의 의지를 무시한 채 아주 심각하게 무비 속의 그녀를 걱정한 사람이 있을지 누가 아는가. One fine Sunday의 스토리를 잡고, 촬영을 하고, 소리를 녹음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3.Theme Two-Illusion

우리가 살아가는 이 도시의 거리엔 수많은 이미지(환영)들이 난무한다. 현실이 외면된 이곳에서 사람들은 이미 만들어지고 계획 되어진 '환영'을 먹으며 살아가고 있는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었고, 도시 곳곳의 풍경을 촬영해가며 이런 생각을 풀어낼 수 있을만한 모티브를 찾아 보려했다. 이렇게 촬영된 사진 컷들 중 종로 2가의 뒷골목 풍경-무심하게 지나가는 행인의 모습과 휘황한 간판들-이 눈에 들어왔고 그 곳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가기로 했다.

'illusion'에는 크게 두가지의 이야기가 내포되어 있다.하나는 길가던 할머니의 모습을 통해본 이 시대의 왜곡된 여성상에 대한 이야기이고, 또하나는 영화(특히 흥행을 위주로 하는 헐리웃 영화)가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이렇게 숨겨진 이야기들을 커다란 풍경사진 속에 심어두고 이리저리 찾아가며 보는 과정에서 또 다른 '여행(JOuRNEY)'을 떠날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네비게이션의 모티브로 차용했다.

4.Theme Three-Speed

출근길의 만원 지하철을 타보거나 거리를 지나는 무수한 자동차의 경적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다면 누구 하나 이탈을 꿈꿔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일상으로 부터의 탈출, 즉 여행(JOuRNEY)이란 속도를 늦추고 자신의 삶에 여유로운 템포를 부여하는 것이라 여겨졌고, 따라서 '일상'과 '여행'이 갖는 상대적인 속도감을 표현하고자 했다. 빠른 속도를 연상케하는 일상의 표현에 대한 소재로 맨 먼저 떠오른것은 만원 지하철과 헤드라이트를 번쩍이며 달리는 수 많은 차들이었다. 이런 모습들을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하고 정지된 컷으로 분리해 낸 다음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속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고, 매 장면들에는 숨겨진 단어-composure(평정), relaxation(완화), rest(휴식)-를 두어 숨가뿐 일상에서 벗어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갖자는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우리에게 끝은 있는가?
"다했다!" 며 털고 일어나야 하는 시점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나름의 철학과 자기성찰을 통해 만들었던 JOURNEY였지만, 세상에 내놓기 전에 느끼는 아쉬움이나 벌거벗은듯한 부끄러움은 여전히 감춰지지 않았다.그래도 어떠하랴... 이곳이 우리의 첫번째 "실험실"이고, 우리에게 끊임없는 영감과 용기를 주었던 작품인 것을..

2002년 1월의 마지막 날, 아톰의 첫번째 실험실 -volume1. JOURNEY-는 완성되었다.모든 것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클라이언트도 마감시간도 누군가의 다그침도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로 인해 오히려 더 어려움을 겪었다면 이 역설을 누가 믿을까?
스스로 검증하고 조율하며 책임져야 한다는 새로운 상황 앞에서 그간의 자신감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속수무책이었던 순간들. 또, 하나의 주제 아래 다른 이야기들을 풀어가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통일된 느낌을 준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절감했다. 몇 번을 뒤엎고 몇 번을 다시 만들어도 성에 차지않는 공허함에 더 힘들었다. 늘 부족한 것 같고… 늘 모자란 것 같고…


드디어 봄은 오고...
JOURNEY를 마무리 짓고 나서 우리에게는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했다. 때마침 San Francisco에서 개최될 FLASH FILM FESTIVAL 2002에 작품을 출품했고, 이어 기대하지 않은 뜻밖의 기쁜 소식을 받게 되었다.
아톰의 JOURNEY가 Motion Graphics부분의 TOP 5 Finalist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잠을 잊어야 했던 무수한 밤들과, 고민의 시간들이 실로 고맙기 만한 즐거운 뉴스였다. 어쨌든 우리는 이렇게 모였고, 이렇게 일했고, 이렇게 웃을 수 있었다.
우리는 앞으로도 세상과 소통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고, 가고자 하는 길을 향해 정진할 것이다. 이것이 단지 우리가 내지르는 한가닥 스러져가는 비명이 아닌 공감의 장을 통해 되돌아 오는 메아리이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아톰과 생각을 공유하길 원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항상 마음을 열어 둘 것이다.



1. 아톰인터랙티브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아톰은 삶의 모습과 문화적 코드가 일치하는 4명의 멤버에 의해 지난 겨울 시작되었다.
앞서 말했듯이 어느 한곳에 국한되지 않고 폭 넓은 영역에서 창의적이며, 실험적인 일들을 벌이고자 한다. 현재 4명의 정규멤버와 다수의 프리랜서들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함께 배우고 공유하면서 영감을 키워나가고 있다.

2. 이번 FLASH FILM FESTIVAL 2002의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되었는데, 수상에 대한 소감은.
마감이 임박한 일에 치여 밤새 일을 하고 있었던 어느 새벽, 뜻하지 않은 메일이 날아왔다. 우리가 Flash Film Festival 2002, 모션 그래픽스 부문 파이널 리스트로 선정되었다고...
상상치 못했던 즐거운 뉴스에 한동안 놀라움과 스며드는 웃음을 감추기 힘들었다. 그간의 고생이 순간의 즐거움으로 날아가 버린 것 같기도 하고, 반면 벌거벗은듯한 부끄러운 책임감도 들고, 땅을 박차고 나갈 저력이 생기기도 했다.
이래 저래 만감이 교차했지만 여하튼 엄청나게 기쁜 소식이였고, 많은 용기를 주었던 사건이었다.

3.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 다시 자체 프로젝트나 작품에 대한 계획은?
아톰의 1차적인 생존목적은 스스로의 작품 활동이다. 매너리즘과 틀에 박힌 일에서 벗어나고싶어 결성된 그룹이기 때문에, 우리의 영감을 요구하는 모든 일에 시간과 노력을 쏟을 것이다.
또한 아톰은 언제나 많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하길 원한다.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영감과 오픈된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지길 바란다.

4. 스스로를 디지털 미디어그룹으로 명명하는데, 일반적인 에이전시와는 어떤 차별화된 활동을 할 생각인지
소규모의 파워를 마음껏 발휘하고 싶다. 분산되지 않는 컨셉과 철학을 기본으로 디자인하며 커뮤니케이션 할 것이다. 이것이 아마도 일반적인 에이전시와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윤에서 조금만 눈을 띄어도 많은 생각이나 가치관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아톰은 좀더 책임감 있는 미디어 그룹으로 문화의 생산자가 될 것이다.


취재 : 이진실 기자 (whiskybar@yoondesig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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