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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튤립이 피어나는 네덜란드에서 디자이너들의 꽃밭, 디자인 숍을 가다

손민정 밀라노 통신원 | 2018-05-02

 


 

유럽에서도 봄은 꽃과 함께 찾아온다. 나뭇가지마다 꽃송이가 피고 수많은 꽃들이 거리의 좌판을 채울 때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꽃의 나라 네덜란드로 떠났다. 암스테르담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공항은 튤립 축제에 대한 안내와 세계 곳곳에서 오는 여행객들로 북적인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네덜란드를 생각하면 튤립이 저절로 생각나는데 튤립은 터키에서 유래하여 회교도들이 머리에 두르는 터번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1630년경에 외국에서 들어온 희귀한 튤립을 모으는 것을 부의 상징으로 여겨 이에 따른 투기가 일어났고 그 가격이 가치에 비해서 폭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그 거품이 꺼지고 가격이 떨어지면서 튤립 구근의 가격은 매우 낮아졌고 이는 네덜란드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쳤던 사건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이후 튤립은 네덜란드인들의 생활에 자리 잡으면서 네덜란드 전역 곳곳에서 튤립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봄에 만발하는 튤립과 함께 암스테르담 곳곳에 등장하고 있는 다양한 디자인 숍들을 만나보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드록 호텔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드록 호텔 암스테르담

 


가장 네덜란드적인 디자인 드록, 드록 호텔 암스테르담

네덜란드의 디자인 회사인 드록(Droog)은 1993년 암스테르담의 하인스 바커와 레니 라마커스가 밀라노 가구박람회 ‘살로네 디 모빌레(Salone di mobile)’에서 처음 선보이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네덜란드 디자인을 잘 보여준다는 평을 받았고, 그 후 본격적으로 회사가 시작되었다. 

 

‘Droog’은 네덜란드어로 ‘건조하다(Dry)’의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또 다른 의미로 ‘멋지다’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드록은 사회에 영향을 주는 문제들과 사람에 초점을 맞추어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하는 것을 목표로 가구와 조명 또 일상생활에서 이용하는 다양한 제품들을 디자인하고 있다. 

 

그들은 다양한 재료의 믹스 앤 매치, 제품의 분해와 결합의 과정, 사용자의 이해와 편의를 생각하면서 실험적이고 재미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드록숍에 들어서면 이러한 디자인을 반영하듯 매우 실험적이고 다양한 디자인 소품들과 의류, 독특한 디스플레이를 볼 수 있다. 다양한 상품들뿐만 아니라 그 제품을 만들게 된 이유들에 대한 설명이 함께 있어서 디자인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으며 매번 제작하는 콘셉트 북을 통해서 드록의 철학과 새로운 디자인을 조금이나마 접할 수 있다. 

 

디자인 제품들을 살펴보는 것 이외에도 공간을 통해서도 드록의 디자인을 경험할 수 있다. 드록의 쇼룸을 찾아가기 위해서 검색을 해보면 ‘드록 호텔(Droog Hotel, Amsterdam)’이 나와서 잠시 헛갈릴 수도 있는데 사실 드록숍은 객실을 하나 가지고 있는 호텔도 운영을 하고 있다. 객실 안은 드록의 가구들과 조명들로 꾸며져 있다. 드록이 추구하는 디자인을 하룻밤 머무르면서 경험한다면 가장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호텔에서 머무를 수 없다면 2층에 위치한 카페에서 가구들과 인테리어를 경험하면서 네덜란드의 디자인에 대해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Droog 

Staalstraat 7B, 1011 JJ Amsterdam, Netherlands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아덜리스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아덜리스트

 


테마가 있는 디자인 숍 아덜리스트 

아덜리스트(Otherist)에 들어서는 순간 숍이 아니라 박물관에 왔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박제 제품과 주얼리, 다양한 도기 그리고 인테리어 소품들이 마치 오래된 자연사 박물관의 전시물들처럼 작은 공간들을 가득 채우고 있다. ‘호기심으로 가득 찬 캐비닛’이라는 테마로 사람들의 일상에 놀라움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전 세계의 제품을 한데 모아서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아덜리스트는 독특하며 기억에 남고, 흔치 않은 다른(other) 것들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다양화를 선보이고 있다. 처음에는 숍 내부의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신기함을 느끼게 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안에 자그마한 디자인 상품들이 재미난 조화를 이루면서 디스플레이 되어 있다. 식물 그림이 있는 엽서, 광물에서 모티브를 얻은 주얼리, 나비 박제 액자, 작은 식물들과 도기들을 보면 전반적 테마인 박물관, 자연의 느낌이 느껴진다. 숍의 독특한 인테리어에 끌려 들어 왔다가 작은 엽서나 주얼리를 구매하는 사람들과 주제에 매력을 느껴 방문하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호기심 캐비닛’을 채우기 위해서 이곳을 찾고 있다. 

 

THE OTHERIST

Leliegracht 61015DE AmsterdamNetherlands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플렁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플렁크

 


디자인이 있는 카페, 플렁크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카페 중 하나인 플렁크(Pluk)는 디자인 제품들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트로피컬과 암스테르담에서 영감을 받은 귀여운 디자인 상품들을 커피와 함께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겠다’는 모티브로 작은 쇼룸인 카페와 메인인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사람들을 연결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카페의 공간과 카페에 진열되어 있는 작은 핑크색, 흰색, 녹색의 다양한 도기들, 파인애플과 트로피컬의 모티브를 가진 작은 소품들을 통해 플렁크가 전달하고자 하는 열정과 귀여움을 느낄 수 있다.

 

커피를 한 잔 하면서, 물건들을 구경하고 구매하면서 쉽게 디자인을 경험하는 계기가 되고 있는 플렁크에서 가면 자신들의 일상 속의 경험과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소품들을 통해서 디자인을 만나고 행복한 하루를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니에우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니에우스

 

 

한국에서도 디자인 숍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흔히들 쉽게 떠올리는 디자인 숍의 형태는 아마 니에우스(Nieuws)숍과 같은 모습일 것이다. 아기자기한 다양한 디자인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고 그 귀여운 제품들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내며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구매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지되고 있다. 이러한 디자인 숍들은 사람들에게 디자인을 친숙하게 만들고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게 한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어느 곳에 가든지 뚜렷한 이미지나 공간과 브랜드의 철학을 확실히 갖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도 있다. 꼭 이 디자인 숍을 방문할 이유가 있지 않다면 그것은 이미 경쟁력이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디자인 숍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때에 디자인 숍의 진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암스테르담의 세 곳의 디자인 숍들은 다 각자의 방식으로 변화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드록의 경우에는 브랜드의 쇼룸이자 사람들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제품들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써의 의미를 가진다. 호텔과 카페를 경험함으로써 숍을 방문한 사람들은 윈도쇼핑을 하는 것 이상의, 실제로 제품의 사용자로 전환되는 기회를 누린다. 

 

아덜리스트는 테마를 가지고 있다. 한 주제에 대한 깊이감 있는 제품들과 개성 있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으며 호기심으로 방문하는 고객들에게도 이곳 이외에서는 볼 수 없는 차별화된 제품으로 새로운 자극을 준다. 

 

플렁크는 숍보다는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카페라는 공간적인 매개를 통해서 자신들의 온라인 디자인 숍과 사람들을 연결하고 있다. 또한 부담 없이 소비할 수 있는 쉬운 디자인과 소품에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을 연다. 이러한 자신들만의 전략과 이미지 구축, 공간 활용을 통한 아이덴티티는 사람들에게 방문하는 즐거움을 가져다주며 더 나아가 디자인 제품의 구매로까지 연결된다.

 

현재 디자인 숍의 인기와 열기를 튤립에 열광하던 과거 네덜란드의 시기와 함께 바라보자. 당시에 튤립이 큰 인기를 끌면서 현상은 투기로 이어졌지만 사실 품종의 다양화와 다양화를 위한 실험이 매우 많이 진행되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후에 튤립이 네덜란드 전역에 뿌리를 내리게 된 것도 그러한 부정적일 수도 있었던 현상을 과도기로 거치면서 가능하게 되었다. 현재 우후죽순 디자인 숍들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은 아마 그와 비슷한 과도기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살아 남고 가치를 갖기 위해서 새로운 품종들을 개발했듯이 새로운 디자인 숍의 형태들도 계속해서 나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때로는 너무 실험적이어서 대중들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고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도기를 거친 이후에는 마치 네덜란드 전역에서 튤립을 볼 수 있고 네덜란드의 상징이 된 것처럼 디자인과 디자인 제품들을 사람들이 쉽게 접하고 그 다양화를 인정하며 소비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사진_ 손민정 밀라노 통신원(smj91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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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밀라노 공대에서 (Politecnico di Milano)에서 제품 서비스 시스템 디자인을 전공 후 서비스 디자인, UX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이롭게 만들 디자인의 힘을 믿고, 늘 새로운 디자인을 찾아서 길을 나설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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